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오는 18일 미한일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방어 등 3국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한일 정상회의 정례화에 대해서 3국 간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태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미한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3국 정상이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포함해 미사일 방어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실장은 4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 관련 회의 참석차 떠나기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조 실장은 이번 3국 정상회의가 “실로 의미가 큰 외교적 회의”라고 강조한 뒤 “인도태평양 지역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형국에서 이 지역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 규범에 입각한 질서, 번영 추구를 위한 목적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그만한 능력을 갖춘 3국 정상이 따로 만나서 집중적으로 협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번 협의가 잘 돼서 인태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커다란 플러스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3국 안보 협력도 한 단계 더 높은 단계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실장은 미한일 정상회의 정례화에 대해선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어서 정상들 협의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대사는 앞서 3일자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한일 정상회의가 “역사적인 회의가 될 것이고 지역에 있어 전략적 전환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회의가 매년 1회 정례회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국은 인태 지역에서 소다자안보체제로 미한일 3자 협력체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한일 정상회의 정례화는 그런 목표를 향한 수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이것을 제도화한다는 것 자체는 추가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체를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내겠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제도화, 정례화가 중요하다고 보여지고.”
이는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하고 북중러 연대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북 확장억제와 인태 지역 안보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더 긴밀한 미한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 실장은 또 3국 정상 간 ‘핫라인’ 구축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에 대해선 “핫라인은 오래된 개념으로, 그런 표현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3국 정상 간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일 정상회의의 정례화, 나아가서 3국 협력체를 제도화하는 데 소통채널을 만드는 것은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다만 여전히 민감한 한일 양국 관계를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3국 정상 간 실시간 소통체계 구축은 위험에 대한 공동 대처와 협력 강화를 위한 상징적이면서도 실효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특히 한일 관계가 불편했었지만 지금 복원이 됐고 그래서 한미일 3 정상이 언제든 즉각 통화가 가능한 그런 시스템,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안보적 측면에서나 3국 관계 발전을 위한 조치 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가운데 북한은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막대한 군사원조 지원 발표에 대해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위험한 짓을 계속하다가는 반드시 만회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맹영림 북한 외무성 중국담당 국장은 4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담화에서 “최근 미국이 타이완에 대한 ‘무기원조 일괄안’이라는 것을 발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또 다른 전쟁 발화점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는 미 행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3억4천500만 달러 상당의 타이완 군사지원 방안을 겨냥한 겁니다.
맹 국장은 또 미국의 조치는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고 주권침해라며, 중국의 통일을 위한 타이완에 대한 어떤 조치도 지지한다고 노골적인 편들기에 나섰습니다.
이번 담화는 북한이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에 반미를 매개로 중러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중국이 또 러시아가 걸려 있는 이해관계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외교적 지지 입장을 보내는 것 뿐만 아니라 거기에 대해서 일정 부분 대변해주는 역할 또 공세적으로 대응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북중러 연대전선을 보다 강화하고 대미 대응으로서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 이렇게 일종의 관리를 하고 있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해 북한이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혐의를 의식한 반응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이중잣대’라는 주장을 통해 자신들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혐의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은 계속해서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안했다고 얘기를 하지만 왜 자신들은 안했다고 얘기를 하고 정당하게 얘기를 하는데 왜 미국은 대만에 무기 지원을 하느냐, 그러니까 이게 정당성과 명분 차원에서 미국이 잘못하고 있다는 그 논리를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 거거든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앞서 지난달 25~27일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 기념행사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단독회담을 한 데 이어 러시아 군용기가 최근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 간 군사 협력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