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지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러시아 병사의 수가 89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문제가 됐다고 확인했습니다. 극우 성향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의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이 국제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페르디난드 마크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세밑에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점령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아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요. 사망자 수가 더 늘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2일 늦게 성명을 내고,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의 공습을 받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신병 임시 숙소에서 사망한 군인이 89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 날(2일), 63명이 숨졌다고 밝혔는데요. 피격 장소 복구 현장에서 시신들이 더 발견되면서 연대 부사령관을 포함해 사망자가 20여 명 늘어났습니다.
진행자) 이번 미사일 피습에 러시아 장병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문제가 됐다는 러시아 언론의 보도가 있었는데, 러시아 국방부도 관련 주장을 확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러시아 타스 통신은 도네츠크주 친러 행정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장병들이 빈번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위치 등 사용자 정보가 노출된 게 피습의 일차적인 이유라고 보도했는데요.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2일) 세르게이 세르뷰코프 중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장병들이 휴대전화 금지 수칙을 어긴 것이 치명적인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장병들이 휴대전화를 무단 사용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정권 안에 있던 부대의 병사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당국이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관련 수칙을 어기고 휴대전화를 사용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타격 좌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는 게 러시아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앞으로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처를 취하고 있다면서 책임자들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인정한 것만으로도, 단일 공격으로 100명 가까운 러시아 군이 사망했는데요. 이렇게 인명 손실이 컸던 이유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했습니까?
기자)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고속기동포병시스템(HIMARS)으로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 가운데 격추된 2발을 제외한 4발이 임시숙소를 타격해 지붕 천장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매체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밤에 기습 공격을 가했으며, 장병들이 취침 중이어서 피해가 더 컸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인명 피해 규모를 훨씬 더 많이 잡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앞서 지난 1일, 러시아군 400여 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다만 자국이 이번 공격을 했는지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대대적인 동원령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네요?
기자) 네. 전사자 남편을 둔 러시아 여성 단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규모 동원령을 발령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국경을 폐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러시아 군인들의 미망인’이라는 이름의, 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단체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군 최고사령관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의 대규모 동원을 허락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한 징집 연령의 남성들이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도록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국경 폐쇄 요구와 같은 맥락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들 여성은 “우리의 남편들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죽었는데, 그들이 도망가면 누가 우리를 보호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자신들은 이를 요구할 충분한 도덕적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이미 한 차례 부분 동원령을 내렸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습니다. 러시아가 군 동원령을 내린 것은 2차 대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요. 당시 징집 대상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예비군과 장교 출신 등으로, 전국의 약 30만 명이 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징집 대상이 아닌 사람들까지 무작위 소집돼 거센 반발과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수많은 러시아 남성들이 징집을 피해 러시아와 접경한 이웃 조지아 등, 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정부는 이 단체의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크렘린궁은 즉각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간 추가 동원령과는 선을 그어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초 러시아 인권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부분 동원한 30만 명 가운데 15만 명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동원됐으며, 나머지 15만 명은 여전히 훈련 중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추가 동원령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이번에는 중동으로 가봅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이 동예루살렘을 방문했군요?
기자) 네. 극우 성향인 이타미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3일 오전, 동예루살렘 성지를 찾았습니다. 벤그비르 장관은 이곳에 약 15분간 머물렀는데요. 그러면서 “성전산(temple mount)은 유대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곳이며, 이제는 유대인들도 가게 될 것”이라면서 위협을 가하는 자는 엄격하게 다룰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성전산은 유대인들이 동예루살렘 성지를 부르는 호칭이죠?
기자) 네. 성전산은 동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있는데요. 이슬람교와 기독교, 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받드는 곳입니다. 이슬람교는 이곳을 ‘고귀한 안식처’라고 부르는데요. 특히 이슬람교도들은 이 지역을 메카, 메디나와 함께 3대 성지의 하나로 꼽습니다. 이슬람교에 중요한 황금사원과 알아크사 사원도 모두 이곳에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벤그비르 장관의 말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그동안 이곳을 방문할 수 없었던 건가요?
기자) 유대인들도 방문할 수는 있지만, 기도와 예배는 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은1967년 6일 전쟁으로 동예루살렘을 차지했지만 국제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데다가 합의를 통해 요르단이 사원 등을 관리하기로 한 데 따른 건데요. 이에 따라 유대인들은 그동안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서쪽 벽에서만 기도와 예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벤그비르 장관이 동예루살렘을 전격 방문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벤그비르 장관은 유대인들도 성지 안에서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공언해왔는데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출범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성지 방문을 강행했습니다.
진행자) 벤그비르 장관은 입각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극우 성향의 정당인 ‘유대인의 힘’을 이끌고 있는데요. 과거 인종주의를 선동하고 테러 조직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전력의 소유자입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구성에 주요 열쇠 역할을 하면서 주류 정치인으로 등극했고요. 이스라엘 경찰조직과 요르단강 서안 내 일부 경찰 활동을 관할하는 국가안보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진행자) 벤그비르 장관의 행보에 중동 국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사원 관리 권한을 가진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도발로 규정하며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요르단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성명을 내고,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침입한 이스라엘 관리의 도발을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집트도 벤그비르 장관의 행동은 안보와 지역 안정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안보리 회의 소집도 거론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는 이 같은 상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유엔 안보리에 회의 개최를 요구했는데요. 이르면 5일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번 사안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행동은 모두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유엔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일이 폭력적인 충돌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며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현상 변경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머스 나이즈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도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와의 대화에서 현상 유지 문제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이날(4일) 정상회담을 했는데요. 중국 관영 매체들은 회담이 끝난 뒤 두 정상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해상 분쟁을 평화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중국 ‘CCTV’ 방송은 시 주석이 “중국은 우호적인 협의를 통해 필리핀 측과 해상 분쟁 문제를 적절하고 다루고, 석유와 가스 탐사 협상을 재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언급한 해상 분쟁이라면 남중국해 문제를 말하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영해로 주장해서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등 주변 나라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또 전초기지를 만들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에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해 12월에 보도한 내용인데요. 중국이 남중국해 내 몇몇 무인도를 개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필리핀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네. 필리핀은 이후 분쟁 수역에 배치된 군 병력을 늘리는 한편 중국 측에 해당 수역에서 “긴장을 악화하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필리핀은 또 중국 선박들이 자국 서부 해안 가까운 곳에 집결하는 것에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중국이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필리핀 측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이번에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거로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CCTV는 두 나라가 농업, 기반 시설, 그리고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해 필리핀 농업과 농촌 지역 개발을 돕고, 필리핀과 함께 기반 시설과 연결 사업을 진전시킬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필리핀은 국내 개발 사업에 중국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필리핀은 기반 시설 사업을 위해 중국 차관을 유치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앞서 필리핀이 코로나 대유행에서 회복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가장 강력한 협력국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남중국해 석유 탐사 문제를 중국과 다시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이미 말했고요. 또 4일에는 필리핀은 중국 관광객들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정부는 전임 정권과 달리 대미 관계 개선에 나섰죠?
기자) 네. 전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 의해 약화한 긴밀한 대미 관계를 복원했고요. 반면 중국에 대한 외교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에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필리핀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철벽같은 약속”을 재확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역내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까?
기자) 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역내 개발에 있어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중심적 역할을 수호”해야 하고, 역내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역내 갈등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마르코스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중국을 찾았고, 아세안 회원국 외에 처음으로 방문한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신년 들어 처음으로 초청한 정상이 바로 마르코스 대통령입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