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지난 2022년은 북한 경제가 바닥을 친 한 해였습니다. 또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그럭저럭 넘어갔습니다. 바닥을 친 북한 경제가 올해 되살아 날지 아니면 또 다른 위기를 겪을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경제는 지난 2022년 위기와 함께 희망적 계기를 모두 겪었습니다.
위기는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북-중 교역이 3년째 중단되면서 발생했습니다.
2020년 1월 중국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은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북-중 국경이 차단되자 장마당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동안 중국산 원부자재와 생활필수품은 트럭에 실려 평안남도 평성과 함경북도 청진의 도매시장으로 운반된 뒤 북한 전역의 400여 개 종합시장과 장마당으로 팔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국경이 갑자기 차단돼 물품이 들어오지 않자 장마당이 중단된 겁니다.
장마당뿐 아니라 공장과 기업소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에서 원부자재가 들어와야 공장을 돌릴 수 있는데, 공급이 안 돼 공장을 돌릴 수가 없었던 겁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5월에는 평양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7월 말에는 코로나 환자로 의심되는 발열환자가 477만명에 달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북한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평양과 대도시 봉쇄 조치로 북한의 경제활동이 석 달가량 중단되고 농촌 노력 동원도 안 된데다 북-중 거래도 중단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2021년에는 북한 무역이 거의 사라졌고, 2022년도에도 상당히 나빴기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2021 trade is almost nothing, 2022 same until…”
앞서 북한 경제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20년 마이너스 경제성장(-4.5%)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에도 마이너스 0.1%를 기록했습니다.
긍정적인 요인은 북-중 화물열차가 2년만에 재개된 겁니다.
북-중 화물열차는 1월 재개됐으나 그 후 발생한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다가 9월에 다시 재개됐습니다.
북-중 화물열차 재개로 꽉막혔던 북중 교역에는 숨통이 트였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교역은 10억2천만 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 (3억1천만 달러)보다 233%나 증가했습니다.
북한의 수입은 8억9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244% 증가했으며 수출은 1억3천만 달러로 131% 늘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교역량이 이렇게 증가한 것은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작년 9월에 재개된 북중 철도 교역이 북-중 교역량 급증의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중 화물열차 재개는 어려움을 겪던 북한 경공업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섬유류를 6천700만 달러어치 수입한 것을 비롯해 플라스틱(1억1천만 달러), 설탕 (3천만 달러), 대두유(4천900만 달러), 밀가루(1천800만 달러) 를 수입했습니다.
섬유류와 플라스틱은 대부분 소비재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입니다.
따라서 물품 수입을 통해 장마당과 경공업 분야에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고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it is old in market place which is good for the merchants.”
건설 부문도 생산 활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4월 평양의 송신, 송화지구 1만세대가 준공됐습니다.
이어 화성구역의 1만 세대 건설사업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함경남도 함주군에 대규모 연포온실농장을 완공했습니다
북-중 무역과 경공업, 그리고 건설 부문은 활기를 띄었지만 다른 부문은 현상유지 혹은 뒷걸음 친 것으로 보입니다.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는 지난 1월 17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발전 부문이 계획을 수행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발전량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입니다.
광업 부문도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광업은 기계화율이 낮아 노동력에 크게 의존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5-7월은 ‘최대방역조치 기간’으로 광산에 노동력 투입이 중단됐을 수 있습니다.
농업 생산도 부진했습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을 전년도 보다 3.8% 감소한 451만t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한 해 먹고 살기 위해서는 550만t이 필요한데, 100만t가량 부족한 겁니다.
북한 당국은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국으로부터 3만t의 쌀을 수입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GS&J 인스티튜트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그 정도 수입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작황이 450만t 정도면 외부에서 100만t 정도 들어와야 하는데, 작년 수입량이 10만t 밖에 안 될텐데, 과거에는 밀수, 비공식 수입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공식 수입이 근절되다시피 했기 때문에…”
철강과 비료, 정유같은 중화학공업은 이미 2017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현상유지에 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지난해 바닥을 친 북한 경제가 올해 되살아 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모두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긍정적 요인은 철도를 통한 북-중 무역이 계속되고 있는 점입니다.
지난해 9월 재개된 화물열차를 통해 북-중 간 교역액은 10억2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만일 철도 운행이 계속된다면 올해 북-중 교역액은 지난해보다 증가할 공산이 큽니다.
또 중국산 원부자재가 계속 수입되면 이를 가공해 수출 또는 장마당에 공급하는 섬유와 의류, 식품가공, 생활용품 등 경공업 분야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재개되는 겁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코로나 방역을 완화해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20개국에 대한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했습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에 관광객을 보낼 경우 북한은 상당한 외화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 이전에 북한은 연간 120만명 규모의 중국인 관광객을 받았습니다. 만일 중국인 관광객이 1인당 300달러를 사용한다면 북한은 3억6천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겁니다.
또다른 요인은 북한과 러시아 경제관계가 재개되는 겁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포탄을 비롯한 군수물자를 수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무기 수출과 함께 노동력 송출과 의류 임가공 등이 이뤄지고 러시아로부터 외화나 원유 등을 받으면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있습니다.
북한 경제의 불확실성도 여전합니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 모두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경제관계를 확대하지 않으려 할 공산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관광객을 올해가 아닌 내년쯤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May be not this year because there so many uncertainty…”
또 다른 변수는 북한의 7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북-중 경제관계는 중단 또는 지체될 것이고, 북한 경제는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북한 경제는 여전히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도발을 자제하고 경제 회복에 나설지, 아니면 핵과 미사일 도발로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