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한중 관계 중시 발언에 우려를 나타냈던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해당 발언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해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조 후보의 명확한 한미 동맹 인식을 외교부가 강조한 것은 다행이지만, 조 후보가 실제로 한중 관계를 한미 동맹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면 자신의 발언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중 관계는 한미 동맹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던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는 한국 외교부의 해명에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나는 ‘만약(IF)’ 조 후보자가 진정으로 한중 관계가 한미 동맹만큼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내 발언을 고수하겠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교부가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조 후보자가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특히 ‘만약(IF)’이란 단어를 기울어진 굵은 글씨체(Italic Bold)로 밑줄까지 치면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 stand by my comment IF Mr. CHO truly believes that the ROK's relationship with China is as important as the ROK-U.S. Alliance. All this said, I'm glad that the Foreign Ministry is clarifying Minister-nominee CHO's comments, and emphasizing the importance Mr. Cho places on the ROK-U.S. Alliance.”
해리스 전 대사는 앞서 지난 2일 미국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최근 조 후보자가 한중 관계를 한미 동맹 못지않은 중요한 관계로 표현한 것과 관련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조 후보자는 중국과 미국을 동등하게 보려 한다”면서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동등함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한국을 침략했을 때 뒤를 떠받쳐줄 동맹은 하나밖에 없는데 중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의 이 같은 우려가 VOA 등을 통해 보도되자, 한국 외교부는 4일 언론 대응 자료를 통해 조 후보자의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은 명확하다면서 조 후보자는 그동안 ‘동맹과 파트너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줄곧 표명해 왔다고 해명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이제껏 동맹 관계인 한미 관계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인 한중 관계가 같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외교부 차관과 주유엔 한국 대사를 역임한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보다 중국에 치우친 외교 정책을 펼 때도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동맹인 한미 관계와 전략적 파트너인 한중 관계는 같을 수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조 후보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같은 정책은 현실성이 없으며, 원칙 없이 필요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상대를 신뢰할 상대는 없다면서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외교에선 원칙과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외교부의 해명 가운데 특히 “(조 후보자의 발언은) 현 시점에서 한중 관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언급한 것”이란 부분과 조 후보자가 그동안 저서와 언론 기고문을 통해 “동맹국인 미국과 파트너인 중국과의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한미 동맹을 중시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그러나 자신이 오해했다는 취지의 한국 외교부의 주장은 단호히 일축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조 후보자가 한 말, 하지 않은 말, 또는 하려던 말에 대해 한국 외교부와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며 “나는 한국 신문 보도, 특히 중앙일보와 한겨레(영문판)를 근거로 논평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m not going to get into a debate with the ROK Foreign Ministry over what FM-nominee Cho said, didn't say, or meant to say. I based my comments on Korean newspaper reporting, specifically the JoongAng Daily and Hankyoreh (English language versions).”
해리스 전 대사는 관련 기사 링크까지 첨부하면서 “그 기사들에서 조 후보자의 발언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한중 관계는 한미 동맹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한미일 3국 협력에 너무 치중된 인상이 있는 건 사실이다’는 영문 기사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 articles were clear in what Mr. Cho said: “Our relations with China are as important as our alliance with the United States...” and "But the fact is that there’s a sense that we’ve tilted too far toward the US, Japan and trilateral cooperation...”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지난달 20일 인사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중국 외교 방향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이전 정부에서) 한미 동맹, 한일 관계, 한·미·일 안보 협력이 소홀해진 측면이 있어 윤석열 정부 들어 그것을 복원시키는 데 매진하다 보니 한·미, 한·일, 한·미·일 쪽에 치중된 인상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제는 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조 후보자의 정확한 발언과 영문 번역에 관한 VOA의 질의에 조 후보자는 “한중 관계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에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해 갈 방법들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며, 영문으로는 다음과 같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The Korea-China relations are also important, if not equivalent to the Korea-US alliance. Now it is time to make efforts to move the two relations forward in a harmonious way.”
앞서 해리스 전 대사가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동등함은 없다(There is no equivalency)”고 비판하자, 본래 “못지않다”는 조 후보자의 발언은 “동등하지는 않을지라도 또한 중요하다(also important, if not equivalent)”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한 것입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쯤에서 일단락짓고 조 후보자가 장관직을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Why don't we just leave it at that and let Mr. Cho start his Ministry career on a good footing?”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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