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계 안정화 의지를 보이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중 관계 개선에 관심이 쏠립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는 관계 개선에 나선 반면 한국은 소홀히 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중 반도체 전쟁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손실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4일 VOA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과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석좌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까? 미중 관계 해빙의 시작일까요?
패트릭 크로닌 석좌) 낙관론자들은 이제 우리가 고위급 협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할 것입니다. 작년 11월 발리에서 미중 정상이 만났을 땐 상무부와 재무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해 중대한 합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논의는 중단됐죠. 특히 2월에 정찰풍선 사건이 터진 뒤로요. 이제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고 올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낙관론자들은 말할 것입니다. 비관론자들은 실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것입니다. 타이완에서 기술 문제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이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는 여전히 주기적으로 흔들릴 것입니다. 저는 완전한 관계 안정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냉정한 평화는 곧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하자 중국이 발끈하고, 또 중국이 쿠바에 군사훈련 시설을 새로 짓는 건 어떻게 보시나요?
크로닌 석좌) 두 가지는 매우 다른 문제입니다. 대통령은 정치기금 모금 행사에서 즉흥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금 행사에 참석할 때는 청중에게 호소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이 모금을 위한 안전한 토론의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의 기반이 되는 실제 이해관계와는 매우 다른 것이죠. 쿠바는 다른 문제입니다. 쿠바 기지는 정보 수집과 훈련 시설, 공항 접근을 통해 전 세계로 확장하려는 중국의 비밀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에 흥미롭습니다. 쿠바는 제 고향인 플로리다 해안에서 100마일 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이것은 중국의 심각한 공격적 행동입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은 베이징에서 타이완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동맹에 혼란스러운 신호가 되진 않을까요?
크로닌 석좌) 아니요. 블링컨 장관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서 중국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 부분을 항상 입 밖으로 내진 않죠. 그게 ‘하나의 중국’ 정책의 유일한 측면이 아니니까요. 중국이 현상변경을 시도할 때 우리도 함께 현상변경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과 능력에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선 타이완에 대한 훈련과 접근,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이 중국과 수교한 이래 모든 행정부가 동의한 ‘하나의 중국’ 정책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강압이나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듣고 싶어하진 않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정말로 동의하는 점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의 구조적으로 깊은 경쟁 관계 때문에 양측 간 긴장은 언제든 대대적 마찰로 확대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스콧 스나이더 국장)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 대화를 통해 이견이 얼마나 큰지 드러난 것 같습니다. 심지어 현재 경쟁 중인지, 경쟁 관리가 나은지에 대해서도 미중 간 의견이 다르니까요.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척하는 게 더 나은지 동의하지 못했습니다. 충돌방지 가드레일이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는 차원에서요. 양국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이견이 분명히 드러난 게 이번 방중에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중국이 블링컨 장관을 냉담하고 비타협적으로 대하는 듯 보였지만,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중국도 내심 미국과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크로닌 석좌) 중국의 모든 고위급 지도자들이 나와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났습니다. 그를 힘들게 했지만 정중히 대했죠. 블링컨 장관은 친강 외교부장과 7시간 동안 회의했습니다. 다음 날 중국 외교라인의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3시간 반을 만난 뒤 마침내 시진핑 주석과 35분 면담했죠. 요지를 전달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았던 겁니다. 특히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인적 문제까지 요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중국이 미국과 더 나은 관계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이 제기한 몇 가지 근본적인 이견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는 모금 행사에서 대통령의 즉흥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냈을 때 분명해졌습니다. 그들은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타이완 문제에서 미국의 역할에 관한 이야기도 꺼리고요. 우리는 의견차를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은 관계를 관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한국에는 안도의 순간일까요? 한국도 중국과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일까요?
스나이더 국장) 그래야 마땅하지만 중국과 한국은 미중과는 다른 문제를 겪었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야당 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한 발언으로 인해 갈등이 불거졌는데요. 특히 한국이 미국에 너무 긴밀하게 연대하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지 말라고 했죠. 이것이 매우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접근법의 차이를 적극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한 동맹 관리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미중 관계는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한중 관계는 소홀히 하는 것이죠.
진행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봉쇄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입장을 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투자와 생산을 더 유연하게 운용할 공간이 커질까요?
크로닌 석좌)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블링컨 장관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연간 6천500억 달러의 무역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핵심 기술을 무기화할 수 있는 위험과 취약성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는 희토류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이런 문제를 무기화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렇다면 첨단 반도체의 한계를 어떻게 설정할까요? 여기에 대해선 중국뿐 아니라 한국, 유럽, 일본 등과도 협상 중입니다. 현재 이 정책은 진화하고 있고, 의회와 백악관 모두 여기에 영향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중국군 현대화에 사용할 수 있는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유입 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중국군 현대화는 우리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핵심 목표는 중국과의 무역과 기본적인 상품 흐름을 막지 않고 한국 같은 동맹국을 해치지 않는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삼성과 SK 하이닉스도 첨단 반도체를 생산합니다. 한국이 미중 반도체 전쟁의 한가운데에 끼어있나요?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전쟁이 완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가요?
스나이더 국장)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전쟁의 한가운데에 끼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고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원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즉 중국 내 한국 공장에선 덜 정교한 범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투자를 생산하지만 가장 최신의 정밀한 반도체 제품은 중국이 아니라 삼성이 텍사스와 다른 곳에 짓고 있는 공장 등에서 생산될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선 디커플링과 디리스킹을 구분 짓는 핵심 요소라고 보죠. 미국은 최첨단 기술 경쟁에 집중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건 서방 경제와 중국 중심의 경제 간 틈을 벌리는 전략이 아닙니다.
진행자)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블링컨 국무장관 모두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한다고 했죠. 미국 관리들은 이렇게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조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중국 투자나 생산에 있어 이전보다 제한을 더 많이 받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크로닌 석좌) 물론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중국 내 노출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 마이크론은 국가안보상의 이유가 뭔지 설명도 못 들은 채 중국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마이크론이 인도의 새로운 생산 시설에 8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라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물론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이 분야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간에 지속적인 협상과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 그리고 양국의 민간 부문이 고통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술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협의해야 합니다.
진행자) 마이크론은 인도뿐 아니라 중국에도 6억 달러 투자 계획을 새롭게 발표했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계속 투자한다면 미국 정부가 앞으로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와 생산을 더 이상 제한하기 힘들어지는 거 아닙니까?
스나이더 국장) 미국 기업의 이익을 해친다는 점 때문에 미국 정부가 중국에 더 엄격한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중국 내 조립공장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타이완 회사와의 협력 관계와 관련된 범용 반도체 투자입니다. 동시에 마이크론은 인도에도 투자하고, 일본의 반도체 대량생산 공장에 36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공급망 하단에 있는 범용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모든 최첨단 투자는 더 이상 중국에서 이뤄지지 않을 것입니다.
진행자) 의회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업계와 외국의 이해관계가 수출통제를 약화시키기 전에 통제 규정을 강화하고 마무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미 의회의 강력한 요구가 한국 기업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게 될까요?
크로닌 석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몬도 상무장관을 비롯한 행정부가 미국과 동맹의 이익은 물론 중국과의 통상관계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합니다. 수출통제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가진 한 명의 상원의원이나 일부 상원의원들의 주장만이 아니라요. 물론 수출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의견은 옳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신흥 기술 분야가 자칫 쉽게 무기화돼 중국군 등에 의해 악용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따라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옳습니다. 하지만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동맹국들의 국익과 미중 관계에서의 전반적인 국익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원의원 한 명이 법안을 발의할 때 발언하는 것보다 행정부가 더 많은 운용의 여지를 필요로 합니다.
진행자) 한국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 디커플링하는 기류에 동참했다고 비판합니다. 더욱이 이제 미국은 중국과 디리스킹을 강조하고 있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한국이 앞으로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걸까요?
스나이더 국장) 한국 내에선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너무 밀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근본적인 논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체 무역수지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중국과의 무역에서 반도체가 더 이상 고수익 분야가 아닙니다. 사양 분야이죠. 미국의 제재 정책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분담의 문제도 있습니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의 투자가 미국으로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수익이 미국 제재 준수에 따른 한국 기업의 손실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우리는 지켜봐야 합니다. 한국으로선 중심추가 이동하고 있는 건데 결국 잘 풀릴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노출을 줄이기로 결정한 개별 기업의 비용 분담과 관련된 구체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미한 관계 안에서 관련 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은 베이징에서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하고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게 압박할 특별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까?
크로닌 석좌) 물론입니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정치적 순응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김씨 일가는 자주적 사고를 표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주체사상 자체가 강대국으로부터의 자립에 대한 것이죠.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남북 화해가 물 건너가고 바이든 정부가 이전 합의를 존중하거나 더 나은 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김씨 정권이 러시아에 대해 그렇게 많이 이야기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과 조금 더 거리를 두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 압박에 사용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중국의 관심사는 미국과의 경쟁이죠.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느끼지 않습니다. 만약 위협을 느낀다면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진행자) 스나이더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저는 중국이 북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로닌 석좌가 관련해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죠.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에 분개하기 때문에 중국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항상 따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틀은 미중 경쟁입니다. 그 맥락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중국과 북한은 전략적으로 더 긴밀해졌고, 이는 북한이 뭔가 할 수 있는 더 큰 공간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중 경쟁의 맥락에서 한 가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중국에 북한 문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중국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미국이 요청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여길까요? 아니면 미국과 그 동맹국에 사용해 결과적으로 자국 국익에 도움을 줄 ‘유용한 골칫거리’로 생각할까요?
크로닌 석좌) 이번 주 워싱턴에서 공개된 국가정보평가를 보면 미국 정보당국은 2030년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 사용이 아닌 잠재적 강압에 활용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이 이런데 중국은 아마 그보다도 덜 위협이라고 평가하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죠. 중국은 약간의 강압 정도로 평가할 겁니다. 약간의 벼랑끝전술이고 중국이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저는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지지하진 않더라도 핵 증강에 위협을 느끼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열렬히 지지하진 않습니다. 기꺼이 참아내겠다는 입장인 거죠.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을 역내에서 지탱하기 더 어려워지는 위치로 밀어낼 수 있으니까요. 북한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궁극적으로 미국을 아시아 대륙에서 태평양 건너편으로 밀어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중국의 목표입니다. 따라서 북한을 상대하는 것은 중국에는 덜 어려운 도전입니다.
진행자) 그래도 역내 긴장이 고조됐을 땐 중국이 북한을 억누르고 제어하려 하지 않았습니까?
스나이더 국장) 과거에 지정학적 환경이 달랐을 때는 그랬죠. 미중 경쟁이라는 틀이 고착되기 전 까지요.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은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관계가 긴밀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북한의 도발을 암묵적으로 부추길 수 있는가, 혹은 옆에서 북한을 얼마나 조용히 응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임계점이 어디이고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질문입니다. 동시에 중국은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와 관련해 중국이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진행자) 현시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화염과 분노’ 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을까요?
크로닌 석좌) 아니요. 그게 제 즉각적인 대답입니다. 하지만 북한과 고위급 외교를 펼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검토할 가치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입니다. 저는 바이든 정부 내부에선 소위 ‘군축 협상’까지도 이어질 대화를 재개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활짝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축이 최종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잘못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실용주의적 외교인 것입니다.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긴장을 낮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협상을 시작하면 장기적인 비핵화로 이어질 기대도 생깁니다. 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2017년 여름 유명했던 ‘코피 전략’처럼 북한 공격을 위협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본질적으로 전쟁 위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답할 것입니다. 자위권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순 있지만 단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그렇게 하진 말아야 합니다.
진행자) 블링컨 장관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조했는데요. 전임자들처럼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모두 소진됐다는 좌절감의 표현은 아닐까요?
스나이더 국장) 북한 문제를 진전시킬 방법을 찾지 못하면 자동으로 중국에 책임을 넘기곤 하죠. 북한과 관련해 좌절감을 느끼면 자동으로 선택하는 옵션이 대북 제재 강화였습니다. 우리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크로닌 석좌의 말에 추가하자면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관여에 대해 말할 순 있지만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외교적 관여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도 관심이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과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석좌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