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든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정상각도 시험발사 시점을 재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을 흔들기 위해 보다 직접적인 물리적 위협으로 도발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방부 직할 정보기관인 국방정보본부는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금까지 정상각도로 발사하지 않았는데 북한에서는 능력은 다 보유했고 다만 대미 압박을 위해 타임라인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전했습니다.
유 의원은 또 국방정보본부가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의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유 의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해선 “핵폭탄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완성하기 위해선 7차 실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는 이미 소형 또는 대형 핵실험이 가능할 정도로 완성됐고, 4번 갱도는 아직 확인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전술핵 공격 수단이라고 밝힌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선 “방사포라기보다는 사실상 탄도미사일 시스템으로 발사하는 정도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거기까지 가기엔 아직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라고 유 의원은 밝혔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 윤건영 의원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고체 추진 ICBM 개발 여부와 관련해서는 연내 가능성에 대한 언급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추정 ICBM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한국 군 당국이 북한의 ICBM 정상각도 발사를 사실상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고각발사를 통해 동해안에선 시험을 많이 했죠. 화성-17까지 시험을 한 이상 미국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정상각도 발사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는 북한이 외부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ICBM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증명하기 위해 ICBM을 정상각도로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담화에서 “고각발사만으로는 입증할 수 없고 실제각도로 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논거로 북한 전략무기 능력을 폄훼하려 한다”며 “곧 해보면 될 일이고 곧 보면 알게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호령 박사입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11월에 북한이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성공하고 나서 ICBM 부대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이번 열병식을 통해 가장 많은 ICBM을 등장시켰고 이런 것들로 봤을 때 ICBM 관련된 능력이 상당 부분 진전돼 있다는 점을 예상을 해 볼 수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재진입 기술이라는 부분도 발전 가능성을 생각을 하고 있어야 되는 거죠.”
김여정 부부장은 ICBM ‘화성-15형’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다음날인 지난 19일 담화를 내고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 실패했다면 탄착 순간까지 탄두의 신호자료들을 수신할 수 없다”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상당한 수준임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아직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력실장은 북한이 정상각도 발사를 감행한다고 해서 곧바로 대기권 재진입 기술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북한이 정상각도로 발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적어도 북한이 몇년 몇월 몇일 몇시에 ICBM이 어느 장소에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공고하고 실제로 그 자리에 떨어졌을 때 ICBM에 대한 신뢰성은 담보받게 되고 국제사회는 이를 믿게 될 겁니다.”
한편 북한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과 한국의 군사행동에는 눈감고 북한에만 불공평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22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한의 우려스러운 군사행동에 눈감고 침묵하던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도발과 위협으로 모독하는 불공정한 태도를 취하는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반도에서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유엔 사무총장이 무거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백히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이른바 ‘이중잣대’를 비난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겁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정찰 풍선 사건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미중 미러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대미 도발 수위가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미국이 발간한 국방전략서를 보면 북한은 지속적인 위협이라고 했는데 지속적인 위협 갖고는 미국을 움직일 수 없으니 이제는 ICBM을 넘어서 핵실험까지도 갈 것이고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면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것을 보일 수 있는 그런 뭔가를 계속 보여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앞서 지난 18일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한 패널토론에 참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공격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유럽 내 전쟁에 집중되면서 김정은 정권은 ICBM을 포함한 미사일 도발 등 더욱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