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서 전투기로 100회 이상 출격하며 많은 전공을 세웠던 유진 메클링 주니어 전 미 공군 대령이 지난달 타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미 최대 한국전 참전용사 단체는 해마다 회원 1천 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동부 메릴랜드의 지역 신문인 ‘스타 데모크랫(The Star Democrat)’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유진 메클링 주니어 전 대령이 지난달 7일 타계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참전 등으로 많은 훈장을 받았던 그가 98세의 일기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습니다.
미 국방부와 의회도서관에 따르면 메클링 주니어 전 대령은 1951년부터 이듬해 말까지 미 공군 제49 폭격 비행단 소속으로 한국전에 참전해 F-84 전투기를 몰고 100회 이상 출격하며 많은 전공을 세웠습니다.
특히 공산군의 주요 시설을 폭격해 ‘불사조’란 별명까지 얻어 수훈비행십자훈장까지 받았던 그는 전후 64년만인 2017년 한국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한한 뒤 한국 공군의 주력기 F-15 전투기에 올라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메클링 주니어 전 대령은 2년 전 VOA와의 인터뷰에서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기억과 한국의 발전상에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며 한국전 참전에 큰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메클링 전 대령] “I think South Korean people have done a marvelous job in developing their own democracy. I'm very, very proud of the fact that I served there to help get you started and keep you free of communism”
한국인들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놀라운 일을 했으며, 자신은 공산주의로부터 한국인들을 지켰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것입니다.
메클링 주니어 전 대령 같은 한국전 영웅들이 하나둘씩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북한 공산군의 침공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넘으면서 노병들도 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세상을 속속 떠나는 것입니다.
지난해 4월엔 또 다른 전쟁 영웅 윌리엄 웨버 전 육군 대령이 향년 97세로 타계했습니다.
공수부대 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한 그는 1951년 원주 전투에서 중공군의 폭격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고도 끝까지 대원들을 이끈 뒤 재활 치료 후 다시 현역으로 복귀해 전우들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전역 뒤에는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으로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 내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에 앞장서는 등 미한동맹의 상징적 인물로 존경받았습니다.
한국전쟁 기념공원 내 ‘19인 용사상’의 실존 인물로도 알려진 그는 지난 2021년 한국의 현충일을 맞아 보훈부에 보낸 영상 추념사를 통해 미국에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한 참전국 국민이 한국인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전우일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 역시 형제자매가 됐다”며 “같이 갑시다”라고 외쳤습니다.
[녹취: 웨버 전 대령] “And we have become not only Brothers in Arms militarily, but brothers and sisters as people together. To my Korean Brothers in Arms and to their families 같이 갑시다!”
웨버 전 대령의 타계 3개월 전인 지난해 1월에는 한국전 금화지구 전투에 대대장으로 참전했던 존 싱글러브 전 유엔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이 100세의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싱글러브 장군은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 백악관에 소환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계획은 이후 여러 논란 끝에 백지화됐고 한국 정부는 그에게 사의를 표했습니다. 또 지난 2016년에는 미한동맹을 지킨 공로로 ‘제4회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의 SK그룹은 지난달 싱글러브 장군과 웨버 전 대령의 업적을 기리는 추모비 건립 사업을 한미동맹재단과 공동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 10월쯤 한국의 파주 평화누리공원 미국군 참전기념비 옆에 이들의 추모비가 세워질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에는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 영웅인 스티븐 옴스테드 미 해병대 예비역 중장이 92세로 별세하는 등 전쟁 영웅들이 빠르게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미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KWVA)의 실무 담당자인 쉴리 프리츠 씨는 24일 VOA에 현재 생존한 회원수는 7천 명으로 해마다 약 1천 명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리츠 씨] “We've got right now we've got 7000 Members. We're losing about 1000 a year. Averages about birth year is about 1930.”
참전용사들의 평균 출생 연도가 1930년으로 93세 고령이기 때문에 회원 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많기 때문에 현재 생존한 참전용사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미 보훈부(VA)는 지난 2020년 기준으로 한국전 참전용사를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2030년에는 고령화 추세 진전으로 20만 명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미 보훈부 관계자는 25일 VOA에 2020년 통계가 최신 자료라고 확인했습니다.
이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중간연령(Median Age) 은 2020년 기준 88세, 3년이 지난 지금은 적어도 91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미국에서 한국전 참전용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5개 주는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펜실베이니아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