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이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에 미국이 규제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기술이 이용됐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호주 총리가 20년 만에 필리핀을 방문한 가운데 양국이 관계를 격상하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에 새로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화웨이가 지난달 말, 5G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깜짝 출시했는데요. 지금 중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메이트 60 프로’가 미국이 규제하고 있는 첨단 반도체 칩을 탑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가 꽤 오랜만에 스마트폰을 내놓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메이트 60 프로’는 3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입니다. 화웨이는 지난 2020년부터 미국의 수출 통제로 14나노미터 이하급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해왔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출시한 ‘메이트 60프로’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에 7나노급 반도체가 탑재됐다는 업계의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나토미터는 10억 분의 1미터를 뜻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은 크기인데요. 7나노미터라는 건 미세회로 선폭이 7나노미터라는 소리입니다. 그만큼 최고의 정교한 기술력을 요하는 건데요. 현재까지 7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곳은 한국 삼성전자, 타이완의 TSMC, 미국의 인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나노급 반도체는 특히 인공지능과 군사용으로 폭 넓게 쓰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어서 미국이 ‘나쁜 손’에 들어가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분야입니다.
진행자) 화웨이는 그간 반도체 생산을 위탁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위탁생산업체) ‘SMIC’과 협력해왔습니다. 하지만 SMIC 역시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승인이 없으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14나노 안팎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해왔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는 중국 기업이 미국의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자체 기술로 최첨단 사양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 정부 안에서는 미국의 규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 더 많은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정확한 시기를 말할 수는 없지만 몇 달씩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신중하게 이 문제를 들여다 보고 싶고,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있으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보다 분명히 파악한 후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도 중국이 새로운 칩을 만들기 위해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한을 우회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그 성격과 구성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상무부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6일, SMIC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게 분명하다며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미국의 기술 없이 생산될 수는 없을 거라면서, SMIC가 상무부 규칙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미국의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 쪽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화웨이 측은 ‘메이트 60 프로’에 사용된 기술이나 부품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IT 업계가 신제품을 공개하고 성능을 홍보할 때는 어떤 첨단기술이 쓰였고 어떤 부품이 들어갔는지 등을 설명하는데요. 화웨이의 태도 때문에 의혹이 더 커지는 양상입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억지스럽게 중국 기업을 탄압하고, 자유무역 원칙과 국제 경제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발전은 제재, 억제, 탄압, 저지할 수 없으며, 중국의 자립자강과 과학, 기술혁신 결심을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미국 애플사 스마트폰인 ‘아이폰’ 금지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 당국이 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해당 조처가 실제 이행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오닝 대변인은 “어떤 국가의 상품, 서비스든지 중국의 법규에 부합하면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한 국가가 국가안보 개념과 민의를 남용해 중국 기업을 탄압, 억제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반도체 논란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호주 총리가 필리핀을 방문했군요?
기자) 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8일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호주 총리가 필리핀을 방문한 건 20년 만의 일입니다.
진행자) 최근 인도태평양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행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호주는 특히 미국,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안보협력체인 ‘AUKUS(오커스)’에 참여하고 있는 나라고요. 또 미국, 일본, 인도와 더불어 ‘QUAD(쿼드)’ 안보협의체 일원으로서 역내 안보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남중국해에서 부쩍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필리핀을 방문해 이목이 쏠렸습니다.
진행자) 앨버니지 총리의 필리핀 방문 중 어떤 가시적 성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앨버니지 총리와 마르코스 대통령은 8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정상은 또 국방장관 회담을 정례화하는 등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 자리에서 “호주는 필리핀을 포함해 동맹국들과 함께 주권이 지켜지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과 호주의 긴밀한 관계는 역내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필리핀과 호주가 합동군사훈련을 한 적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은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함께 3국 간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한 훈련이었는데요. 열흘간 진행된 이 훈련에 호주와 필리핀은 각각 2천 명 병력이 동원됐고요. 미국은 소수의 해병대원이 참가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남중국해 거의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알파벳 ‘U’자 형태의 임의의 선을 그어놓고, 선 안쪽에 해당하는 해역, 즉 남중국해의 거의 90%를 자국 영해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주장은 지난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근거 없다’는 패소 판결을 받았는데요. 하지만 중국은 이 판결을 무시하고 역내 국가들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이 바로 PCA에 제소한 당사국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리주의를 내세우며 친중국 행보를 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임 정부 때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덜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고요. 지난 5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한 때 소원했던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앨버니지 총리는 PCA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8일) 기자회견에서, PCA 판결을 지지한다면서 “그 판결은 최종적이며 구속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였습니다.
진행자) 앨버니지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군요?
기자) 네. 바로 하루 전인 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나온 소식입니다. 앨버니지 총리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 뒤 기자들에게 리 총리의 초청으로 “올해 말 중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리 총리도 앨버니지 총리가 연내 베이징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는데요. 구체적인 일정은 상호 합의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아시아 대륙 최대 스포츠 대제전이죠. 아시안게임 개막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군요?
기자) 네. 제19회 아시안게임이 오는 2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막을 올립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끝나고 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큰 스포츠 축제이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 5년 만에 열리는 대회라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아시안게임의 공식 명칭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인 게 눈에 띄는군요.
기자) 네.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이 있는데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원래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당시 중국 내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아시안게임을 1년 연기하기로 했는데요. 그런데 명칭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올림픽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코로나 팬데믹의 한복판에 있던 시기로, 국제 사회에서는 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오랜 논의 끝에 대회를 1년 후로 연기하면서, 명칭은 그대로 ‘2020 도쿄 올림픽’을 사용했었습니다.
진행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단 규모가 상당하다고요?
기자) 네. OCA에 따르면 아시아 역내 45개 국가와 지역에서 1만2천4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는데요. 이는 도쿄 올림픽 때 참가했던 선수보다 더 많은 것입니다. 도쿄 올림픽 때는 약 1만1천 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고로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 예상 선수도 약 1만500명으로 더 적습니다.
진행자) 이번 아시안게임에 불참하는 나라도 있습니까?
기자) 중국 당국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지난 6월, 개막 100일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했었는데요. 당시 OCA에 등록된 45개 국가와 지역이 모두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도 OCA 회원국인데요. 당시 조직위가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출전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쿠데타 군부의 인권 탄압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미얀마도 이번 대회에111명의 선수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경기 종목은 몇 개나 됩니까?
기자) 수영, 양궁, 육상, 배드민턴, 야구, 축구, 농구, 권투 등 40여 개 종목입니다. 선수들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총 481개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텐데요. 아시안게임의 전통적 강호는 일본, 중국, 인도, 한국, 이란 등이 꼽힙니다.
진행자) 이제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경기장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기자) 네.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게임은 총 56개 경기장에서 열리는데요. 12개 경기장은 신축했고, 개보수 경기장과 임시 시설이 44개라고 합니다. 중국 관영 매체는 경기장 또는 훈련장에 들어간 비용이 총 14억 달러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아시안게임과는 별도로, IOC와 OCA 간에 껄끄러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 7월, OCA 새 의장으로 쿠웨이트 출신의 셰이크 탈랄 파하드 알아흐마드 알사바 씨가 선출됐는데요. IOC가 이례적으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셰이크 탈랄 씨는 OCA에서 오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전 OCA 의장의 동생인데요. IOC는 사바 전 의장이 선거에 개입해 부정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셰이크 탈랄 씨는 물러설 의사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일각에서는 스포츠계에 벌어지는 권력 암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오는 2025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