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구금시설의 고문과 비인도적 상황을 폭로하는 심층 보고서와 3차원 모델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국제사회가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김정은과 조선노동당에 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청진의 한 구금시설을 3차원(3D)으로 제작한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수감자들이 고문을 당한 장소와 강제 노역을 하며 구타당한 옥수수(강냉이) 농장 등 구금시설 내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영상에는 이 시설에서 다양한 인권 침해를 받았던 탈북 여성의 증언도 담겨 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밥상 위에다 그냥 눕혀놔요 여자들을. 비닐장갑을 끼고 여자들의 자궁에 손을 넣고 돈이 있는가 검사하는데…그 하나 갖고 70명 80명 다해요. 결국 돈을 찾아내라고. 그 기억이 제일 잊혀 안 지고…”
3D 모델 등 영상은 영국의 북한인권 조사 단체인 코리아 퓨처(한미래)가 24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아 공개한 것입니다.
이 단체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규명한 COI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북한 구금시설에서는 여전히 고문과 비인도적인 인권 침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민 269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북한의 구금시설 현황과 인권 침해 사례들을 분석한 보고서와 구금시설의 3D 모델을 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집계에 따르면 인권침해 발생 장소 206곳, 고문 피해자 1천 156명, 인권침해 사례 7천 200건 이상, 그리고 가해자는 919명에 달합니다.
특히 가해자는 사회안전성 소속이 502명, 국가보위성 소속이 321명으로, 두 기관 소속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코리아 퓨처의 김지원 조사관은 24일 VOA에 구금 시설에 만연한 고문과 비인도적 인권 침해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 것이 보고서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지원 조사관] “고문 및 비인도적 대우에 초점을 두고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강제낙태, 식량권 침해, 고정 자세 고문 등 매우 구체적이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고서에는 국제법에 위배되는 인권 침해 사례들이 자세히 설명돼 있습니다.
임신 상태에서 중국에서 강제 북송된 30대 여성 A씨가 임신 7~8개월 때 경원(새별)군의 병원에서 마취도 안한 채 강제 낙태를 당한 후 전거리교화소에 3년간 수감된 사례, 주민들의 탈북을 돕고 밀수에 관여했던 남성이 체포돼 혜산의 구금시설과 개천교화소에 수감된 뒤 식량을 제대로 섭취 못한 채 갖은 고문으로 몸무게가 60kg에서 37kg으로 줄어든 사례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구금시설에서 적어도 12 종류의 국제법 위반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형별로는 위생과 영양 등 건강권 침해가 1천589건으로 가장 많았고, 표현의 자유 박탈 1천 353건, 고문 및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가 1천 187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일반적인 형벌 시스템에서 고문과 학대는 체계적”이라며 “이런 일반 구금시설의 수감자들도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이 직면하는 고문과 학대에 버금가는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범”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We reveal that torture and ill-treatment in the DPRK’s ‘ordinary’ penal system is systematic and that many persons detained in the ‘ordinary’ penal system are, in fact, political prisoners who are subject to a risk of torture and ill-treatment comparable to that facing detainees in political prison camp”
아울러 이 보고서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발견한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고문과 학대를 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가해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북한 조선노동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런 인권 침해에 최종 책임이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 자료를 토대로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규명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김 조사관은 이런 노력의 하나로 보고서가 가해자들에 대한 표적 제재를 국제사회에 권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지원 조사관]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도입한 국가들이 책임규명을 사용하도록 저희 보고서와 데이타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글로벌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은 미국 정부가 전 세계 인권을 탄압하는 당국자와 기관, 부패한 관리들을 독자적으로 제재하도록 미국 의회가 2016년에 채택한 법으로, 유럽연합(EU)의 ‘세계인권제재 체제’를 비롯해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 여러 나라가 비슷한 법을 제정한 바 있습니다.
이 단체는 이런 인권 제재 체재를 도입한 나라뿐 아니라 최근 이에 대해 논의를 시작한 일본 의회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국제사회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국내 관할 구역에서 유사한 조항을 채택하는 것을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한미래 보고서] “Korea Future supports the National Diet of Japan’s recent efforts in discussing a targeted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 and invites all member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consider adopting similar provisions in their respective domestic jurisdictions.”
아울러 국내법에 따라 보편적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한국, 영국 등 여러 나라가 피해자들의 정의를 위해 자국 법원에서 북한의 가해자들을 기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김 조사관은 “이런 노력을 통해 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고문과 학대가 얼마나 심각한 인권 침해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북한 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수집해 공개하는 것은 북한 관리들에게 경종을 울려 추가 인권 침해를 막는 효과도 있다고 김 조사관은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