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한국이 자신들의 핵 사정권 안에 있다고 공언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실제로 핵 공격을 할 수 있는지, 우발적 핵 전쟁 가능성은 없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한국을 겨냥한 핵 공격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월 31일 평양에서 열린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연설에서 방사포에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녹취: 중방]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이며…”
북한은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31일과 새해 1월1일 각각 초대형 방사포 3발과 1발을 발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위협을 단순한 엄포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미국과 한국 연구기관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20-60개가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핵탄두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통상 플루토늄 4-8kg 또는 고농축 우라늄(HEU) 25kg이 필요한데, 북한은 50kg 이상의 플루토늄과 상당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매년 6기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핵탄두를 장착해 쏠 수 있는 투발수단 즉, 미사일과 방사포도 고도화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동해로 쏜 초대형 방사포(KN-25)는 한 번에 전술핵을 여러 발 쏠 수 있는데다 유도 기능까지 갖춰 요격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미사일을 섞어 쏠 경우 요격은 더욱 어렵습니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6월 초대형 방사포와 신형 미사일 8발을 동시에 시험발사한 바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지난 10년간 북한의 핵정책 방향이 바뀐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 보유를 명기했습니다.
이어 2013년 4월에는 ‘자위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도 제정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무기는 ‘방어적’ 성격이었으며, 주로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핵 무력 법제화를 하면서 ‘선제공격’과 함께 한국을 공격 목표로 삼았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과거 미국을 겨냥했던 북한 핵무기가 지금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Big danger of North Korea nuclear weapon is not really on US but South Korea.”
전문가들을 북한의 이같은 정책 선회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가능성’ 차원의 얘기입니다.
북한은 199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여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지만 아직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한 바 없습니다.
반면 한국을 공격할 경우에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북한이 갖고 있는 방사포와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로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핵 보유국이 아닙니다.
이미 핵 국가가 된 북한으로서는 한국을 핵으로 압박해 일종의 ‘인질’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핵 국가인 북한은 비핵국가인 한국을 압박하고 또 미국에 대해서는 한국을 핵 인질로 삼아 압박을 하는 거죠. 지렛대와 핵 인질 전략 두 가지가 다 있다.”
문제는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핵 공격을 하는 경우를 2-3가지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서울을 ‘핵 인질’로 잡고 한국의 몇몇 도시에 핵 공격을 가해 한국과 미국의 대응 의지를 꺽으려 한다는 겁니다.
또 미국이 반격에 나설 경우 “미군을 한반도에 보내면 뉴욕을 핵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방부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11월 3일 워싱턴에서 제54차 미한안보협의회 (SCM)를 열고 또다시 강력한 대북 경고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무모하게 미국을 겨냥해 핵전쟁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보다 강력한 적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Because Kim Jung-un is smart enough to know they can not attack strength…”
또 다른 가능성은 연평도 같은 서해 도서를 공격하는 겁니다.
북한 군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기습포격이나 도발한 뒤 한국 군이 무력 대응을 하면 핵으로 보복하겠다고 협박하는 겁니다.
이 경우 한국 내 북 핵 공포와 내부 갈등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우발적 충돌 가능성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무기 선제 사용을 지향하는 핵 태세와 교리를 채택해 오해나 사고로 인해 의도하지 않게 한반도에서 핵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군이나 미군이 한반도에서 군사훈련이나 미사일 시험을 하는데, 북한이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오판해 핵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남북간 우발적 충돌이나 오판이 핵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오판에 의한 무력충돌이 가장 우려되거든요, 따라서 남북이 군사적인 대화는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군에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응징 보복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4일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은 11일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자체 핵 무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물론 이제 더 문제가 심각해져 가지고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대남 핵 위협을 가하고 이에 한국도 맞대응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점입니다.
한반도에서는 남북한 모두 ‘핵’과 ‘전쟁’을 거론하며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한 수뇌부가 계속 강대강 대결을 계속할지, 아니면 한반도 긴장 완화의 길을 선택할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