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차고지에 남겨진 한국 버스 수십 대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한국 측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건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관측된 현상이지만 이번처럼 차량이 한꺼번에 자취를 감춘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개성공단의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큰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VOA가 최근 개성공단의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차고지 동쪽 구역의 버스 수십 대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한 상황은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차량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드러난 빈 바닥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작년 같은 기간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과의 비교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촬영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차고지 내 버스 주차구역에 차량이 가득한 장면이 담겼지만 올해는 전체적으로 차량의 수가 확연히 줄면서 빈 주차구역이 많은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특히 화면의 왼쪽 즉 동쪽 지대의 주차구역 약 3~4개를 가득 채운 차량이 사라진 점이 눈에 띕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약 50~60대의 차량이 있던 곳이지만 현재는 10대 미만의 차량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개성공단 버스 차고지에는 남북 방향, 즉 화면 상에서 세로로 이어진 주차구역 약 13개와 가로 방향으로 된 긴 주차구역 1개가 있습니다. 각 구역에는 버스 20~25대가 주차할 수 있습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과거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던 시절 북한 측 근로자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290대를 운용했습니다.
이중 약 260대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후에도 차고지에 남겨져 줄곧 같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러다 2022년부터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무단 가동이 조금씩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일부 버스가 기존 주차구역을 이탈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후 이들 버스는 개성공단 내 공장 부지와 개성 시내 등지에서 발견됐습니다.
또 2023년에는 사라지는 버스의 수가 더 많아졌는데, 개성공단 내 한국 공장 부지에서 더 활발한 가동 정황이 포착된 시점과 일치합니다.
앞서 VOA는 지난해 8월 개성공단 내 40여 공장 부지에서 통근 버스를 발견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버스가 차고지에서 사라진 상태입니다.
버스가 사라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한 무단 가동을 크게 늘리면서 근로자 출퇴근용 버스를 더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북한이 다른 지역으로 한국 버스 수십 여대를 재배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과거 북한에선 한국이 제공한 차량이 목격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실제로 한국 언론 등은 지난해 4월 북한의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한 현대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를 포착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버스는 개성에서 약 170km 떨어진 평양 시내에서 발견됐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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