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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새로운 미한 '핵 동맹' 논의 필요...한국 핵무장론에 열린 자세 접근해야"


로널드 레이건 미 항공모함이 지난달 23일 한국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모습 (자료사진)
로널드 레이건 미 항공모함이 지난달 23일 한국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모습 (자료사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역량 진전을 고려해 확장억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미한 ‘핵 동맹’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미국이 좀 더 열린 자세로 한국의 요구를 청취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핵 역량을 과시하는 것은 정권의 취약성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15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과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석좌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14일 동시다발적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행동을 이유로 한국이 9.19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스콧 스나이더 국장) 북한은 어느 시점에 도발 수위를 높이며 윤석열 정부를 시험하리라는 건 분명했습니다. 지금이 그 상황이고요. 북한의 이런 다각적인 노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에도 큰 위험부담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북한이 이미 감행했거나 한국의 대응을 촉발시키지 않았던 도발들이죠.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도발이 9.19 군사합의 위반이고 합의 유지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정부가 합의에 묶여 있다고 느끼진 말아야겠지만,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군이 다음 주 실시하는 기동훈련에서 도발에 대응할지 주목됩니다. 중요한 것은 9.19 군사합의를 잘 살피고 지킬 것과 제쳐둘 것을 한국 정부가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진행자) 김정은 위원장이 전술핵 탑재 미사일 시험을 지도했습니다. 한국 지휘통제본부, 비행장, 항구 타격을 모의훈련 했는데요. 북한의 한반도 전쟁 전략과 어떻게 연결될까요? 전시에 미군 지원 병력의 유입을 막으려는 걸까요?

패트릭 크로닌 석좌) 모의훈련이기 때문에 북한의 전술핵무기 역량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미국 증원군을 저지하고 더 일반적으로는 유사시 미국과 한국의 공격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북한에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항공기와 군함이 있는 주요 기지를 노릴 것입니다.

진행자) 일본 방위상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소형화된 핵무기를 탑재해 일본을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속발사 능력이나 저수지 발사 기술 모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북한이 미사일 전력화를 완성하지 못했어도 미국과 한국은 그런 능력을 상정해서 대비해야겠죠?

스나이더 국장) 확실히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한 연합전쟁계획은 미사일 방어의 중요한 부분이고, 이제 북한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다뤄야 합니다. 북한이 전술핵 역량을 갖췄고 전장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강화된 역량에 대응할 선택지가 많다고 봅니다.

진행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몇 분 안에 한국에 도달할 수 있고 변칙 비행을 합니다. 여기에 순항미사일까지 동원됐을 때 한국의 ‘3축 체계’ 즉 킬체인,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에선 그런 우려가 나옵니다.

크로닌 석좌) 북한의 역량에 대해 너무 앞서가지 맙시다. 북한이 실전배치 했을 수도 있고, 앞으로 능력을 갖출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북한 타격 능력을 무력화하고 핵 억지력 강화를 막으려 합니다. 어떤 면에선 북한이 지난 몇 년간 그런 역량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습니다. 북한이 억지력을 다소 강화하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선 핵을 쓰지 못합니다.

진행자)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 진전을 고려할 때 미국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합니까?

크로닌 석좌) 논의할 가치는 있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국에 배치할 우수한 전술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실질적 문제 중 하나입니다. 더 이상 토마호크 핵미사일이 없습니다. 미국이 1991년과 1992년 폐기한 구식 핵무기들도 없죠. 또 미한동맹은 핵동맹이기 때문에 전술핵 재배치의 군사적 이점은 거의 없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걸지 않고는 어떤 공격도 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 공동 역량을 투사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역량 진전을 고려한 새로운 미한 핵동맹을 논의해야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 공격에 대비해 나토도 전술핵 사용을 논의해야 하듯이 말입니다. 미일 간에도 확장억제를 논의해야 하고요. 동맹 간 핵문제를 고려해야 하지만, 한국의 핵개발이나 미국핵 배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북한 무기들이 한국에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안전한 곳에 둬야 합니다.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면, 미국의 핵무기들이 순식간에 북한을 타격할 것입니다.

진행자) 미국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되면 대북 억지력도 강화되고 비핵화 협상에도 유리하지 않을까요?

스나이더 국장) 그럴 수도 있지만 검증된 적도 없습니다. 핵 균형이 실제로 구체적인 이점을 주는지가 관건입니다. 비슷한 예는 남아시아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 핵 충돌을 피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고, 실제로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핵균형이 실제로 충돌 위험을 줄였는지 확인할 수 없는데, 심리적인 사안이자 ‘억지력 대 보장’ 문제입니다. 우리의 동맹인 한국은 보장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미한 간에는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적인 확장억제 체제에 만족하고 있고, 한국은 한반도 핵무력과 관련해 역내 균형에 집중합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과 워싱턴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했고 집권 여당은 핵무기 확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강력히 요구하면 미국이 이에 호응해 전술핵을 일부 배치할까요?

크로닌 석좌) 간단한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지금 당장 한국에 어떤 핵무기도 배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이 요구하면 우리는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핵만 빼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공격 대응력과 동맹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역내 핵자산을 배치하거나 순환 배치하고 연합훈련에 동원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인 70%가 핵무장을 원하고, 일본에서도 핵무장 논의가 있습니다.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점점 불안해한다고 보십니까?

스나이더 국장) 확장억제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정말 중요하고 미일 간에도 그런 논의가 필요한 것이죠. 한국의 여론엔 북한 상황에 대한 불쾌함과 불만이 분명히 반영돼 있습니다. 동시에 미한 동맹에 대한 지지도 높습니다. 따라서 확장억제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방법을 동맹이 함께 찾는 게 핵심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 여부를 국제전략 관점에서 어떻게 보나요?

크로닌 석좌) 주권을 지키려는 한국의 열정을 이해합니다. 미국은 한국을 돕는 데 전념하고 있죠. 그것이 바로 동맹의 참모습입니다. 윤 대통령은 유엔에서 핵 비확산 원칙을 언급했고, 한국의 국제적 역할도 이해합니다. 한반도를 넘는 문제죠.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안전, 억지, 안정, 국제 비확산 규범이라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서 확장억제 논의가 필요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미한 군체계 통합, 한국 국방력 강화를 모두 지지했습니다. 우리는 억지력 강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태평양상의 트라이던트 잠수함 등 한반도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영토에 핵무기가 있다면 보다 신속히 북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스나이더 국장) 크로닌 박사가 이미 미국의 관점을 일부 설명했습니다.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의 주요 과제는 한국에 확장억제의 역량과 운용 방식을 확신시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논의 사안은 한반도에서 확장억제가 어떨 때 필요하고 어떤 모양새가 될 것인지입니다. 한국이 미국 핵무기 재배치를 위한 전략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들도 갖고 있으니 우리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뛰어넘어서 말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유럽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했습니다. 나토와 미국은 핵을 공유하고 있고요. 핵공유가 한국 상황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크로닌 석좌) 냉전 때 수십 년 동안 진행된 핵공유 협상은 신뢰에 기반한 제도로 정착됐습니다. 핵을 전진 배치시켜 모든 당사국의 동의 하에 사용하고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한 간 논의가 궁극적으로는 미래에 어떤 종류의 합의로 이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결정을 서두르지 말고 더욱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성하지 않았습니다. 또 우리의 억지력은 강력합니다. 북한이 아무리 많은 실험을 한다 해도 김정은은 정권을 걸지 않고는 단 한 개의 무기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잠수함발사 전략핵미사일 ‘트라이던트-2(D5)’ 개발에 수십 년에 걸쳐 수조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바닷속에 있는 우리의 잠수함 위치를 김정은은 모릅니다.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과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이런 무기에 장착된 저위력 핵탄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단계까지 가자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그걸 알고 있고 저지됐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북한은 지금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한국을 전술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스나이더 국장) 물론입니다. 김정은이 왜 그런 신호를 보내는지 생각해 봅시다. 자신이 취약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수십 년 동안 핵무기 개발에 힘을 쏟고 투자했는데도 김정은이 여전히 약하다고 느끼는 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게 핵무기가 북한에 적합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독재자도 취약성을 벗어날 순 없고 절대적 안전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을 논의해 보겠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이점은 없을까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더 강하게 압박하는 유인책이 될 수 있고요.

크로닌 석좌) 영국과 미국이 호주에 핵무기도 아니고 재래식 잠수함용 핵추진 기술을 줬다고 중국이 맹렬히 비난하는 것을 보면, 중국이 한국 핵무장에 얼마나 단호히 반대할지 알 수 있습니다. 사드 포대 1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생각해 보세요. 단지 제한적인 미사일 방어체계인데 말입니다. 중국은 격분할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체 핵개발이 미한 동맹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요?

스나이더 국장) 상황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봅니다. 예전엔 한국의 핵무장과 동맹관계는 정반대되는 문제였습니다. 한국의 핵무기 보유는 동맹을 깨뜨릴 일이었죠.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방식을 보면 더 이상 그런 시대는 아닙니다. 물론 미한 동맹 관계 속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은 한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한국 스스로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한국 역시 핵무장이라는 잠재적 결정의 세부 내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진행자) 미국도 북한을 비핵화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일정부분 있다고 보십니까? 결국 한국이 핵무기를 원하는 시점에 도달했으니까요.

크로닌 석좌) 미국은 자국의 이해와 한국의 안보에 많은 의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양국은 서로 매우 강력한 동맹을 맺었습니다. 북한 핵 개발을 못 막았다는 것은 북한의 단호한 결심에 대해 우리의 의지를 관철하지 못한 나약함을 보여줍니다. 우리 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억지력은 핵무기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보장의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가 맺은 약속을 확인하고, 핵무기를 갖지 않을 때의 이점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미한은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밝히고, 북한이 제한된 예산으로 어떤 무기를 만들건, 함께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점을 더 잘 설득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스콧 스나이더 국장과 패트릭 크로닌 석좌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톡] 북한 핵위협 고조…한국 전술핵 재배치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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