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 초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환적 정황이 4건 더 포착됐는데, 같은 시기 북한 남포에선 한동안 중단됐던 석탄 선적 추정 움직임이 확인돼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8일 북한 서해 초도 해상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 선박 여러 척이 붙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북한 초도에서 남쪽으로 약 2~3km 떨어진 복수의 장소에서 선박 2~3척이 무리를 이뤘는데, 비슷한 형태의 ‘접선’이 같은 사진에서 4건이나 발견됐습니다.
초도에서 가장 가까운 해역에선 길이가 각각 95m와 55m로 추정되는 선박 2척이 접해있고, 이곳에서 남서쪽 약 500m 지점에는 100m와 40m 선박이 선체를 맞댔습니다.
남서쪽으로 약 1km 더 이동하면 90m와 40m 선박이 또다른 40m 길이의 선박을 가운데에 두고 밀착했고, 동쪽 1km 지점에선 80m와 95m 선박이 양옆을 바짝 붙였습니다.
모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등에서 지적한 전형적인 불법 환적 모습입니다.
물론 바다 한 가운데에서 이뤄진 선박 간 접선을 즉각 불법 환적으로 단정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연례보고서 등을 통해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선박 간 환적 의심 행위가 포착된 북한 초도 인근의 ‘서조선만’, 즉 북한 서해 일대를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채택한 안보리 결의 2375호가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공해상 환적을 통해 물품을 건네받지 못하도록 한 만큼, 이들 선박이 서로 물품을 주고받았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VOA는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 4월 이후 22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이번 4건을 더할 경우 북한 서해에서 확인된 환적 의심 사례는 올해에만 26건으로 늘어납니다.
구름이 많은 날은 위성사진 판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선박 간 환적은 VOA가 파악한 26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어떤 물품을 옮기는지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북한은 해외에서 출항한 선박과 초도 인근 해상에서 만나 환적한 뒤, 종류를 알 수 없는 화물을 북한 남포로 옮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환적 정황 4건이 발견된 직후 남포와 송림 항 등 북한의 대표 석탄 취급 항구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습니다.
‘플래닛 랩스’가 28일과 29일, 30일 남포 석탄 항구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길이 100m가 넘는 대형 선박 3척이 접안해 있습니다.
28일엔 선박 3척이 모두 석탄 선적이 가능한 부두에 배를 댔는데, 29일엔 이 중 1척이 떠난 듯 2척만 남았습니다. 다음날인 30일에는 남은 2척 중 동쪽 부두에 있던 선박이 서쪽 끝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항구는 북한이 주로 석탄만을 취급해 온 곳이지만 지난 8월과 9월 하얀색 포대 추정 물체가 이 일대를 뒤덮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이 기간 하얀 포대로 옮겨지는 물품이 주로 밀가루와 쌀 등 곡물인 만큼, 식량난에 처한 북한이 석탄 항구를 이용해 외부에서 다량으로 식량 포대를 유입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됐었습니다.
특히 석탄 더미와 가루로 인해 늘 검은색으로 표시되던 이곳은 한동안 석탄을 취급하지 않으면서 회색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포착된 선박 3척 중 1척 주변에서만 하얀 물체가 일부 확인됐고, 나머지 2척은 석탄을 옮기는 듯 주변이 검은색으로 찍혔습니다.
또다른 석탄 취급 항구인 송림항에서도 30일 적재함 2개를 열고 있는 약 90m 길이의 선박이 발견됐습니다.
위성사진 화질이 낮아 정확한 상황은 파악할 수 없지만, 적재함 안쪽이 유독 검게 보여 석탄 적재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8월 채택한 결의 2371호를 통해 북한의 주요 광물인 석탄과 철, 철광석의 수출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