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 28대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은 학자요 대학 총장 출신으로,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박사학위를 가진 대통령이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여성의 투표권 허용 등 과감한 개혁주의 정책을 단행했으며, 국제연맹 추진을 비롯한 세계평화 증진에 노력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도 받았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함으로써 일제치하에서 고통받는 한민족에게 3.1만세운동을 추진할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준 인물이기도 합니다.

위드로우 윌슨 대통령은 1856년 12월 28일 버지니아주 스탠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정식 이름은 토마스 우드로우 윌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조셉 루글스 윌슨으로 장노교 목사였습니다. 어머니 재넷 윌슨도 목사의 딸이어서 독실한 기독교 가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남북전쟁 때 남군의 군목으로 봉직했고, 교회 건물을 남군 부상병을 치료하는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우드로우 윌슨은 대학교수에 총장까지 지낸 인텔리였지만 난독증이 있어서 10살이 될때까지도 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장애도 극복하고 그는 명문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부한 다음 버지니아 대학의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뒤를 이어 브린마 대학, 웨슬리언 대학, 프린스턴 대학 등에서 교수로 일하다 1902년에는 프린스턴 대학의 총장이 됐습니다. 윌슨 총장은 프린스턴 대학교의 교육제도를 과감하게 개혁함으로써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윌슨은 1885년 조지아 출신 목사의 딸 엘렌 액손과 결혼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세 딸이 태어났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었지만 윌슨은 첫번째 대통령 임기 중 부인이 신장 질환으로 사망하는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그후 워싱턴 디시에서 보석상을 하다 과부가 된 에디스 볼링 갈트와 재혼했습니다.

우드로우 윌슨이 처음 정계에 발들 들여놓은 건 1910년 뉴저지 주 지사에 당선되면서 부터였습니다. 강력한 기존의 정치세력을 물리치고 당선된 윌슨은 주 지사로서도 진보적이고 과감한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1912년에는 민주당 대통령 호보로 지명됐습니다. 인디애나 출신 토마스 마샬을 러닝메이트로 한 윌슨 후보는 선거인단 수에서 435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제 28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56세의 신임 대통령은 1913년 3월 취임했습니다. 우드로우 윌슨은 마차를 타고 취임식장으로 간 마지막 대통령이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자 대폭적인 진보적 개혁 정책을 단행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수입품에 관세를 인하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연방소득세를 부과하는 법도 만들었습니다. 연방준비제도를 만들어 전국의 은행을 관리하고 신용제도, 화폐공급을 관장하도록 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새로 연방 통상위원회를 설립해 기업들의 불공정한 사업관행을 금지시키고 감독하도록 했습니다. 이 외에도 아동노동금지법을 제정하고, 철도 노동자의 하루 8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가 하면 농가에 정부의 융자를 제공하는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 해인 1914년 여름, 유럽에서는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미국은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1915년 5월 7일, 독일 잠수함이 영국 여객선 루시타니아 호를 어뢰로 공격해 침몰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인 128명을 포함한 천 백여명이 사망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앞으로 또 침몰이 발생하면 미국은 이를 ‘의도적인 비우호적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중립을 지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윌슨 대통령은 1916년의 재선에서 다시 승리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1차 선거때보다 어려워, 선거인단 277대 254표의 근소한 차이로 겨우 이길수 있었습니다. 2차 임기 중 윌슨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1차 세계대전 문제였습니다. 전쟁 초기 윌슨 대통령은 평화를 강조했지만 1917년 독일 잠수함이 미국 상선들을 공격하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또 이 무렵 독일이 멕시코를 부추겨 반미 군사동맹을 추진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기밀 통신이 영국 첩보기관에 발각됐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윌슨 대통령은 ‘세계는 민주주의를 위해 안전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의회에 대독 선전포고를 선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미국은 전쟁에 뛰어들고 미국, 영국, 프랑스 연합국은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에 승리했습니다. 1차대전에서 일본은 연합국의 편에 서 있었습니다. 전후 처리를 위한 1919년의 파리 평화회담이 열렸을 때 윌슨 대통령은 베르사이유 조약 체결을 위해 애썼습니다.

베르사이유 조약에는 국제연맹 창설안도 포함됐습니다. 연맹은 국제적인 분쟁을 중재하고, 장차의 전쟁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사실 윌슨 대통령은 이보다 앞서 1918년 1월 연두교서에서 14개항의 전후 평화정착을 위한 원칙 가운데 국제연맹 창설안을 제시했었습니다. 민족자결주의 원칙은 이때 처음으로 등장한 원칙이었습니다. “피지배민족에 자유롭고 공평하고 동등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자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이 원칙은 식민지배를 받고 있는 모든 피지배 민족을 대상으로 했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 연합국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식민지를 잃을 수 있는 이 안에 찬성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들의 반대로 민족자결원칙은 윌슨의 안보다는 축소된 상태로 선포됐습니다. 이로써 패전국인 독일제국과 오스트리아, 터키의 여러 식민지들만 독립을 하게 됐습니다. 연합국의 일원이었던 일본의 식민지들은 독립을 성취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민족자결주의는 피지배 민족의 독립에 대한 명분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식민지 백성들에게 독립운동을 벌이는 근거를 제공해 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의회의 공화당 세력으로부터 국제연맹에 대한 강한 반대에 부딛쳤습니다. 공화당 측은 이 연맹이 미국의 자치권을 약화시키며, 또 다른 전쟁에 말려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919년 9월 윌슨 대통령은 기차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국민들에게 직접 연맹의 이상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9월 25일 저녁 윌슨대통령이 탄 기차는 캔사스 주 위치타를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윌슨 대통령은 정신이 혼미해져 쓰러지고 몸을 쓸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다음 여행 일정은 취소됐습니다. 10월 2일에는 뇌졸중을 겪게되고 반신이 마비됐습니다.

뇌의 지적기능이 상실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감정 조절과 판단력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 사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대통령직 수행의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대통령의 기능이 마비됐어도 기능의 교체를 거론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대신 부인 에디스가 대통령에 대한 접촉을 콘트롤 했습니다. 모든 결정은 에디스 부인이 내리고, 병세의 심각성도 제대로 외부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이후 마지막까지 정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원은 1919년과 1920년 두 차례나 국제연맹 찬반 표결을 했지만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미국이 가입을 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국제연맹의 첫 모임은 1920년 1월 열렸습니다. 비록 평화에 대한 자신의 이상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윌슨 대통령은 베르사이유 조약에서 국제연맹을 추진한 공로로 1920년 12월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윌슨 대통령의 2차 임기 중에는 중요한 법 두가지가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는 알코홀 음료를 제조, 판매, 수송하지 못하게 한 금주법입니다. 술을 마시는 행위 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었고, 미국 영토 내에서 술을 구하거나 만들 수 없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이었습니다. 1920년 제정된 제 19차 수정헌법으로, 여성들도 투표를 할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법이 시행된 첫 번째 선거는 윌슨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였고, 그 결과 공화당의 워렌 하딩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1921년 3월 우드로우 윌슨 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나와 워싱턴 디시 자택에서 살았습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법률회사를 차렸으나 건강이 나빠 사실상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드로우 윌슨 제 28대 대통령은 1924년 2월 3일, 67세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윌슨 대통령은 워싱턴의 내셔널 대성당에 안장됐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워싱턴 디시에 안장된 대통령은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이 유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