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다양한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핵실험뿐입니다.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과 `강대강’ 구도로 전개되는 동북아시아 상황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일 동해와 서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25발을 발사했습니다. 하루 쏜 양으로는 역대 최다입니다.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 중 1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26km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이 분단 이래 최초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겁니다.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의 실질적인 영토 침해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입니다.
[녹취: 김성한 실장] “NLL을 침범하여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것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NLL 침범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남북간에 체결된 9.19 군사 합의가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말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평양에서 합의한 9.19 군사 합의는 상호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와 군사적 충돌 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냥해 미사일과 포 사격을 가하면서 합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입니다.
문제는 남북관계만 `강대강’ 대치 국면이 된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판도가 미국-한국-일본 대 중국-북한-러시아가 맞서는 진영 대결로 전개되고 있는 점입니다.
특히 북한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로운 신냉전 구도가 조성되자 이에 편승해 외교적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본격적인 밀착은 3월 2일 유엔총회 투표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유엔에서는 특별총회가 열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가 벌어졌습니다.
이 표결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 141개국이 찬성했고, 중국과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습니다.
북한은 이 결의안에 반대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 러시아 등 5개국뿐이었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외교적 도박은 두 달 뒤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5월 26일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이 결의안을 부결시켰습니다.
그 후 러시아는 북한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러시아는 8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를 통해 북한 노동자 파견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9월에는 북한으로부터 수백만개의 로켓과 포탄을 구입하려 했습니다. 북한은 9월22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반공화국 모략설을 퍼뜨리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미 백악관은 10월 2일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비밀리에 포탄을 공급한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북한이 비밀리에 러시아에 포탄을 공급하고 있다며 책임을 묻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커비 NSC 조정관] "North Korea publicly denied that it intended to provide ammunition to Russia. There used to be, however, our information indicates that the DPRK is covertly supplying”
북한은 중국과의 전략적 공조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미국이 9월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을 한반도에 보내자 북한과 중국은 공동전선을 펼쳤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동해에서 연합해상훈련을 시작하자 중국도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또 북한은 레이건 항공모함이 동해에서 한국과 해상연합훈련을 실시한 9월 28일과 29일 연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이 떠 있는 해상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과 중국이 느슨한 형태로 보조를 맞추거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General sense is China and North Korea is collaboration, just assumed by North Korea… ”
북한은 3연임에 나선 시진핑 국가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일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14일까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9차례 도발을 했던 북한은 중국의 공산당 대회를 이틀 앞두고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시진핑 신시대’를 여는 중국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게 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동북아에서 중국-북한-러시아 대 미국-한국-일본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서 북한 문제는 더욱 풀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더 이상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미사일을 쏴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북한을 두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과거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규탄에 동참했지만 지금은 (북한)정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t’s unprecedented in the sense that they were so many– this day, but they have been continuously launching missiles over the past year. And we have continued…”
미-북 대화 또는 남북 대화가 재개될 조짐도 없습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의 경우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나서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미-북 정상회담을 중재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이 올해 33차례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별다른 대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전략적 도발은 3일 막판 변수를 만났습니다. 이날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했는데 제대로 비행을 못하고 동해에 추락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미사일 추락 원인을 파악해 문제점을 고치고 다시 ICBM을 발사하는 겁니다.
또다른 선택지는 ICBM대신 7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겁니다.
북한은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지 감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국장은 김 위원장이 실용적인 지도자라며, 일단 ICBM 실패의 원인을 파악해 문제점을 고치고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추가 핵실험은 북한이 긴장 수위를 더 끌어올리고 싶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Positive test not end in negative test…”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ICBM을 다시 발사하겠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핵실험은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미국 입장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한에 양보할 수가 없거든요, 오히려 강대강으로 갈 수밖에 없거든요. ICBM은 기술적 이유 또는 체면상 또 쏠 겁니다. 그러나 핵실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모두가 예측하면 오히려 안하죠.”
북한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3차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으로 긴장을 최고도로 끌어올릴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