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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축 차관, 북한제작 동상 앞 포즈 취한 사진 삭제...국무부 “대북제재 이행 전념”


베냉 동상 제막식
베냉 동상 제막식

미국 국무부 군축 차관이 북한이 불법으로 제작한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고무적’이라는 소감과 함께 트위터에 게시했다가 급히 삭제했습니다. VOA가 북한 만수대 창작사 작품임을 확인하고 유엔이 조사 중인 아프리카 베냉의 여군 동상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는데, 국무부는 관련 질의에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베냉을 방문한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이 북한이 만든 30m 높이의 동상 앞에 섰습니다.

베냉 최대 도시인 코토누에 건립된 이 동상은 베냉의 전신인 다호메이 왕조의 여군부대 군인 ‘다호메이 아마존’을 형상화한 것으로, 앞서 VOA는 북한 만수대 창작사의 위장회사가 건립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젠킨스 차관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가 같은 날 돌연 사진과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삭제 전 NK뉴스가 미리 저장해 공개한 이 게시물을 보면 젠킨스 차관은 “즐거운 2023년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문구와 함께 “베냉 코토누의 아마존 동상 앞에 서게 돼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한 “타시 항베 여왕의 유산과 지금의 베냉을 지킨 여성 전사에 대한 강력한 묘사”라는 동상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현재로선 게시물이 삭제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포즈를 취한 동상의 제작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

국무부에서 국제안보 문제를 담당하는 고위급 인사가 북한이 불법으로 제작한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고무적’이라는 소감과 ‘제작 의의’까지 덧붙여 이를 트위터에 공개했다는 사실은 자칫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VOA가 이 동상의 제작자가 북한이라는 사실을 처음 공개한 건 2020년 9월입니다.

이후 VOA는 2021년 7월 한글로 된 동상의 건축도면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북한의 위장 회사가 ‘청룡국제개발회사’이며, 베냉의 ‘생활환경 및 지속개발성’으로부터 수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해 공개했습니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3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VOA가 공개한 동상의 도면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인용해 “베냉의 동상 건립 문제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사실상 북한과의 연관성을 인정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해외 동상 수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북한이 동상을 수출하지 못하게 했고, 이듬해 추가로 채택한 결의 2371호에서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해외프로젝트그룹(MOP)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또 안보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송환이 2019년 12월까지 마무리되도록 했지만 이후에도 북한 직원들이 동상 건립을 관리하고 감독해 온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아울러 안보리는 북한 정권과 연계한 어떤 종류의 사업도 금지했습니다. 북한이 베냉에 동상을 제작하는 과정이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 조항에 위배된다는 뜻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젠킨스 차관이 해당 게시물을 왜 삭제했는지, 베냉 정부에 북한 동상 관련 문제를 제기했는지에 대한 VOA의 이메일 질의에 즉답 대신 “그 트위터 게시물은 세계 여성의 날과 관련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The tweet is in relation to International women’s day. As Secretary Blinken highlighted recently on International Women’s Day, the United States stands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 celebrating the tenacity, determination, and leadership of women and girls around the world and the immense contributions and accomplishments they achieve toward more peaceful and democratic societies. The Department of State is committed to empowering and amplifying the voices of women and girls in all their diversity, and we will continue to demand that their human rights be respected.”

그러면서 “블링컨 국무장관이 최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강조한 것처럼 미국은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의 끈기, 결단력, 리더십과 더불어 보다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위한 엄청난 기여와 성취를 기념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무부는 다양한 인종의 여성과 소녀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이를 증폭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들의 인권이 존중될 것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또한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보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과 북한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진 않았습니다.

[국무부 대변인] “We are also committed to ensuring full implementation of UN and U.S. sanctions on the DPRK. It is important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send a strong, unified message that the DPRK must halt provocations, abide by its obligations under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return to dialogue.”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국무부 대변인은 강조했습니다.

젠킨스 차관이 북한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젠킨스 차관은 지난해 10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이 개최한 대담 행사에서 “김정은이 전화를 걸어와 군축을 놓고 대화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미국은 ‘안 된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발언은 미국이 북한과 군축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추가 질문과 해명이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젠킨스 차관은 올해 2월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당시 발언에 대한 VOA의 질의에 “나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열망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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