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한국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아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한국이 함께 흘린 피를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한국전쟁은 물론 현재의 정세 긴장을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2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에 참석해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3년이 지난 지금 전쟁의 참혹함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미한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한국 대통령] “이 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한미 양국이 함께 흘린 피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73년 전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 참전을 결정한 사실을 상기하며 한국전쟁 기간 미한 양국 군 전사자와 부상자 수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한국 군 12만여 명과 미군 7천500여 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그 분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한동맹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했다”며 “미래 세대가 지금의 자유와 번영을 있게 한 양국 동맹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6·25 전쟁 7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와 번영은 젊은 영웅들이 전쟁터에서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대가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참전용사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을 향해선 전쟁 당시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며 강력한 자주국방으로 안보를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덕수 한국 총리] “정부는 북한의 거짓된 선의에 의존하는 가짜 평화가 아니라 강력한 자주국방으로 우리의 안보를 지키겠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 남북대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한국전쟁 기념일에 분명한 대북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며, 한 총리의 연설은 힘에 의한 평화만이 진정한 평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 들어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보훈의 가치 또한 한층 강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정부조직법을 개정한 뒤 3개월 준비기간을 거쳐 최근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켰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입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그 전에 보수 정부가 단발성으로 보훈에 대한, 이 분들의 희생에 대한 이런 것들을 추념하고 여기에 대해서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번 정부는 여기에 대해서 일관성을 갖고, 단발성이 아니고 아주 지속성을 갖고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편 북한은 최근의 한반도 정세가 한국전쟁 당시를 방불케 한다면서 핵 무력 강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는 26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군사정치 정세가 미한의 군사적 대결 행위들과 수사학적 위협 책동으로 1950년 한국전쟁 전야를 방불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호전적 망동으로 가뜩이나 불안정을 배태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수위는 핵전쟁 발발의 임계점으로 보다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소는 그러면서 “강위력한 자위적 핵억제력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보장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며 전쟁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담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남아있는 한 북한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 노력은 가속화되고 정당한 자위권 행사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향후 추가 무력 도발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문성묵 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이 남침을 호도하고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고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시키고 그 책임을 역시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그런 고도의 기만전술이 여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아 평양 등 전국 각지에서 한국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무자비한 징벌 등을 구호로 한 반미 집회도 대대적으로 열었습니다.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김진무 교수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상대로 반미 의식 고취를 강화하는 양상이라며, 한국전쟁을 부각하는 것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에게 외부 위협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 외무성 보고서에 대해선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든 미사일 시험으로부터 멀어지고 그를 핵과 미사일 개발 문제를 다루기 위한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는 데 중국의 협력을 원한다”고 촉구했고,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한국, 일본과 함께 우리 자신과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김 교수는 중국이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르는 한국전쟁을 상기시켜 중국을 자기 편으로 붙잡아두려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6.25를 계속 강조하는 것은 중국에게 결국 네가 나를 자꾸 억제하면 결국 내가 미제 식민지가 될 수 있고 그러면 결국 압록강을 두고 중국과 미국이 국경을 맞닿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과연 중국이 북한에게 그렇게 압박할 수 있느냐, 압박하면 안 된다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은 거에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외무성 보고서의 공세 수위가 상당히 높다면서 ‘강 대 강’ 대치 수준이 향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8월 이후 ‘을지 프리덤실드’ 등 미한 연합훈련 계획이 연이어 잡혀 있기 때문에 북한이 상응한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이 성과 과시의 중요 모멘텀에 여러 무기들을 쏘는 그런 쪽으로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에 한미와 북한의 대치 또는 상당한 긴장 고조 이런 부분들이 지금 국면보다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보여집니다.”
홍 실장은 또 북한이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재발사 성공을 위한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른바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다음달 27일 전에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