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다사다난 했던 2022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포함해 미사일을 65발이나 발사하면서 군사 도발 수준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경제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내부 상황은 한층 어려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2022년은 미사일로 시작해 미사일로 끝난 한 해였습니다.
북한은 1월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12월 23일 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 총40회에 걸쳐 65발의 미사일을 쐈했습니다. 한 달 평균 5.4발을 발사한 겁니다.
이는 역대 최다 미사일 발사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2022년은 북한이 역사상 가장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은 정권뿐만 아니라 북한 역사에서 가장 많은 미사일을 쐈구요, 올해는 김정은 정권의 전략적 노선이 변화한 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지난 4년간 유지돼 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유예(모라토리엄)’ 방침을 깨고 ICBM을 발사했다는 겁니다.
그동안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는 여러 난관을 겪으면서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과 미국의 ‘전략훈련 중단’ 조치로 그럭저럭 평화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3월 24일 ICBM 발사에 이어 11월 8일 화성-17형까지 8차례에 걸쳐 ICBM을 발사하면서 남북한과 미북 관계를 지지해오던 평화 장치가 파괴됐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올해 북한은 ICBM 발사로, 그리고 미국은 전략훈련 재개로 양측 모두 모라토리엄을 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Both side broke the moratorium, North Korea fire missile US and..”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북한은 7차 핵실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북한은 3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복구에 나서 5월에는 모든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국 공산당 대회인 10월 16일부터 미국의 중간선거인 11월 7일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런 전망은 빗나갔습니다. 북한은 중간선거 전에 핵실험을 하지않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신냉전 구도가 조성되면서 북한이 외교적 활로를 찾은 해이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본격적인 밀착은 3월 2일 유엔총회 투표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유엔에서는 특별총회가 열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가 벌어졌습니다.
이 표결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 141개국이 찬성했고, 중국과 인도, 이란등은 기권했습니다.
북한은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전세계에서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 러시아 등 5개국뿐이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외교적 도박은 두 달 뒤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5월 26일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며 추가적인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북한이미사일을 쏴도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북한을 두둔할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과거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했던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은 (북한) 정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t’s unprecedented in the sense that they were so many– this day, but they have been continuously launching missiles over the past year. And we have continued…”
북한의 경제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를 맞은 지 5년째 되는 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 경제는 연간 2-3% 씩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시작된 2017년부터 북한 경제는 매년 마이너스 3-4%씩 뒷걸음쳤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1.4%나 감소했습니다.
또 대외무역은 2021년 7억 1천만 달러로 195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북한 경제 사정이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이라며 경제가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It’s not collapsing but gradual shrinking, erosion…”
북한 전역의 400여개 장마당도 잘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북-중 화물열차는 지난 9월 26일 재재돼 운행을 계속하고있습니다. 중국에서 의약품과 식량, 건자재 등이 북한에 반입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트럭을 통한 물자 반입이 안 되면 장마당은 정상화된 것이 아니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씨] ”안 다닐 때보다는 장마당이 조금 활성화되겠지만, 신의주에서 화물열차 다니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차가 다니고 육로가열려야 장마당이 돌아가는데…”
식량 사정도 나쁩니다.
북한은 올해 태풍이나 홍수같은 자연재해를 겪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인한 노력 동원 감소와 비료 부족 등으로 곡물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을 지난해 보다 3.8% 감소한 451만t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한 해 먹고 살기 위해서는 550만t이 필요한데, 100만t가량 부족한 겁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5월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공식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2년 3개월간 굳건히 지켜온 우리의 비상방역체계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후 북한은 코로나 누적 발열자가 425만3천여명이며 사망자는 총 71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은 고강도 봉쇄정책을 통해 코로나 확산을 억제했다며 8월10일 ‘방역전 승리’를 선언하고 마스크 착용을 해제했습니다.
그러나 10월 초를 기해 북한 주민들은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1일 평양에서 열린 ‘국제 노인의 날’ 행사를 보도한 북한 TV를 보면 주민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2022년은 북한이 많은 미사일을 쏘며 고강도 군사 도발을 한 해였습니다.
동시에 경제난과 코로나 사태로 내부 경제와 사회적 상황이 상당히 악화됐다고조한범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대외적으로는 국방력 강화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그로 인해 북한 경제는 더 왜곡이 됐고, 주민 불만도 훨씬 커진 한 해다. 또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내 고강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2023년 새해에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