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민간 단체가 북한 양강도 집결소에서 벌어지는 성과 젠더 기반 폭력 실태를 3D 영상으로 제작한 미니 다큐멘터리를 공개했습니다. 이 단체는 북한 형벌 체계에서 젠더 기반 폭력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책임규명 등 국제사회의 긴급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민간 단체인 코리아 퓨처가 22일 북한 양강도 혜산의 도 보위부 집결소 내 젠더 폭력 실태를 3D 영상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12분 분량의 이 3D 다큐 영상은 보위부 요원들이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탈북 여성들에게 가하는 다양한 성과 젠더 기반 폭력(SGBV) 실태를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 속 한 탈북 여성은 자궁 속에 중국 돈을 숨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북송된 탈북 여성들의 옷을 모두 벗긴 뒤 진행하는 이른바 ‘펌프’는 여성들에게 큰 치욕과 수치심을 준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남자와 여자 같이 지금 세워놓고 옷을 벗으라는 거예요. 몸 검사를. 그러니까 너무 당황했죠. 그 계호원도 남자고 같이 들어가서 잡힌 사람들도 남잔데 옷을 거기서 다 벗으라고 하니까 진짜 모욕감을 느꼈고. 안 벗으려고 했는데 계호원이 막 쌍욕을 하면서 막 무조건 벗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벗었어요. 근데 정말 창피라는 말보다도 그거보다 지나서 모욕감,”
중국인 남성과 사이에서 생긴 아이는 안 된다며 임신 6개월 된 여성을 강제로 낙태하고 치료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증언 역시 3D 영상을 통해 재현됐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보위부 지도원이 나한테 중국 얘니까 낙태해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떨구지 않겠다. 그랬는데 떨구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 아이이기 때문에 낳으면 안 된다…이래서 보위부에서 병원으로 데려가 낙태를 했어요. 제가 낙태를 하고 특별하게 치료 같은 것을 받지 못했어요.”
탈북민들은 이것이 심각한 인권 침해란 것을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됐다며 북한에선 인권 보호란 개념이 거의 없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여기 한국에 오니까 인권이란 걸 알지 북한에선 인권이란 걸 모르고 살아요 북한 주민들이 다. 내 인권이 무엇인지. 그저 응당 그렇게 취급받아야 된다는 게 그저 북한분들의 사고 수준이야요. 한국에 오니까 인권이 보장되고 내 인권 침해당한 걸 알았는데 북한에선 몰랐어요.”
코리아 퓨처는 보도자료에서 이 미니 다큐가 “북한 형벌 체계 내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자행되는 성과 젠더 기반 폭력(SGBV)을 조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리아 퓨처] “This mini-documentary highlights the widespread and systematic commission of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SGBV) within the DPRK penal system. Through innovative visual investigations that combine advanced digital techniques such as 3D modeling and satellite imagery with survivor testimonies and investigative documentation, we aim to shed light on these critical issues.”
이어 3D 모델링 및 위성 이미지와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과 생존자 증언 및 조사 문서를 결합한 혁신적인 시각적 조사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조명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피해자·생존자를 위한 정의와 책임규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북한 수감자들이 직면한 잔인한 현실에 대해 국제사회의 긴급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는 지난달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금까지 “571건의 생존자와 목격자 인터뷰를 통해 1천 70명의 인권 침해 가해자를 식별하고 8천 718건의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 단체의 이현심 책임규명 담당 팀장은 22일 VOA에 창의적 방식을 통해 북한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강화하려는 것이 새 영상 프로젝트의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심 팀장] “이러한 새로운 기법을 통해서 좀 더 창의적인 방식의 정의 구현을 진행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향후 먼 미래의 ICC(국제형사재판소)라든가 형사 소추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맥락적인 정보를 제공할 기회도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퍼스펙티브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저희가 지금까지 조사해 왔던 이 문서화 작업들을 조금 더 풍부하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팀장은 그러면서 각국 정부와 탈북민 피해자 모두 이러한 3D 영상에 큰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과거 중국에서 강제북송 경험이 있는 영국의 박지현 인권 운동가는 22일 VOA에 영상은 문서 기록이나 육성 증언보다 영향력이 크다며 이런 노력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저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예를 들어 여기는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들이 있어서 직접 수용소를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겪었던 잔인하고 참혹한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아직 북한이 붕괴한 것도 아니고 또 북한의 문이 열려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가서 볼 수 없어요. 글로 읽다 보면 가끔은 사람들이 이해를 못 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비록 아직 가상이지만 이렇게 영상으로 생생하게 우리 탈북민들이 겪었던 그 아픔을 그대로 재현해서 사람들한테 많이 전달하기 때문에 저는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요.”
박 씨는 또한 이 단체가 이런 노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노력 자체가 피해자와 생존자에 대한 존경으로 여겨져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VOA는 이 보고서와 관련해 22일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에 입장을 질문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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