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모발 제품이 역대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로 석탄과 섬유 제품 등의 수출이 막히자 가발 등으로 활로를 찾고자 하지만, 역부족이며 북중 교역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23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은 1억9천399만4천 달러로 전월 대비 22.7% 증가했습니다.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1억6천489만8천 달러로 전월 대비 28.8% 증가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2천909만7천 달러로 전월 대비 3.1%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월 북중 교역액은 2억4천146만 달러, 대중 수입액은 2억1천870만4천 달러, 대중 수출액은 2천275만6천 달러였습니다.
5년 전 동월과 비교하면 지난달 북중 교역액과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각각 19.7%, 24.6% 감소했지만, 대중 수출액은 27.9% 증가한 것입니다.
VOA가 해관총서의 북중 교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북한의 대중 수출 1위는 가발과 가수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으로 1천684만6천 달러어치를 수출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전체 대중 수출액의 57.9%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올 들어 1월부터 4월까지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가발 등 인조 모발 제품은 7천890만6천 달러어치로 동기간 역대 최대치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에 수출한 인조 모발 제품 4천56만9천 달러의 거의 2배에 달하고, 2022년 동기(35만5천 달러) 대비 20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지난달 북한의 대중 수입액 1위는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가발 등을 제조하기 위한 양모 등 동물의 털로 1천597만5천 달러어치였습니다.
이는 북한의 전체 대중 수입액의 9.7%에 해당합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철광석과 석탄, 의류를 포함한 섬유제품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이 막혀 외화벌이에 차질이 빚어지자 가발과 속눈썹 등 인조 모발 제품 수출에 주력해 왔습니다.
북한은 중국에서 사람의 머리카락과 양모 등 재료를 수입해 가발 등을 만들어 완제품으로 되파는 역외 가공, 즉 주문자 생산방식(OEM) 형태의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6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보리가 2017년 9월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해 섬유 수출 전면 금지 등을 실시하자, 2018년부터 OEM 무역을 통해 비제재 품목인 가발과 속눈썹을 포함한 인조모발 제품 등을 중국에 수출해 왔습니다.
이 같은 OEM 무역은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2020년부터 급감했다가 지난해부터 가발 제품 등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북중 교역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정도로 수출입 격차가 나는 걸 보면, 북한이 가발에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방식으로 수출을 증대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은 섬유 무역에 대한 제재가 도입되기 전 대중 무역에서 더 광범위하게 수행했던 위탁가공 형태의 무에서 틈새 시장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t's with a gap between imports and exports of that magnitude it's clear that they're still having a hard time increasing their exports in meaningful ways still relying largely on wigs. And what I consider their efforts to find niches in the processing on commission type of trade with China that they were doing with textiles more widely before sanctions were introduced on the textile trade. (중략) So they're trying to apply what was successful with textiles before sanctions to wigs which are not sanctioned even though the market and for that the size of the market is much smaller than what it was in the textile industries that they serviced before those sanctions were imposed.”
뱁슨 전 고문은 그러나 “북한은 제재 이전 섬유로 성공했던 것을 가발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가발은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시장 규모가 섬유 산업에 비해 훨씬 작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제재로 막힌 섬유 산업 대신 가발로 그 틈을 메워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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