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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워싱턴 선언' 반발 연일 캠페인...체제 결속·도발 명분 축적 선전전


주민 집회에 참가한 북한 평양 시민들이 대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자료사진)
주민 집회에 참가한 북한 평양 시민들이 대로에서 행진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미한 ‘워싱턴 선언’에 연일 반발하며 주민들을 동원한 대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외부 위협을 내세운 체제 결속과 추후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 차원의 선전전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말 미한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발표된 직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북한의 반발이 거세지는 양상입니다.

북한은 연일 관영매체들을 통해 미한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맹비난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고 급기야 미한 정상을 겨냥한 허수아비 화형식까지 벌였습니다.

3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2일 신천박물관에서 진행된 청년학생 집회에서 이런 화형식이 진행됐습니다.

매체들은 ‘미국의 늙다리 전쟁괴수’ 또는 ‘특등하수인 괴뢰역도’라는 표현을 쓰며 미한 정상들을 상징하는 허수아비를 불에 태우는 행사를 전했습니다.

매체들은 화형식 소식과 함께 미한 정상의 ‘죽음’까지 언급했는데,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 사용시 ‘정권 종말’을 언급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 군 부대 일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에 전투구호를 붙인 사실을 문제 삼아 이 대통령을 겨냥한 화형식 집회를 벌인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4일 북한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미한 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합의를 반영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이 다양한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며 “화형식과 같이 도가 넘는 비난 행위를 공식 매체에 보도하는 것을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내부용인 노동신문을 통해 이러한 동향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으로 볼 때 외부의 위협을 과장함으로써 주민통제에 활용하려는 선전적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워싱턴 선언을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외부 위협을 내세운 체제 결속과 추후 도발 명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수석연구위원] “특히 식량난은 지금 보릿고개 부분이 중점이 된 건데, 3월 달 식량수입량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대내 식량 문제가 절박하다는 방증인데 이런 측면에서 대적 캠페인을 심화시키면 여러 가지 분위기를 희석하고 분위기를 밖으로 돌릴 수 있는 이런 부분도 있는 거죠.”

북한은 미한 정상회담 후 다양한 비난 집회와 함께 매체들을 통해 한국과 해외 언론에 실린 워싱턴 선언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을 미한에 돌리는 정세 분석 기사를 잇달아 실으면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종 사회단체들을 동원한 성토 집회를 잇달아 여는가 하면 미국과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취하는 선전물을 전국적으로 게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0일째 무력 도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평양 인근에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을 끝으로 도발을 멈춘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대적 투쟁 의식을 고취하고 나선 것은 향후 미국과 한국에 대한 공세적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미한 확장억제 강화 조치에 대응한 대형 도발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달 19일부터 열리는 히로시마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미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전후해 도발할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미국을 움직이기 위한 도발은 딱 두 가지가 있죠. 핵실험과 함께 ICBM의 고각 또는 정상 각도 발사 그런 발사인데, 결국은 이런 고강도 도발을 하기 위해선 준비기간이 필요한 겁니다. 군사정찰위성도 봤을 땐 동창리에 큰 움직임이 없으니까 당장 한다기 보다는 아마 G7 까지는 북한이 준비를 하지 않을까 예상되죠.”

홍민 실장은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달 29일 내놓은 입장 발표에서 ‘정비례 대응’과 ‘결정적 행동’을 언급한 만큼 대미 억제력의 상징성이 큰 무기로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홍 실장은 특히 미국이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과 전략핵폭격기의 한국 기착 같은 조치들을 내놓은 데 상응한 무기체계를 동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SSBN 얘기를 했기 때문에 SLBM이나 SLCM 등 수중용 무기를 통해서 공세를 펼칠 수 있다, 항모든 아니면 SSBN이든 오게 될 경우 우리도 대응하는 수중무기를 사용해서 너희 기지라든가 어떤 용도로든 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런 대응무기가 가능하다고 보여지고.”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8일 “계획된 시일 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또한 북한이 이달 중 쓸 수 있는 도발 카드라는 관측입니다.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김진무 교수는 미한 정상의 이번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북한과 중국의 예상 수준을 넘어서면서 북한이 도발에 신중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가 미한일 안보협력 강화의 명분이 됐고 이 때문에 북한은 물론 중국도 안보 부담이 커졌다며, 북한이 워싱턴 선언에 즉각적인 도발로 맞서기 보다는 주민통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이 상황에서 미사일을 쏘거나 이러면서 자꾸 돈을 낭비한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외부 도발은 없을 것이다, 한미일의 군사적 위협에 지나치게 끌려가다가 내부 자원이 망가지고 내부 동요가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을 했을 수도 있어요.”

한편 한국 군 당국은 워싱턴 선언 등을 겨냥한 북한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고 조만간 한일·미한일 정상회담도 잇달아 열릴 예정이란 점에서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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