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세상과 소통하며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려는 한국 내 2030 탈북 청년들이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자신의 소신을 글로벌 언어인 영어로 명확히 표현하며 자유가 없는 북한을 행복의 땅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민대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하는 탈북 여성 김지은 씨와 동국대 대학원에서 북한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박유성 씨가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녹취: 김지은 씨] “Hi, everyone my name is Jieun Kim and the topic of my speech is North Korean children abroad in third countries…”
[녹취: 박유성 씨] “When I give the speech, I start with this; I’m a freeman. So I have the freedom to choose my university and I’m also free to drop out of school…”
자신의 연설 주제가 제3국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이라고 소개하는 지은 씨, 또 연설을 시작할 때 “나는 자유인”이라고 말하며 대학과 직업을 선택하고 그만둘 자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는 유성 씨.
이들은 모두 한국 통일부의 지원으로 현재 워싱턴을 방문 중인 민간 단체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글로벌 교육센터’ 탈북 청년 대표단의 일원입니다.
2013년 설립된 이 단체는 탈북민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며 영어 수기 출판 기회를 제공하는 등 탈북민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돕고 있습니다.
FSI에 근무하며 고려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 중인 김은주 씨는 다양한 배경의 탈북 청년 7명이 직원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이라며 글로벌 소통 능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씨] “처음엔 생존 도구로서 영어를 습득하려 했다면 지금은 영어를 통해 저희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영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단체도 영어 스피치, 영어를 통해서 글로벌 사회와 탈북민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자신들의 역량도 강화하도록 돕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22일까지 국무부 관리들과 미국 의원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 인권에 관한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며 소통할 예정입니다.
이 단체 설립자인 미국인 케이시 존스 라티그 주니어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탈북민 500명 이상에게 혜택을 제공했다며, 그러나 자유의 땅인 한국에 왔다고 해서 모두 자유를 누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라티그 공동대표] “the challenges in South Korea so even though they're free, okay, getting to freedom, but not having skills and not being prepared for the situation, doesn't mean that you just going to have a better life and people still gonna have challenges.”
기술이 없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한국 사회에서 자유를 얻었다고 해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탈북민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겁니다.
라티그 대표는 영어 능력 향상은 개인의 자신감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이라면서 탈북 청년들이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정확히 전달하며 소통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라티그 대표] “They should be able to communicate that to audiences. So hopefully, then people will see that oh, now I understand what you believe should be done and then maybe there's some way I can support your effort.”
청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야 사람들은 무엇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탈북민들이 믿는지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노력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명희 씨는 탈북 청년들이 그런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명희 씨] “굉장히 도전적이고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열정과 에너지가 있고 여기 한국 친구들과 같이 겨뤄도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자신감이 있고요. 확실히 어려서 탈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남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활발하게 잘하는 강점이 있고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가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비교적.”
FSI 대표단은 자신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겪은 여성, 탈북 여성의 자녀로 중국에서 성장한 여성, 해외 파견 노동자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이들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이 한국에서 배운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권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 유튜브 채널 ‘북한남자’를 운영하며 소셜 인풀루언서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박유성 씨는 굳이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북한의 인권 실상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능력이 젊은 탈북민들에게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유성 씨] “젊은 세대가 어떻게 북한 사회를 바라보고 또 바깥 사회를 동경하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고 또 그 안에서 저희가 한국 사회에서 젊은 시선으로 학교나 사회에서 배웠던 것을 토대로 비교하며 얘기하면 듣는 분들도 이해가 편하시고 북한이 꼭 그렇게 모든 게 닫혀서 힘든 사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좀 더 관심은 가져야겠다는 이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특히 중국 내 탈북민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만큼 중국의 강제북송을 막을 국제적 노력을 강화하고 중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과 자녀들의 신분증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지은 씨입니다.
[녹취: 김지은 씨] “저는 사실 중국에서 13년을 살다 보니까 그 아이들의 마음을 정말 이해하고 한국에 와서도 제3국 출신 아이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사람들의 어려움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중에도 제3국 출생 아이들을 위해서 인권 활동을 하고 싶어서…”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북송의 아픔을 겪었던 김명희 씨는 곧 중국에 있는 아들과 재회한다며 세상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와 해법을 박사 논문에 담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 탈북 수기인 ‘자유를 위한 천 마일(A Thousand Miles to Freedom)’을 영문판으로도 펴낸 김은주 씨는 탈북민들이 자유세계에 정착했다고 해서 그 여정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이 여전히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북한에 살고 있고 일부 탈북 여성은 북한과 중국, 한국에 모두 자녀가 있는 경우도 있어 경제적·심리적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란 것입니다.
김 씨는 이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행복한 결말-해피 엔딩으로 만드는 것이 젊은 탈북민들의 몫이자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씨] “unfinished story라고 생각합니다. 탈북하면 모든 게 끝나고 우린 자유를 누릴 것 같지만 사실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함으로써 아직 탈북민들도 가족과 자유롭게 교류하지 못하고 계속 그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언젠가는 이분들의 이야기가 ‘unfinished’가 아니라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계속하고자 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