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가운데 북한의 군축 협상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역내 정세를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북 핵 프로그램의 일부라도 인정하면 당장 한국, 일본, 타이완 등에 ‘핵 도미노’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의 핵 개발은 제재의 실패가 아니라 협상의 실패라는 ‘대화 회의론’도 제기됐습니다. 30일 VOA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과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북한과의 핵 협상 전망은 이미 암울했는데 이번 조치로 얼마나 더 난항을 겪을까요?
스콧 스나이더 국장) 북한은 비핵화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 가능성은 훨씬 낮아졌죠. 미북 간 갈등을 다루기가 전보다 더 힘들어진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통일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조만간 비핵화를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원칙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습니다. 북한이 이제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이상 미국이 지난 30년 동안 요구해 온 것과 같은 종류의 비핵화를 계속 요구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미국의 비핵화 요구는 희석되지 않을까요?
앤서니 루지에로 전 국장) 우선 북한 비핵화는 유엔의 요구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런 요구는 모든 유엔 대북 결의안에 들어있죠. 단기적으로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불행히도 매우 매우 희박합니다. 하지만 향후 5년, 10년, 15년 동안 북한 지도부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 핵 프로그램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알 수 없고요. 따라서 비핵화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북한을 제재하지 않고 빈둥거려선 안 됩니다. 당장은 제재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미북 협상이 북한이 원하는 위협감축과 군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루지에로 전 국장) 일각의 주장처럼 북한 핵 프로그램을 공식 인정하고 군축 협상을 할 때 위험한 것은 그것이 한국의 핵무장 요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겁니다. 일본, 타이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고요. 유감스럽게도 이런 나라들은 계속 늘어납니다. 핵보유국 인정은 북한과의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닙니다. 북한 핵 프로그램을 공식 인정할 경우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진행자) 비판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미일과의 협력에 집중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더 유화적이었던 전임 한국 정부는 강압적으로 대했고 윤석열 정부에는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요?
스나이더 국장) 한국이 미한 동맹의 토대 위에서 중국을 상대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중 관계에 구조적 어려움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한국의 진보와 보수 정권 모두에 도전을 제기합니다. 첫째, 상대방에 대한 한중 양국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둘째, 양국 관계에 대한 주된 접근법으로서 ‘상호존중’의 정의가 서로 다릅니다. 셋째, 중국이 한국을 변방국이 아닌 글로벌 중추 국가로 인식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진행자) 시 주석은 2014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방한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죠. 북러 밀착에 상당한 타격이 되지 않을까요?
루지에로 전 국장) 글쎄요. 북한은 제재 회피와 그 밖의 다른 활동을 하는 데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는 북한 노동자 2만~10만 명이 있는데 북한은 그것만으로도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설명입니다. 석탄 무역 등은 말할 것도 없고요. 따라서 북중 관계는 항상 굳건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옳은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역내 다른 나라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중국과의 연대는 실수입니다. 한국은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고 영향력과 힘을 가지고 중국을 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루지에로 국장께선 북중 관계가 항상 강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습니다. 둘 사이에 모종의 갈등이 있는 건 아닐까요? 북한은 항상 중국과 러시아를 서로 경쟁시키면서 국익을 챙겼었죠.
스나이더 국장)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대표단을 안 보낸 건 하나의 기준점일 뿐입니다. 더욱 폭넓게 다른 기준점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은 김정은이 중국 고위급 대표보다 러시아 국방장관에게 훨씬 더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죠. 지난 7월 27일 소위 ‘전승절’ 열병식 때 그랬습니다. 김정은은 냉전 시대 때 자신의 할아버지가 구현했던 역학관계를 되살리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김일성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실리를 취했죠.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루지에로 국장이 언급한 여러 이유를 감안할 때 그런 관계가 재현될지 모르겠네요.
진행자) 중국이 북러 연대 쪽으로 다가가는 걸 망설일 수 있다고 보세요? 북러는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하고 있고 중국으로선 미한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스나이더 국장) 저는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고자 합니다. 미국은 거의 북러 정상회담의 대변인처럼 행동하려고 사전에 정보를 활용했죠. 미국은 전면에 나서서 북러를 지목하고 망신 줬습니다. 이 방법을 쓴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제한하는 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정은과 푸틴은 수치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목해 망신 주는 방식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이 한덕수 총리를 만난 것은 북한에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김정은-푸틴 회담에 대해 화가 났다는 거죠. 시 주석이 거의 10년만에 한국을 방문하면 북한이 큰 타격을 받지 않겠습니까?
스나이더 국장) 시 주석이 그런 신호를 보낸 것일 수 있습니다. 현재 북중 관계에 대해 우리가 모르는 게 많을 것입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김정은과 시진핑은 서로 최고의 ‘펜팔’ 사이인 것 같았죠.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특히 시 주석이 과연 한국을 먼저 방문할 것인지 말이죠. 이것은 중요한 조치가 될 텐데, 미국과 한국이 중국과 함께 대북 조치와 관련해 검토해 볼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략적 환경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미중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말이죠. 비록 잠재적으론 미중간 이해가 북한 문제에서 겹칠 수 있지만 다른 많은 현안도 있고, 더 큰 맥락에서 볼 때 북한 문제만 떼어내 진전을 이루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진행자) 북러 밀착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돈줄을 조여야 한다고 하셨죠. 하지만 미국의 역대 정부들과 의회도 비슷한 구상을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북한을 더 옥죌 수 있을까요?
루지에로 전 국장) 결국 제재 이행의 문제입니다. 법을 통과시키거나 안보리 결의를 통과시키는 것과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안타깝게도 말씀하신 것처럼 전임 정부 때인 2018년부터 제재가 위축됐습니다. 양적인 측면 즉 신규 제재 숫자를 보면 의문이 생깁니다. 또 질적 측면 즉 미국이 추적하는 불법 거래 유형을 볼 때, 충분히 추적하지 않고 있고요. 바이든 정부는 중국 내 북한인들이 운영하는 거래망을 추적하면서 중국 기업들, 은행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정작 그 기업들과 은행들은 추적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뒤쫓는 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앞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얘기했는데요. 지금이야말로 김정은의 돈줄을 추격해 그가 전략적 우선순위인 핵, 미사일, 엘리트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푸틴 지원을 택할지 결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인접 국가끼리 물품을 주고받는 데 영향을 미칠 순 없겠지만 김정은의 셈법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제재 이행이 여전히 핵심이라면 큰 틀의 접근법은 이전과 동일하다는 것이네요. 결국 같은 전제, 같은 조건 아래 있는 제재를 이행만 더 잘하면 된다는 말씀인가요?
루지에로 전 국장) 우리가 북한 핵 문제를 다룬 지난 15년, 20년 동안 북한에 다양한 제재를 가했습니다. 우리는 제재 이행보다 협상에 집중했고 2016, 2017, 2018년에만 제재를 제대로 이행했습니다. 2017년 유엔에서 북한과의 석탄 거래를 금지한 게 가장 좋은 예입니다. 그것이 이행돼야 하는 것입니다. 유엔이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북한이 ‘석탄을 더 이상 수출하지 못하겠군’ 하면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대신 북한은 오히려 중국에 위장회사를 세우고 불법 선박 간 환적을 하죠. 중국엔 북한을 기꺼이 도우려는 협조자가 있습니다. 미국이 적극 나서서 제재를 이행해야 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본질적으로 마비 상태죠.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2016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겁니다.
진행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의 위성 개발을 돕겠냐는 질문에 바로 그 이유로 우주기지에 김 위원장을 초대했다고 답했죠. 한국도 러시아 도움을 받아 위성 발사하는 데 오래 걸렸듯이 북한도 러시아 기술을 전수받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단기간에 쉽게 전수될 수 있다고 보세요?
스나이더 국장) 북한이라는 나라를 볼 때 기술 이전과 기술 습득에는 차이가 있죠. 기술 이전 자체가 그렇게 어려울지 확실히 모르겠네요. 그런데 북러 정상회담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김정은이 무기 공장들을 방문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과 푸틴은 독재자들입니다. 그들은 선전기구를 장악하고 있고 마음대로 메시지를 발신합니다. 솔직히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과 한국을 어느 정도 자극하려는 것 같습니다. 북러는 상호 불신에 기반한 관계이니까요. 김정은과 푸틴 모두 측근도 믿지 못하는 데 하물며 다른 사람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두 사람이 현재의 관계를 어느 수준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요? 물론 과소평가하진 말아야겠지만 과대평가해선 안 되겠습니다. 푸틴이 발신한 향후 북러 관계에 대한 신호에는 연극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진행자) 루지에로 국장이 언급한 3년을 제외하고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대북 제재에 실패했습니다. 정부의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제재 정책이 근본적으로 실효성이 없기 때문인가요?
루지에로 전 국장)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난 15~20년 동안 우리는 북한과 협상을 시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기간 숫자를 살펴보죠.
진행자)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다는 말씀이네요.
루지에로 전 국장)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제재가 100% 완벽할 수는 없죠. 러시아 제재에도 허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제재는 그런 허점을 메우려고 한다는 게 대북 제재와 다른 점입니다. 대북 제재의 경우 2018년 이후에도 이전에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죠. 조지 W 부시 정부가 협상을 시도할 때도 그랬고 오바마 정부는 북한을 7년 동안 무시하면서 제재도 이행하지 않았죠. 당시 제재의 양과 질 모두 2016, 2017, 2018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칩니다. 물론 제재 효과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죠. 그렇다면 대북 제재뿐 아니라 대북 협상의 효과에 대해서도 논의했었어야죠. 지난 20년, 30년간 대북 협상은 확실히 실패했으니까요.
스나이더 국장) 저는 의견이 약간 다릅니다. 루지에로 국장의 말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2017년 당시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는 더 이상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안보리는 마비됐고 북한은 자체 격리 중에도 제재와 관련해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력과 생존력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발 물러나 현재 방식의 제재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효성을 더 높이고 새로운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응해서 말이죠.
진행자) 다른 성공 사례를 꼽자면 북한을 불안에 떨게 했던 방코델타아시아 제재입니다. 당시 외교를 우선시하는 국무부와 혁신적 제재 아이디어를 내놓은 재무부 사이에 긴장이 있었죠. 지금도 대북 제재와 관련해 국무부와 재무부 사이에 근본적인 긴장이 있나요?
루지에로 전 국장) 전현직 대통령 때 모두 메시지는 최고위층에서 내려옵니다. 그들은 대북 정책을 더 넓은 아시아 전략 아래 두고 지금은 ‘러시아 전쟁’ 맥락 속에 두죠.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유엔 제재가 주요 수단이었지만 그것은 미국 제재에 의해 이행됐고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미국 법을 위반하는 중국 은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할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합니다. 중국 은행들은 2016~2018년 그런 위험에 처했을 때 북한이 아닌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을 택했죠. 지금은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미북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이죠. 방코델타아시아는 정말 옛날얘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부시 행정부 2기 때 제재 정책을 실제로 운용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이 시리아에 원자로를 짓고 협상에 응하지 않았을 때 말이죠. 우리는 BDA 이후엔 제재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북한에 끌려다니며 협상에 심혈을 기울였고 다음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죠. 따라서 제재의 실패라기보다는 협상의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재무부가 당장 오늘 중국 대형 은행을 제재한다면 어떤 영향이 있겠습니까?
루지에로 전 국장)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것은 중국의 대형 은행이 아니라 중소형 은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진행자) 소형 은행에 대한 제재는 중국과 북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텐데요?
루지에로 전 국장) 2017년과 2018년 우리가 ‘단둥훙샹실업발전’과 그 외 중국 금융기관들을 제재했을 때 효과가 있었습니다. 억지력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중국 금융 네트워크의 작은 부분을 추적하면 대형 은행들이 주목합니다. 그 작은 부분이 북한과 계속 거래하면 결국 미국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는 건 중국 대형 은행들이니까요. 우리는 지금 전혀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멀리 있죠. 중러, 북러 거래망 전체를 추적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3월 말 북러 거래에 관여한 개인 한 명을 제재한 뒤 몇 달을 또 기다렸죠. 4개월 만에 그 개인의 기업을 제재했는데 그전에도 엄연히 존재했던 기업입니다. 전략적으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는 걸 말해주죠. 대북 제재와 관련해 저는 북한과 관련한 모든 것을 추적할 것을 제안합니다. 재무부에 두세 명, 국무부에 두 명 전담 인력을 두고 추적하는 거죠. 물론 이것은 하나의 접근법이지만 지금은 아무 접근법도 없습니다. ‘오늘 한 명 명단에 올렸고 대북 제재에 대한 숙제를 마쳤다’는 식으로 하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스나이더 국장) 저는 루지에로 국장이 바이든 정부의 전반적 외교 정책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를 매우 정확히 묘사했다고 봅니다.
진행자) 북한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추방했습니다. 국무부는 신병 인계가 북한과의 외교적 돌파구를 예고하는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했고요. 이런 사건으로 외교적 기회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뜻일까요? 아니면 거듭 대화를 거부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회의감을 드러낸 걸까요?
스나이더 국장) 미국은 예전부터 민간인 송환을 외교와 분리하려고 해 왔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 석방을 이끌었고, 2015년에는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방북해 억류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협상했죠. 미국은 인도주의적 접촉과 정치적 요소를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국무부의 신호도 이와 동일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어떤 셈법으로 킹 이병을 석방했을까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계산이었을까요?
루지에로 전 국장)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킹 이병이 월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뒀을까에 집중했습니다. 킹 이병은 한국에서 저지른 다른 사건들 때문에 원래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어야 했죠. 따라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의 경우 처음에는 현역 군인이 비무장지대를 넘어 월북한 데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그가 매우 낮은 계급일 뿐 아니라 한국에서 저지른 사건 때문에 오랫동안 군 복무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파악했을 것입니다. 북한에 아마도 가치가 없었을 것이고 미북 간 긴장과는 별개의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다행히 미국의 이익대표국이 있었고 중국 내부에서도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데 대해 미국과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북한에 경고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무력시위를 펼쳐야 한다고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북한이 이전에 취한 행동에 대응해 우리는 이미 확장억제 강화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핵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국가라는 점을 헌법에 다시 각인한 것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꼭 행동에 나서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의 그런 식의 접근법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구두로 경고할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까지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NSC 선임국장과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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