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 억제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기방어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미국 전직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전략자산 등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한일 양국의 강화된 군사력이 결합된 상호 방위 개념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도 한국 등의 자체 핵무장은 미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며 핵 개발을 통한 국방력 강화에는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 톡’에 출연한 토머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대행과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과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불과 몇 달 전까지 국무부 국제안보 비확산국 선임고문을 지내셨는데요.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판단입니까? 북한 미사일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췄다고 보시나요?
토머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나는 이제 국무부를 대변하지 않습니다만, 북한은 언제나 실제 능력보다 과장된 말을 하곤 하죠. 북한의 대륙간탄도사일의 추진력과 사거리만 보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핵탄두를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대기권 재진입체를 가졌는지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확인하지도 못했고 증거도 없습니다.
진행자) 미 정보당국 최고위급의 북한 분석관이셨는데요. 북한이 공격적인 속도로 미사일을 시험하고 7차 핵실험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통령 일일 정보 보고에 북한 위협 수준에 대해 어떤 경고를 하시겠습니까?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나도 더 이상 정부에서 일하지 않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뿐입니다. 북한의 위협을 논할 때는 최근에 있었던 일, 임박한 일에만 집중하지 말고 더 멀리 봐야 합니다. 북한 위협은 진전되고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훨씬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내가 줄 수 있는 경고입니다. 북한의 공격을 막고자 하는 미국, 한국, 그리고 생각이 같은 나라들이 직면한 도전은 더 어렵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북한의 역량이 증진됐다는 것입니다. ICBM과 핵 등 미국 본토에 대한 보다 전략적 차원의 위협이 증가했습니다. 북한의 전술적 능력도 향상됐는데 특히 전술핵무기 개발 추진과 관련 메시지가 그렇습니다. 북한의 저강도 도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무인기 활동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더 정밀하고 제한된 공격 수단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 모든 걸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억지하기 매우 어려운 도전이죠. 간과하기 쉬운 다른 측면은 중국과 북한이 상호 연결돼 억지가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북한의 공격 시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의 나쁜 행동과 북한에 대한 지원 및 선동, 그리고 북한의 파괴적 행동이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따라서 북중을 동시에 상대하는 게 어렵고, 그들이 서로를 간접 지원하기 때문에 대응이 훨씬 더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새해에는 우리가 과거 직면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진행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2017년부터 무인기에 대한 대응 훈련이 전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도 말했고요. 동의하십니까? 몇 년 전 외교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한 것이 실수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우선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이 실수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외교의 기회를 열기 위해 군사훈련 축소를 논의하고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의 상호 조치가 따랐다면 실수가 아니었을 겁니다. 트럼프 정부는 기회를 만들어 놓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했습니다. 군사 훈련 축소가 무인기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는지 모르겠습니다. 갈로스카스 국가정보분석관의 말에 동의합니다. 북한이 추가로 공개한 무인기의 중요성을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인기 방어는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9.19 군사합의는 특히 국경지대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추려 했고 양측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를 철거했죠. 그런 조치가 무인기 활동 감시 역량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그럴 수도 있겠죠. 나는 북한이 한국 등과 맺은 합의를 엄격하게 준수할 것이라고 결코 기대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국군이 이번 사건에서 필요한 교훈을 얻고 더 많은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교훈이 무엇일까요?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매우 기술적인 질문인데 무인기 방어에 대해 매우 깊게 들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미래에 가장 효과적인 기술은 전파방해, 극초단파, 레이저 등 비운동성 수단일 것입니다. 미군도 무인기 기습 공격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은 무인기 대응 전력 확보에 5천 60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핵과 군사 역량이 급진전 중인데 갑자기 무인기 대응에 집중하면서 주의가 분산되는 건 아닐까요?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대응의 초점이 흐트러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때는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합니다. 북한의 모든 다른 역량을 살펴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역량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인기는 정찰 활동에 매우 유용하죠.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부대에 정보를 제공하는 무인기 정찰을 막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포괄적인 접근법의 일부입니다.
진행자) 미국의 대북 정보 역량을 묻고 싶은데요. 미국 정보 당국이 실제로 김정은의 식사 메뉴까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인가요?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이 앞서 지적했듯 과대평가도 과소평가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정보 당국의 역량에 대해선 그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새로운 핵심 목표들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이 새해 어떤 도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미사일이나 핵 등 어떤 역량을 강화하려 할까요?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북한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북한은 많은 기습 행동에 나설 것이고 우리는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겠죠. 확실히 미사일 추가 시험이 곧 있을 것입니다. 올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횟수는 지난 5년간 발사보다 많죠. 북한의 추가 핵실험도 확실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수소탄 실험이든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 실험이든 말입니다. 어떤 핵실험에도 세계 각국은 더 강력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중국도 강력한 대응에 나설지 아니면 다시 방관할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진행자) 김정은은 2021년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의 군사 현대화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인가요?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무엇이 선전선동이고 무엇이 실제 진전이나 목표인지 구분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 목록 중에서 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더 우려해야 하는 건 실전 배치 역량에 진전을 보이는 무기들입니다. ICBM에 장착할 다탄두재진입체, 대형 고체연료 미사일, 전술핵무기용 단거리 미사일 등입니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기동 능력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앞서 언급한 극초음속 활공체도 크게 우려되고요. 지금까지 얼마나 진전됐는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진전을 낸다는 사실 자체가 우려됩니다.
진행자) 이런 역량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량 자체가 큰 위협이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북한의 기술 완성도가 높기 때문입니까?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북한의 인식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무기 역량이 증강되면서 제한적으로만 확전해도 미한 연합군이 대응을 멈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우려되는 것입니다. 북한이 새해에 의도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역량이 강화되면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고, 김정은은 공격을 확대할 능력에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또한 전술핵무기가 현실화되는 것도 위험합니다. 분쟁 상황에서 김정은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를 사용할 권한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컨트리맨 차관대행께서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정은이 다양한 핵무기를 갖추면 그것을 사용할 동기가 커질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해도 어떻게든 정권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북한에도 우리에게도 위험한 생각입니다.
진행자) 아시아 국가들은 북한의 고조된 위협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국방비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려는 일본의 노력에 발맞춰서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할까요?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각국이 처한 상황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국은 벌써 GDP의 거의 3%를 국방비로 쓰고 있고, 일본은 향후 5년에 걸쳐 1%에서 2%로 늘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죠. 인도태평양의 위협과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국방비를 늘리는 것이 한국에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미국이나 다른 동맹국들과 상호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꼭 두 배로 증액해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또 예산 규모보다 지출 내역이 더 중요하고요.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투자할 방법들이 있다고 봅니다.
진행자) 백악관은 일본의 국방비 투자가 미일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일본이 국방비에 크게 투자하지 않는다면 역내 미국의 이익이 약화한다는 이야기인가요? 또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한국에는 긍정적입니까 부정적입니까?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한국과 일본 모두 이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두 나라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중국으로부터 매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국방을 미국에 의존할 뿐 아니라 자체적인 국방력을 구축해야 할 동등한 책임이 있습니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핵 억제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방어 능력을 갖추고, 동맹과 협력하고 의존하고 신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한일 간 더 효과적인 삼각동맹을 맺어야 합니다. 세 나라가 공통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협력을 막는 상황에서는 국방예산 규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국방력 강화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세 나라 모두에 긍정적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일본이 군사력을 어느 수준까지 키우길 원할까요? 두 나라는 과거에는 적이었고 이제는 동맹입니다. 힘의 균형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군사력이 중국보다 더 커지는 것도 미국에 딜레마가 아닐까요?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나는 미국 정부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일본은 책임감 있는 민주주의 국가, 긍정적인 행위자, 안정을 지키는 힘입니다. 진주만 공격을 결정한 일본 정부는 현재 정부와 매우 다릅니다. 더 강하고 유능한 일본군이 한국,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안정 유지에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일본 군사력이 강화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수십 년 전과는 아주 다른 상황입니다.
진행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우려하고 있는데요.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일본이 100년 전과 전혀 다른 나라라는 점이 모두에 이익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역사 문제가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곳에서 강력한 정치적 힘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늘날의 이익과 위협을 바라보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부입니다. 일본, 한국, 미국 정부가 함께 통합적인 확장억제 체제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한 나라에만 의존하지 않고 각국이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어제의 위협과 오늘의 위협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역내 어떤 정부에도 심각한 실수가 될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규범에 입각한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일본과 미국은 중국을 추격하는 위협, 현상 변경 세력으로 규정합니다. 향후 세 나라 협력에 걸림돌이 될까요?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 ‘유리잔에 물이 반밖에 안 찼는지, 반이나 찼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연대의 수준에 대해 질문했는데, 이번 공개적인 문서가 시사한 만큼 인식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 대다수는 중국을 긍정적인 존재라기보다는 도전이자 위협적인 존재로 봅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대다수는 10년 뒤에 중국이 북한보다 한국의 안보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또한 공개 문서들에서 입장 변화를 보고 있습니다. 미한일의 관점은 얼핏 보기보다 전반적으로 훨씬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한국 국민의 70%가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고 싶어 합니다. 한국이 고조된 북핵 위협에 직면한 것이 핵확산방지조약 10조에 명시된 ‘예외적인 탈퇴’를 가능하게 합니까?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 한국의 상황은 자국의 이익이 중대한 위협을 받을 경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NPT 10조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매우 강력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 심지어 유럽도 궁극적인 방어가 미국의 핵 억제력에만 있다고 믿는 것은 실수입니다. 개별 국가가 다른 나라와 연대해 자국 방위를 제공하는 역량과 의지가 중요하며 그것이 확장억제의 의미입니다. 자기 것이든 다른 나라 것이든 핵무기에만 의존해서 값싸게 억제력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이 NPT를 탈퇴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이것은 핵확산금지조약의 법적, 기술적 문제에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한국과 전 세계의 안보를 지켜온 것이 바로 이 비확산 체제의 핵심입니다. 탈퇴는 공짜가 아닙니다. 국제적인 명성과 경제적 이익이 크게 손상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미국과의 안보, 정치, 경제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한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것을 무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토머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과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분석관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