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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미한 핵협력 약속, 전례 없는 수준…한국 결정권 더 커질 것”


북한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
북한이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장면.

북한이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가운데 미국과 한국이 핵협의그룹 첫 출범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양국의 핵 협력 약속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이 틀 안에서 한국의 결정권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5일 VOA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안킷 판다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발사한 화성-18형 ICBM은 최고고도 6,600km까지 치솟아 역대 최장 시간인 74분간 1,000km 가량을 비행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의 극적인 진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 이번 시험은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특별히 극적인 성공이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해 왔는데 북한이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몇 배나 높은 고도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는 동북아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비행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매우 급격한 궤도로 고각 발사하고 있습니다. 일본 상공을 지나가지 않으려는 것이죠. 또한 고각 발사할 경우 미사일이 비행하는 동안 신호 교신을 유지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미사일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화성-18형이 북한의 광범위한 핵 억지력 강화 노력에 기여할 매우 뛰어난 시스템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진행자) 일부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3,000km 정도였던 정점 고도를 6,600km까지 끌어올렸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화성-18호를 완전히 비워 중량을 줄였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지 않다면 4단용 엔진으로 계속 연소하는 후추진체를 갖춰야 그런 고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동의하십니까?

판다 선임연구원) 이번에 우리가 본 성능이 믿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 4월에 화성-18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죠. 북한은 그 미사일을 상당히 특이한 궤도로 시험했습니다. 그때 1단은 정상 각도로 비행하다 분리됐고 이후에는 북한의 전통적 ICBM 발사 방식인 고각비행 방식으로 수정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다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 공개한 데이터에서 상충하는 것을 보진 못했고요. 미사일이 이번에는 보다 최적의 방식으로 발사된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 더 긴 궤적을 그리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사일 상단에 후추진체가 있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지적을 하셨는데요. 김정은이 궁극적으로 다탄두 ICBM을 배치하고 싶다고 밝힌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몇 달, 몇 년 안에 북한이 이 기술을 개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탄두 ICBM을 실현하는 데 있어 후추진체는 중요한 요소이죠. 하지만 저는 화성-18형에 후추진체가 탑재됐다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한결같은 메시지인데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더 심각한 조치를 고려해야 할 때인가요?

제임스 줌월트 전 부차관보) 좋은 질문입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미국의 성명에는 여러 청중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북한도 청중입니다. 북한이 미국의 성명을 토대로 평가를 바꿀 것으로 미국 정부는 기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청중은 전 세계입니다. 미국이 합리적인 행위자이며 북한과 외교를 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인식하길 원합니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북한입니다. 따라서 북한과 대화를 요청하는 미국의 성명은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에 전념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북한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면 미국의 수사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줌월트 전 부차관보) 북한은 변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은 분명히 매우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미국 혼자서 북한과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이 언젠가 결단을 내리길 확실히 희망합니다. 미국과 다시 관여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진행자)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한국과 나토는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체결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했습니다. 아시아 국가인 한국이 왜 나토와 힘을 합쳐야 할까요?

판다 선임연구원) 지난 몇 년간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북아시아에서 공통된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특히 일본 기시다 총리가 이 부분에 대해 특히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한국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럽과 동북아시아 작전구역이 여러모로 상호 연관돼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 지역의 안보가 유럽 대서양의 역학 관계와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나토의 AP4 아시아태평양 협력국들은 이 원칙에 따라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나토는 조약에 따라 북대서양 지역 안보에 집중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것은 나토에 처음부터 맡겨진 임무이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계속해서 나토와의 관계를 폭넓게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가 소중히 여기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최대한 강력히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요.

진행자) 한국이 나토가 주도하는 군사 훈련에 참여하면서 유럽 전구에 관여하면 역으로 북한이나 중국으로 인한 동북아 분쟁에 나토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줌월트 전 부차관보) 우선 나토의 많은 회원국들이 유엔사의 일부로 이미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나토의 많은 회원국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미한 연합군의 대응을 수십 년 동안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년 동안 양국 훈련을 참관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군사협력 강화 조치는 다른 나토 회원국들처럼 한국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이 나토의 정책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또 미국이 나토 파트너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한국이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미한 동맹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교훈이나 모범사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나토의 정책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많은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기 때문에 무기 재고를 보충해야 합니다. 이것은 한국에 진정한 기회입니다. 한국은 지금 당장 필요한 합리적인 가격의 매우 우수한 성능의 무기를 생산하는 훌륭한 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토 국가들이 무기를 찾고 있고 한국은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나토가 무기 공급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나토는 지난해 발표한 새로운 전략개념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나토의 러시아와 중국 봉쇄에 한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한다면 한국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북한 위협을 억지하는데 나토가 더 깊이 관여할까요?

판다 선임연구원) 나토가 동북아나 한반도의 비상사태에 군사적으로 실제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나토 동맹의 전통적인 지리적 범위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나토 참여를 반드시 대가 차원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나토로부터 교훈을 얻고 경험과 전문성을 심화시키는 게 자국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상호적인 것입니다. 한국은 역대 정부에서 봤듯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아시아,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서 자국의 미래에 대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한국은 중국의 보복 조치에 잠재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한국은 중국을 더 광범위하게 봉쇄하는 모종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는 식의 표현은 거부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로서 여러 선택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자국의 국방 목표 추구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나토와 관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진행자) 최근 또 다른 큰 외교 이벤트는 아세안 회의였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도 의제 중 하나였고요. 동남아 국가들을 어떻게 북한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있을까요? 경제적 외교술을 더욱 활용해야 하진 않을까요?

줌월트 전 부차관보) 한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이 모든 도구를 활용해 협력해야 할 중요한 영역입니다. 외교뿐 아니라 공공외교를 활용해야 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설득하기 위한 경제적 조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나토의 협력 심화도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측은 정보공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으니까요.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평가를 공유함으로써 나토 회원국들에 북한의 위협이 그들의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나토 국가들이 우리와 협력하도록 독려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설득해 유엔 제재를 이행하게 말이죠.

진행자) 며칠 후 미국과 한국은 서울에서 핵협의그룹 첫 회의를 개최합니다. 현재 핵무기 사용 권한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에게만 있는데요. 한국은 핵무기 사용 결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가요?

줌월트 전 부차관보) 저는 핵협의그룹 회의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핵 사용 결정까지 세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는 환경을 조성하고 두 번째는 잠재적 적을 억제하며 세 번째는 핵 공격에 대한 잠재적 대응을 계획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미국과 한국이 서로 신뢰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미국의 공약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면 우리의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괜찮다고 북한이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상호 신뢰 강화를 통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반복적인 과정이 되풀이될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미국 핵교리의 특정 측면을 우려한다면 의견을 제시할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핵협의그룹이 미한 동맹을 강화하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하고 새로운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한국이 환경을 조성하는 1단계와 2단계에 참여한다고 해도 결국 핵무기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세 번째 단계에서는 한국이 아무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미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니까요.

줌월트 전 부차관보) 핵무기 사용 결정은 진공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에게 결정권이 주어질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많은 계획과 시나리오를 세워야 합니다. 그 과정에 한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핵교리를 논의할 것이니까요. 또 핵무기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테니까요. 그 과정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워싱턴 선언은 한국 내 핵무장 요구의 결과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핵 의사결정 과정에서 확대된 영향력을 강조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과도한 주장으로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핵에 대한 통제권은 미국이 독점하고 한국은 핵 결정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재래식 전력으로만 지원하길 바란다는 게 미국의 생각 아닐까요?

판다 선임연구원) 앵커의 분석이 대체로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30개 이상의 나토 동맹국 모두를 그렇게 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5개 나토 회원국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토와 핵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 이전에 맺은 합의이죠. 한국과 맺은 합의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어떤 조치도 특별히 이례적이거나 한국을 다른 동맹들보다 덜 중요하게 대우한다고 시사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히려 워싱턴 선언은 유럽 일부에서는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 같은 나라에선 미국이 핵무기를 전진 배치하고,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것 중 일부를 유럽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때로는 남의 떡이 더 커 보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워싱턴 선언에 대해 근본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핵협의그룹 발표와 더불어 또 하나의 혁신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결정하기 전에 윤 대통령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이죠. 저는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과거에 유사한 문서에서 이런 식의 직접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핵무기 사용 결정에 앞서 협의하고자 하는 한국의 요구에 미국이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관심 증가에 따른 대응이라고 하셨는데요.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워싱턴 선언은 근본적으로 쌍방 간 보증입니다. 워싱턴 선언에 한국의 비확산에 대한 법적 약속 문구가 포함된 이유는 본질적으로 이 문서가 한국의 미국에 대한 보증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확장억제로 충분하다고 보고 법적 약속에 위배되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하는 것이죠.

진행자)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핵태세검토에서 약속한 내용, 바이든 대통령도 확인한 내용을 과연 실행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는 경고 말입니다.

판다 선임연구원) 많은 부분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 정권을 종식시킨다는 표현은 실제로 워싱턴 선언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북한의 핵공격 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죠. 이 표현은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허용하기 때문에 저는 이 표현을 더 선호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우발적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과 한국이 특정 행동 방침에 얽매이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북한이 한국 민간인을 상대로 핵무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경우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한 동맹이 핵협의그룹에서 논의해야 할 다른 상황 중 일부는 확실히 더 불분명한 ‘회색지대’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핵무기가 이런 모든 비상사태에 적합한 도구는 아닐 수도 있다고 한국과 미국 모두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한 동맹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의 제한적 강압 활동과 핵을 동원하지 않은 치명적 공격에 대한 억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우발적 상황의 범위에 대해 미한 양측이 논의하고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핵태세검토 보고서나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국에 약속하지 않았나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요.

줌월트 전 부차관보) 그렇습니다. 그 발언의 핵심은 억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의 결과가 재앙적일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기를 바라며 그렇기 때문에 강화된 이번 미한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핵무기 사용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인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억제하자는 취지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처리수의 안전성을 보증한 것을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과연 다른 나라를 비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나요?

판다 선임연구원) 어떤 면에서는 기회주의적인 비판이죠.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여과한 데 대한 IAEA 평가와 기술적 증거에 근거해 저는 방류에 대해 우려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일본과 같은 나라를 비판할 만한 자격이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장 자체에 관해서는 북한은 첫 번째 핵실험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방사성 핵종 유출을 꽤 능숙하게 막았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탄두 설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이런 징후를 찾기 때문에 제가 이 사실을 잘 아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을 할 때 방사성 핵종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할 강력한 동기를 갖게 됩니다. 북한이 핵무기 설계에 사용할 수 있는 정확한 동위원소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타국 정보기관이 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은 VOA에 북한의 핵실험장 갱도 내부에 방사성 물질이 남아있고 지하수를 타고 인근 하천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다 선임연구원) 북한의 모든 지역이 그렇듯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특히 여름철에 폭우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오염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부적절하게 관리된 지하 핵실험에서 볼 수 있는 방사성 핵종 대량 유출보다는 훨씬 제한적입니다.

진행자) IAEA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한국 일각에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적 안전 기준을 거쳐 과학적으로 입증한 문제를 한국 일각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우려는 없나요?

줌월트 전 부차관보) IAEA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매우 공정한 감독 기관으로 잘 알려진 것은 맞습니다. 한국은 IAEA와 매우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IAEA는 한국의 민간 원자력 발전 역량 개발을 지원해 왔습니다. 따라서 IAEA 요원들과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는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잘 알죠. 또한 한국은 자체 민간 원자력 부문과 관련해 IAEA의 전문성을 신뢰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IAEA를 잘 알고 신뢰하는 한국 전문가들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 국민들에게 IAEA가 기울인 노력의 결과를 열심히 설명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진행자)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지만 한국 야당 정치인들은 IAEA 보고서에 대해 “일본 맞춤형 보고서일 우려가 크고 과학적 보고서이기보다는 정치적 보고서일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 자본이 IAEA로 많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죠.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줌월트 전 부차관보) 세계 최대 민간 원자력 발전 부문을 보유한 주요 국가로서 한국이 IAEA의 권위와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은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임스 줌월트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와 안킷 판다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톡] 미한 핵협력 약속, 전례 없는 수준…한국 결정권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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