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한반도로 회항하는 장면이 민간 선박 추적 시스템에 포착됐습니다.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이례적으로 동선을 약 4시간 동안 노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널드 레이건(CVN-76)호가 포착된 건 한반도 시각으로 4일 오후 5시 35분입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 시각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아오모리현 사이 쓰가루 해협 동부 해상에서 로널드 레이건호의 위치신호가 잡혔습니다.
쓰가루 해협은 태평양과 한반도 동해상을 연결하는 항로입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이후 서쪽 방향으로 약 18~20노트, 시속 약 33~37km 속도로 항해해 쓰가루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이어 쓰가루 해협 서쪽 해상을 빠져나가기 직전인 오후 9시 20분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지도에서 자취를 감추기 전 로널드 레이건호는 속도를 계속 끌어올렸는데, 마지막으로 관측된 속도는 27노트, 시속 50km였습니다.
로널드 레이건호의 동선에는 같은 미 해군 5 항모강습단 소속의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DDG-65)과 군수지원함 유콘함도 포착됐습니다.
태평양에 있던 5 항모강습단이 약 4시간에 걸쳐 한반도 동해상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확인된 것입니다.
로널드 레이건호의 이동 장면이 포착된 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약 10시간이 지난 시점입니다.
앞서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한반도 시각으로 5일 오전 한국 해역을 떠났던 로널드 레이건호가 동해 공해상으로 긴급 회항해 미한일 연합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훈련을 마치고 한반도 동해 해상을 떠났던 로널드 레이건호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뱃머리를 돌린 것입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동선을 노출한 것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한 미 해군의 주요 군함들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나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를 통한 위치 신호를 외부에 공개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하지만 이날 로널드 레이건호 등 5 항모전단 소속 군함들은 MMSI를 통해 쓰가루 해협 통과 사실을 알렸습니다. 한국 합참의 발표보다 약 17시간 앞선 시점이었습니다.
10만t급의 로널드 레이건호는 F/A-18 슈퍼호넷 전투기와 E-2D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를 비롯한 항공기 약 90대를 탑재했으며, 승조원 약 5천명이 탑승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립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