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정부 보고서 한국어 번역본 증가…한국 위상·동맹 중시 반영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

미국 정부가 주요 보고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발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외국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미국의 공공외교와 미한 동맹의 깊이를 보여주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방부가 30일 2022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의 한국어 번역본을 공개했습니다.

핵태세검토보고서는 미 안보·국방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핵 수단 즉 전략, 정책, 태세, 전력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35쪽에 달하는 한국어 번역본과 함께 일본어,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총 5개 언어로 된 보고서를 동시에 공개했습니다.

미 국방부가 핵태세검토보고서를 한국어로 공개한 것은 2018년에 이어 5년 만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렇게 주요 보고서와 지침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별도로 발표하는 사례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5월 20쪽에 달하는 ‘북한 정보기술(IT) 근로자에 대한 지침’을 한국어로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국무부가 ‘인종 간 형평성 렌즈를 이용한 인신매매 금지 작업 수행 정보’ 지침을 한국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로 번역해 공개했습니다.

19쪽에 달하는 이 지침서는 강제노동 등 인신매매 퇴치를 위한 자세한 실행 방안 등을 담고 있습니다.

또 국무부와 재무부, 국토안보부,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2020년에 17쪽에 달하는 ‘북한 사이버 위협 주의보’를 한국어로 번역해 공개했습니다.

국무부는 특히 2018년부터 별도로 대북제재 주의보를 한국어로 번역해 발표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정의에 대한 보상 (Rewards for Justice: RFJ) 프로그램에 한국어 코너를 추가로 개설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테러, 미국에 대한 외국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 북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한 특정 활동에 가담한 개인의 재정 메커니즘에 대한 정보 제공자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입니다.

이런 한국어 증가 추세는 과거 주한 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의 연례 국제인권보고서나 종교자유보고서, 인신매매보고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제한적으로 공개하던 사례와는 많이 달라진 것입니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 등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는 더 많은 지구촌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공공외교의 일환이자 한국의 국력 신장, 미 동맹의 중요성을 포괄적으로 반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3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 대 정부 차원을 넘어 보다 폭넓은 청중과의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 대리] “I think it's simply an effort to facilitate communication to broader audiences beyond just government to government. It seems to me to be a diplomatic effort to convey to the broader audiences around the world in languages that they may understand.”

“전 세계의 더 많은 청중에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려는 외교적 노력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특히 한국어는 남북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지역과 글로벌 사안들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한국어 보고서 증가 추세는 과거 자신이 외교관으로 근무할 때와는 다른 움직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외국의 청중에게 직접 다가가는 노력이자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I think it's great. They're reaching out to audiences in directly. That's exactly what the US government saying. I think that's a great idea…I think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has become deeper and broader and Korea has become a more important country.”

특히 “미한 관계는 더욱 깊고 넓어지고 있으며 한국은 더욱 중요한 나라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도 한국어 보고서 증가는 한국의 안보상황과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I think this was an indication of how important the Korean security situation is, but also, you know that the alliance relationship. I think that it certainly shows a sign of high respect for our Korean allies. It’s important that we share that information in the Korean language. So I think it's a good sign.”

또한 “동맹인 한국에 대한 높은 존중의 표시”라면서 한국과 한국어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고 유익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또 이런 추세는 실용적 목적도 있다며 “한국어 번역본은 오해와 오역을 없애거나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역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상에서 많은 문서가 빠르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확한 번역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대리] “And this is social media and in the internet, many, many documents are traveling quickly around the world. So it's important to have accurate translation.”

실제로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2022 핵태세검토보고서’ 번역본이 나왔다고 소개하며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을 지원하는 전략, 정책, 태세 및 전력을 5개 언어로 명확하게 설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