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일본이 캠프데이비드에서 3자 정상회담을 진행한 가운데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려면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 노력 등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결단 없이는 이번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차기 정권들이 이를 번복할 우려는 남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19일 VOA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제프리 호넝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한국, 일본은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우선순위는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 나라의 우선순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제프리 호넝 선임연구원) 먼저 유사점을 살펴보면요. 북한에 대한 우려와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관련 사안에서 각국의 우선순위는 다릅니다. 미국과 일본은 전략 문서와 성명에서 비슷한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략적 도전이든 추격하는 위협이든 장기적인 위협이든 말이죠. 한국의 공개 성명이나 전략 문서에선 비슷한 용어를 잘 보지 못합니다. 우선순위에서 차이를 보이는 분야가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호넝 선임연구원이 언급한 것처럼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우려 대상 혹은 위협으로 인식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입장이 정말 더 복잡하다고 평가하세요?
스콧 스나이더 국장) 역사적으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번 정상회의와 정상들의 성명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놈펜에서 나온 3국 성명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3국 간 차이가 줄었다는 것입니다. 미국, 일본, 한국 사이에 더 많은 집합점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매우 가까워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됐죠. 한국은 이걸 관리해야 하고요. 또한 역사적으로 한중 간 상호작용에서 한국은 중국의 목표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국토 면적의 차이 때문이고 한중 관계 속 한국의 위치 때문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전 세계에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밀접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요. 미국, 일본, 호주가 모두 중국에 맞서고 있는데 왜 유독 한국만 특수성이나 예외성을 인정받으려 할까요? 이게 공정하다고 보세요?
호넝 선임연구원) 공정하냐고 질문하셨는데요. 꼭 한국의 경우를 지적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나 오세아니아 섬나라들을 보면 그들도 중국과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니까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유지하려고 하고요. 양국과 모두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중국에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게 된 건 기껏해야 10년, 아마 15년쯤밖에 안 됐습니다. 중국의 도발이 증가하고 일본의 이익에 반하는 발언이 늘어나는 데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이죠. 또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본의 국가 이익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일본은 그래서 반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건 지난 10~15년 사이에 일어난 최근의 현상인 거죠.
진행자) 국제적인 대중국 연대에 한국이 더 참여해야 할까요?
스나이더 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공동 가치와 보편적 자유 측면에서 제시한 것을 볼 때 한국이 왜 그런 연대에 다가오는지 이해할 만합니다. 또 미국, 일본과의 공조에 있어서 윤 대통령의 목표와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거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는 수단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공조 없이는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한국 야권에서는 미한일 공조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한국의 대중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국이 한국에 보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사드 문제는 그대로인데도 말이죠. 반면 중국 친화적이라고 불리던 문재인 정부 당시 중국은 한국에 대한 어떤 제재도 풀지 않았는데요. 이건 한국이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요?
스나이더 국장) 중국 정책에 있어 불가피하게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한국 내 논쟁을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 여론은 변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중국에 대해 불안해하고 우려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이 논쟁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이런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한국은 혼자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이 제공하는 발판에서 중국을 다루는 것이 더 나은가?” 대중국 정책에 있어 한국의 독자 행동보다 미국과의 협력이 목표 달성에 더 유리하다는 건 꽤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중국은 한국, 일본과 관계 강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이 잇단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 간 그리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 말이죠. 중국의 초조함을 보여주는 신호일까요?
호넝 선임연구원) 중국은 과거에도 항상 미국과 동맹을 떼어내려고 했죠. 그들을 분열시키거나 다른 문제를 제기하려 했습니다. 세 나라가 다른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고 가까워지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일입니다. 중국이 성명을 통해 3국 협력을 일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모임으로 비판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죠. 중국도 약간 불안해하는 게 분명합니다. 상대가 더 큰 규모로 뭉치고 더 큰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중국이 한국, 일본 측과 더 많은 만남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불안감 때문일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 중국, 러시아는 미한일 공조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중러 동맹이 얼마나 강하다고 평가하세요? 사실 미한일 공조라는 외부 변수만 없다면 북중러가 우호 관계를 유지할 동기는 별로 없는 것 아닌가요? 그들이 실제로 미한일에 큰 위협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스나이더 국장) 북한, 중국, 러시아의 3국 협력은 비교적 초기 단계라고 봅니다. 부분적으론 미국, 한국, 일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대응으로 보이고요. 맞습니다. 북중러 협력의 토대 측면에선 균열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는 북한이 부분적으론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상쇄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 가지 요인이죠. 하지만 북중러 3자 협력은 꽤 명확합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 중국 인사와 러시아 국방장관을 한국전쟁 정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 초대하면서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냈죠. 북중러 협력이 대항의 일환이라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독자 대응이 세 나라의 기본 행동 방식이긴 하지만요. 그들은 집단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실제로 3국 협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진행자) 1월에 발표된 CSIS 보고서는 워게임을 통해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경우의 전황을 예측했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을 점령하지 못하고 막대한 손실을 본다는 결과가 나왔죠. 동시에 미국도 큰 피해를 입는다는 분석이고요. 한국이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요. 미국이 ‘지역 안보를 위한 미한일 협력’을 거듭 강조하는 건 인도태평양 분쟁에 한국도 참여하라는 미국의 압박 아닌가요?
호넝 선임연구원) CSIS의 워게임을 비롯해 워싱턴에서 실시되는 다른 워게임은 그저 시뮬레이션일 뿐입니다. 저는 평시에서 유사시에 이르기까지의 3국 안보 협력 강화를 중요하게 보는 편입니다. 따라서 평시의 미한일 협력 강화는 신호 발신과 억제 노력에도 중요하지만 군사, 경제, 외교 진전 등 모든 영역에서 중요합니다. 따라서 평시의 3국 공조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다양합니다. 타이완이든, 한반도와 무관한 그 어떤 곳에서든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미국은 다양한 것을 원할 것입니다. 한국, 일본을 통한 병참 자산의 이동을 원할 수도 있고 한반도나 일본의 미군 자산 활용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군이나 일본 자위대에 대한 참전을 요청할 수도 있죠. 이처럼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타이완 분쟁 참여 여부를 3국 협력 성공의 잣대로 삼지 않을 것입니다. 평시부터 유사시까지 3국 협력 강화가 실제로 억지력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 관련 사안에서도 말입니다.
진행자) 이번 정상회의에선 3국 간 새로운 안보 유대가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한국이 정말 개입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한국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일본이 영토적 야욕 없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호넝 선임연구원)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우선 일본이 비상사태에 처한다면 아마도 타이완이나 일본 서남 제도와 관련된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은 북한의 활동과 북한 내 중국의 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역량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적인 역할에 있어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봅니다. 일본 서남 제도가 공격받는다고 할 때 말이죠. 반대로 한국의 유사 상황 즉 정전협정이 깨지고 미군이 참전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일본 정찰자산이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일본의 중요한 역할은 일본에 있는 유엔군 사령부 후방 기지에 대해 주둔군 지위 협정을 맺는 것입니다. 유엔군이 일본을 통해 병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것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맡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진행자) 미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전임 정부와 확연히 다른 접근법을 취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비난과 사죄 요구의 대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강조했죠. 이런 입장이 한국과 역내 안보, 나아가 미한일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한일 관계 정상화는 이번 3자 정상회의의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미한일 정상회의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 없인 성사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인 워싱턴 국빈 방문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초청이라는 혜택을 얻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글로벌 위상이라는 측면에서 더 나아가고자 한다면 미국, 일본과의 굳건한 관계는 암묵적인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국내의 정치적 장애물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대중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일 관계 강화는 여전히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3국 공조에서 나타난 진전과 그 공조의 제도화가 이런 우려 극복에 도움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결국 역사 문제를 덮는 것만으로 윤 대통령이 성공할 순 없을 것으로 봅니다. 오히려 ‘과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래를 다뤄야 한다’는 관계의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국민의 지지와 합의를 얻으려면 이 공식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으로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일본이 유엔군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했는데요. 전례 없는 이 같은 접근 방식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호넝 선임연구원) 일본의 입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을 보면요. 매번 일본 관리들은 일본의 한국 강점에 대한 비판이나 유감 표명과 같은 것을 예상해야 했죠. 그리고 이런 일은 대개 한일 관계에 일종의 차질을 빚었고요. 그런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 일본인들은 안도의 숨을 내쉰 정도가 아니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스나이더 국장께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에선 윤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인식합니다. 윤 대통령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위해 엄청난 정치적 결단을 보여줬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상황이 후퇴할 수 있다는 신중한 우려도 일본엔 있습니다. 일본 관리들은 2015년 한국과 맺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합의가 몇 년 후 어떻게 후퇴했는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일본은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때문에요.
진행자) 그런데 한국 야당은 윤 대통령이 일본과 협력하는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합니다. 역사 문제를 제기하면서요. 윤 대통령의 새로운 접근법을 친일로 비판하는 시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스나이더 국장) 한국에선 누군가를 특정 국가에 친화적 인물로 묘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친일이라는 건 다소 위험한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모두 한국의 국익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전진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기준으로 말이죠. 그러나 진보 진영에서는 과거사 문제 해결과 관련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일본 정책 목표가 윤석열 정부하에서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반발은 정확히 그래서 일어났을 것입니다. 국내 정치 양극화의 요인이 된 것이죠. 일본 문제가 한국 국내 정치와 구분될 수 있는 기회 대신에 말이죠.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한국 국내 정치와 분리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이 역사적으로 일본보다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지켜보셨을 텐데요. 한국이 중국의 침략이나 역사 왜곡, 영유권 주장에 대해선 거의 반발하지 않으면서 왜 유독 일본에 대해선 심하게 비판한다고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일본과 중국에 대한 한국의 대응과 관련해 제가 주목하고 싶은 건 일본을 비판해도 일본의 보복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걸 한국인들이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건 미일 동맹의 존재 속에 포함돼 있고 미국, 일본, 한국이 어느 정도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죠. 반면 중국이 얼마나 보복할지에 대해서는 한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중국에 대한 자체 검열입니다. 가끔 그 자기 검열이 깨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이 한반도를 침략한 횟수’라는 표현을 자주 듣습니다. 그 횟수는 매우 많습니다. 이건 한국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국제 지정학적으로 당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데 대해 예민함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프리 호넝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