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내내 부채 한도를 놓고 의견을 조율해온 미국 민주-공화 양당이 28일 마침내 협상을 타결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조 바이든 대통령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 합의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최악의 위기를 막을 수 있게 됐다"며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협상 시작 단계부터 초당적 합의가 진전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면서, 상∙하원에서 이번 합의를 통과시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재무책임' 법안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법안에는 미 연방정부 부채에 대한 한도 적용을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25년 1월까지 유예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27일) 실무 협상단이 작성한 초안과 관련해 이날 저녁 다시 매카시 의장과 통화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부채 한도에서 자유로워진 대신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이번 법안에는 2024년 정부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의 비국방 분야 지출을 2023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2025년 회계연도에는 최대 1% 증액한다는 항목이 들어갔습니다.
■ 하원의장, 처리 전망 낙관
정부 예산을 깎기 위해 협상을 벌였던 매카시 의장은 2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공화당 과반수이 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회 처리 전망을 낙관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 다수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전날(27일)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95% 이상 공화당 의원들이 협상 결과에 고무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마침내 처음으로 정부 지출을 삭감했다"면서 "표결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같은 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반 정도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양측은 실무협상단이 법안 초안을 최종 조율하는 동안에도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미 의회는 '메모리얼데이(현충일 격)'인 29일까지 휴회합니다.
■ 31일 표결 예정
민주-공화 지도부는 이번 합의와 관련해 72시간의 법안 숙려 기간을 거친 뒤 31일에 표결할 계획입니다.
현재 미 하원은 공화당이 222석, 민주당이 213석을 가지고 있어, 과반 기준 218석을 넘긴 공화당이 다수당입니다.
상원은 100석 가운데 민주당이 51석, 공화당이 49석을 확보하고 있어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양당 지도부는 의원들이 이번 합의를 지지하도록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법안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서 공화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식량 보조 프로그램 자격 강화, 미사용 코로나 예산 환수, 에너지 프로젝트 허가 신속화 등을 예산안에 반영했습니다.
미 의회는 지난 1939년부터 연방정부가 국채 등으로 빚을 질 수 있는 금액에 상한을 설정했습니다. 현재 정부의 부채 한도는 2021년 12월 증액된 31조3천810억달러입니다.
■ 6월 5일 디폴트 시한 제시
의회가 정부의 부채 한도를 확장하지 않는 최악의 경우 디폴트에 빠질 수 있으며 이미 지난 1월에 부채 규모가 한도에 달했습니다.
비상조치로 디폴트를 미루고 있는 미 재무부는 다음달 5일 이후 정부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대선까지 부채 한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