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하나의 조선’ 정책을 폐기하고 ‘두 개의 조선’ 정책으로 선회한 것은 남북 체제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이라고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이 말했습니다. 한국 중앙정보부에서 16년간 북한을 분석하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전 장관을 최원기 기자가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월 1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조약 4조는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1961년 조소동맹조약이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강인덕) 그 때와는 조금 다르다고 봅니다. 그 때는 냉전 시절이고 소련이 무너지지 않은 시절이고,그 때는 군사동맹관계였는데, 이번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했어요. 따라서 그 때보다는 약한 것으로 보이고, 물론 4조에 북한이 침략을 받으면 원조한다고 돼 있으니까, 침략을 받지 않으면 이 것은 발효되지 않겠죠. 그러나 우호협력 관계이기 때문에 상당한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자) 러시아가 북한에 전투기, 탱크, 잠수함 같은 무기와, ICBM, 인공위성같은 첨단 기술을 제공할까요?
강인덕) 첨단 기술을 그렇게 쉽게 줄까요, 군사정찰 위성을 쏘는 기술을 주겠지만, 첨단 무기는 그렇게 쉽게 줄 수 없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이렇게 밀착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베이징의 속내가 어떨까요?
강인덕)대단히 복잡하겠죠. 중국은 지금 동북아의 패권을 쥐고 있는데, 여기에 러시아가 들어오고,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관계를 맺는다고 하니까, 자유진영에서 한국, 미국이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거기다가 나토까지 군사력을 증가시키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작전과 연결되니까, 중국으로서는 대단히 고민스러울 겁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상황도 크게 바뀌겠죠?
강인덕) 물론이죠. 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어떻게 될지 큰 관심을 갖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동부지역을 갖고 종전이 된다면, 북한도 러시아의 요청을 받아 러시아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은 지금 지방공업발전 20x10 발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거기 동원되는 인민군이 124군부대입니다. 이게 건설공병대이기 때문에 건설공병대를 투입하지 않을까.
기자) 이번에는 북한 정치 문제와 내부 상황 여쭤보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초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2개의 국가관계”라고 규정했습니다. 왜 북한이 ‘하나의 조선’ 정책에서 ‘2개 조선’ 정책으로 선회한 것일까요?
강인덕) 남북 간의 체제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상징적인 법률을 만들었는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것인데, 남한에서 문화가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얘기죠. 남북 간의 체제 경쟁에서 패했다는 얘기죠. 이대로 간다면 남한의 문화, 영향으로 밑으로부터 무너질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말하자면 1974년 동독의 호네커 국가평의회 의장이 2개의 독일을 선포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
기자) 강인덕 전 장관님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 김정은 위원장 이렇게 3대를 겪어오셨는데, 북한 내부에서도 최고 지도자의 권위가 점차 줄어든다고 볼 수 있을까요?
강인덕)최근 북한 주민들이 가슴에 다는 배지가 김정은 배지로 바꿨는데, 김정은이 10년간 정치를 해보고 이제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치적을 지워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문제는 군사력 위주 정책은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할아버지 때 ‘4대 군사노선’, 아버지의 ‘선군정치’, 지금 김정은의 핵, 미사일 개발, 같은 것 아닙니까. 따라서 인민 생활은 점점 더 나빠질 겁니다.
기자)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을 했는데, 다음번에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최고 지도자가 될까요?
강인덕) 이북에서는 아직 남자가 우위입니다. 남편을 ‘세대주’라고 부릅니다. 아직 북한은 남한보다 유교적인 전통이 남아있어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남자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지금 북한의 실세는 누구일까요?
강인덕) 나이를 놓고 보면 최룡해가 1950년생이고 조용원이 1957년생입니다. 김여정은 1988년생이기 때문에 지금 조직지도부장을 하고 있는 조용원이 실세가 아닐까.
기자) 경제 전문가에 따르면 제재로 인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가 지난 5년간 25%나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북한이 계속 버틸 수 있을까요?
강인덕)과거에도 그랬지만 군사비를 너무 많이 써요. 제가 1960년대 제가 판단했을 때 국내총생산(GDP)의 25%를 (군사비로) 썼을 텐데, 지금은 30% 이상을 쓸 겁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는데, 저 막대한 돈이 하늘로 날아 없어지는데, 이래서는 인민경제를 위해 투자를 할 수 없고, 유엔의 제재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자력갱생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많은 북한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올 3월에 북한에 중간단계(interim steps)를 논의하자며 평양에 손짓을 보냈는데, 북한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왜 침묵을 지킨 것일까요?
강인덕) 저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딱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핵군축을 하자는 것이지요. 핵을 인정하라, 핵을 인정 안 하면 회담에 안 나가겠다는 것이겠죠.
기자) 남북대화가 4년 이상 열리지 않고 강대강 대결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강인덕)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을 겁니다. 일단 이 상태로 당분간 가다가 북한이 변화를 보일 때 우리가 인도적 지원으로 접근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자) 강인덕 전 장관님은 1980년부터 18년간 KBS에서 ‘노동당 간부들에게” 등 대북 방송을 했습니다. 이 방송을 듣는 북한 청취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강인덕) 북한 동포여러분,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입니다. 아무리 2개의 한국으로 민족을 갈라놓으려 해도 역사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통일은 반드시 옵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이 개혁개방을 위해, 최소한 중국 정도의 체제 개혁, 개방으로 갈 수 있도록, 또 남한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정보를 입수하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기자) 강인덕 전장관님, 감사합니다.
강인덕) 고맙습니다.
아웃트로: 지금까지 한국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북한이 대남 정책을 선회한 배경과 의미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최원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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