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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 화물 야적장서 러시아행 무기 실은 듯…화물열차 계속 포착


지난해 11월 18일 위성사진. 북러 접경지역의 북한 쪽 화물 야적장 옆에 5량짜리 열차(사각형 안)가 정차해있다. 바로 옆 1량짜리 열차(화살표)와 달리 5량짜리 열차는 그림자가 짧아서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지난해 11월 18일 위성사진. 북러 접경지역의 북한 쪽 화물 야적장 옆에 5량짜리 열차(사각형 안)가 정차해있다. 바로 옆 1량짜리 열차(화살표)와 달리 5량짜리 열차는 그림자가 짧아서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두만강 북러 접경지역의 새 화물 야적장에서 러시아행 무기를 실은 정황이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최근 백악관이 지목한 시점 이후에도 열차가 여러 차례 러시아를 드나드는 듯한 수상한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1월 18일 북러 접경지역의 북한 측 지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고화질 위성사진에 5량짜리 열차가 보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조러친선 다리에서 북한 쪽, 즉 남서쪽으로 약 1.5km 떨어진 지점에 서 있는 이 열차는 최근 백악관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 증거로 공개한 위성사진에 찍힌 열차와 동일한 것입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정황을 담은 흑백 위성사진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할 보병 로켓과 탄약, 미사일 등을 실은 열차 모습이 찍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정황을 포착한 위성사진들을 공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정황을 포착한 위성사진들을 공개했다.

당시 커비 조정관은 이 열차를 단순히 ‘레일카(rail cars)’ 즉 열차라고만 소개했지만 VOA의 분석 결과 이들 5량은 바닥판만 있는 ‘평판차(Flatcar)’로 확인됐습니다. 5량짜리 평판차 남쪽 선로에 서 있는 1량짜리 또 다른 열차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과 달리, 문제의 5량은 그림자가 없어 지붕과 벽체가 없는 형태의 화물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은 이 일대 더 넓은 지역을 담고 있어 백악관이 공개한 자료보다 더 구체적인 상황 파악이 기능합니다.

특히 백악관은 이 열차의 정차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은 이곳이 지난 2021년 신설된 대형 야적장 바로 옆 선로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1년 두만강 하류 북러접경 지역에 가로 200m, 세로 100m의 콘크리트 부지를 조성하고, 이곳에 길이 50m의 대형 건물 3채와 5m짜리 소형 건물 13채를 건설했습니다.

이 부지는 선로가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러시아 향발 화물을 선적하거나 하역하는 장소로 추정돼 왔는데, 이날 발견된 열차는 바로 이 야적장에서 북한 무기를 선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커비 조정관은 “북한은 (최초 열차가 발견된) 다음 날인 11월 19일 이 열차 차량에 컨테이너를 적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 평판차는 11월 18일 이 지점에 빈차로 도착해 19일을 전후해 무기를 채운 컨테이너를 얹은 뒤 러시아로 떠난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백악관이 지목한 11월 18일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열차가 이 지점에 정차했다는 사실입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11월 18일 이전까지만 해도 현장에서 열차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날 열차가 포착된 지 12일 만인 11월 30일 6~7량 열차가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이 열차는 12월 2일까지 이곳에 머물렀는데, 12월 4일 오전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후 4일 오후 3량짜리 열차가 다시 이곳에 나타난 뒤 8일까지 나흘 동안 머물렀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11월 18일부터 최근까지 이 지점에서는 5차례나 열차가 포착됐고, 그때마다 최소 이틀에서 최대 닷새까지 현장에 머물렀습니다.

지난해 12월 8일 자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열차(원 안). 사진=Planet Labs
지난해 12월 8일 자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열차(원 안). 사진=Planet Labs

물론 이들 열차가 러시아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고 바그너 그룹에 제공할 무기를 선적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 백악관이 무기 수송 열차의 정차 지점으로 지목한 장소에서 발견됐고 이곳에서 북러 국경까지의 거리가 불과 1.5km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열차를 이용한 양국 간 추가 거래 정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 등 다수의 대북 결의를 통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근거로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거나 무기 분야에서 협력한 개인과 기관 등에 독자 제재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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