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아시아판 '핵기획그룹'(NPG)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핵기획그룹(NPG)이 무엇이며, 이 방안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아시아에 `핵기획그룹’(NPG)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같은 주장은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신뢰의 위기: 아시아 내 미국 확장억제 강화의 필요성’이란 보고서에서 제시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내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기 위해 핵기획그룹을 설치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한국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과 다르게 대우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나토에는 핵기획그룹이 있고 5개 나토 국가들은 전투기로 미국의 핵무기를 투하하는데 한국은 왜 못하느냐고 묻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uth Koreans have pointed to what they see as a disparity in the treatment the US has with its NATO allies and with and South Korea has said why not us?”
이에 앞서 워싱턴의 또 다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지난 1월 보고서를 통해 ‘핵기획그룹’ 설립을 권고했습니다.
미국 일각에서 아시아판 ‘핵기획그룹’ 주장이 나오는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직면해 한국 내 일각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해 계속해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확장억제가 성공하려면 북한이 도발할 경우 미국이 즉각 핵무기로 응징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군을 한반도에 보내면 뉴욕을 핵 공격 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미국이 과연 보복대응에 나설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희생’하겠느냐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이같은 의구심은 두 가지로 표출됐습니다.
하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1월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6%가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찬성한 것입니다.
또 다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개 발언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11일 외교부와 국방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자체적인 핵 보유에 대해 거론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이제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우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그로 인한 대가가 이익보다 훨씬 큽니다. 한 예로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남북간 핵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미한 동맹이 약화됩니다.
또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경우 군사적으로 불리할 뿐 아니라 북한 비핵화 정책은 사실상 끝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입장입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일관되게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으로 안보공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합니다. 다만 동맹국의 주권과 체면 등을 고려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미국 내 일각에서 아시아판 핵기획그룹 설치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과 나토는 1966년부터 핵기획그룹을 설치하고 핵무기 정책, 구상, 배치, 운용 등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나토 동맹국이 핵기획그룹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시아에도 핵기획그룹을 만들어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을 참여시키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핵 정책을 논의하자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핵기획그룹의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세부 내용이 빠져 있어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have to see more detail about the working group do, information…”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일부 한국인들은 나토와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나토와 똑같은 핵기획그룹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Some Koreans treating NATO nuclear process as like gold standard but it may not best approach for South Korea.”
스나이더 국장은 그러면서 두 가지 문제점을 꼽았습니다.
나토의 경우 다자간 핵기획그룹을 운용하고 있고, 여기에는 프랑스를 제외한 미국과 독일 등 모든 회원국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한 두 나라가 추진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 핵우산의 신뢰를 높이자는 겁니다. 따라서 다자 차원보다는 양자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스나이더 국장은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나토식 핵 공유도 그다지 이상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말이 핵 공유지 실제로 핵무기 사용 결정권자는 미국 대통령이고, 나토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겁니다.
핵기획그룹은 나름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핵기획그룹을 설치할 경우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 내 일각의 의구심을 누그러뜨리고 신뢰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북한과 중국의 반발이라고 한국의 핵 문제 전문가인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이상현 소장] ”중국은 한국의 핵 개발은 물론이고 중국을 겨냥한 어떠한 전략 논의에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 소장은 이런 이유로 미한 양국이 현재 운용 중인 각종 확장억제 협의체를 ‘상설위원회’로 격상시킬 것을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상현 소장] ”지금까지는 한미가 1년에 한번 정도 간헐적으로 논의했는데, 그것보다는 미한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상설협의체로 만들어 북한의 핵, 미사일에 상시 협의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미국과 한국은 현재 확장억제와 관련해 통합국방협의체(KIDD)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억제전략위원회(DSC)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전술핵 재배치 등에 대비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미한 양국이 전술핵 배치에 필요한 장소와 절차, 전투기 등을 미리 논의해 확보해 놓자는 겁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비해 사전 준비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박사]”Pre-decisional working level planning what is prerequisite requirement if..”
미국 일각의 아시아판 ‘핵기획그룹’ 설치 주장은 현재로서는 소수의 목소리이며, 실현 가능성 또한 미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이 핵우산을 둘러싼 신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