미한일과 북중러, 그리고 아세안 회원국 외교 수장들이 모이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이 내일(27일) 열립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도발과 북러 간 불법 협력을 규탄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강국인 미일중러, 그리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국가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회의가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막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26일부터 28일까지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등이 연이어 개최됩니다.
참가국 외교장관들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도발에 대한 규탄 등 역내 현안을 논의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 문제를 본격 제기할 방침입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조태열 외교장관은 특히 27일 열리는, 한중일 3국과 아세안이 참여하는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와 ARF 등에서 북한 핵 미사일 고도화, 오물 풍선 도발, 북러 간 불법적인 군사 협력 등을 규탄할 계획입니다.
조 장관은 25일 라오스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이번 회의 목표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의 불법적 도발행위와 러북간 밀착, 불법적 군사 협력 중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다든가 핵 미사일 관련해서 새로운 무기를 계속 등장시킨다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고 그것을 계속 환기시켜주는 역할 이런 것들이 주효하다고 봐야겠죠.”
ARF 등 이번 아세안 회의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주요국 외교 수장이 총출동합니다.
특히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로, 한국과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모두 참석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발표되는 의장성명에 북한 도발과 북러 군사 협력 등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담으려는 한국 입장이 반영될지 주목됩니다.
조태열 장관은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고 문안이 조율 중이라 예단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아세안 국가들에 외교채널을 통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ARF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참석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북한은 2000년 ARF에 가입한 이후 외무상이 주로 참석하다가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사급이 참석했습니다.
최 외무상은 현재 평양을 방문 중인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과 만남을 하고 있는 만큼 리영철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가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전문가들은 최 외무상의 불참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 속에서 미북 관계가 여전히 냉랭한 데다 러시아와의 밀착, 복합 도발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 등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ARF에서 구체적인 실리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러시아와의 군사 밀착에 대한 비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니까 아무래도 로우키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전망할 수 있는 거죠.”
한국의 이런 입장에 맞서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두둔해 온 러시아는 반박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섞여 있는 ARF 무대에서 미한 동맹과 미한일의 한반도 일대에서의 전력 강화, 군사 훈련 증가 등을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비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RF에선 한반도 문제 이외에도 중국과 동남아 각국이 대립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얀마 내전, 중동 문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맞선 미국 측의 적극적인 대응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명예교수] “독자적으로 개별 국가들이 중국의 팽창에 맞설 순 없거든. 그런 부분에서 결국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도 나름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 아세안 지역 국가들을 가급적 미국에 가깝게 오도록 여러 노력을 하겠죠.”
최근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은 아세안 해안경비대 포럼 창설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이슈화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경제적 영향력을 앞세워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중국은 경제적 협력과 교류를 강조하면서 그런 연고가 중국에 비해서 굉장히 얕은 미국을 견제하려고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조태열 장관과 왕이 부장은 26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습니다.
지난 5월 조 장관의 방중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진 이번 외교장관회담은 특히 북러가 지난달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 수준의 새 조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밀착하는 가운데 열린 겁니다.
조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북한의 복합적인 도발과 러북 밀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왕 부장은 “중한이 그간의 고위급 교류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중한 각 분야 교류가 밀접하고 이익도 깊이 있게 융합돼 있으며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변함이 없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왕 부장은 그러나 북러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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