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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미한 최고위급 접촉, 안보 공약 확인하고 경제 이견 좁혀"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회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과 한국이 최고위급 접촉을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누적됐던 이견을 순조롭게 해소하고 있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전통적 외교, 안보 문제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대표되는 경제 현안까지 양국 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무기 기술을 급진전시키고 대담한 공격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확장억제력을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30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과 엘런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해리스 부통령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의 방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연쇄 방문을 어떻게 보십니까? 미한 관계의 현주소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 일부 방한은 우연이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죠. 하지만 펠로시 의장을 비롯해 대통령과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중요했습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한 공동 전략과 다양한 현안에 관해 논의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과시하고 재확인하는 차원에서 말이죠. 저는 전반적으로 미한 관계가 매우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던 장애물들을 제거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윤 대통령은 우선순위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죠.

진행자)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 중 논의한 여러 사안 가운데 한국인들이 크게 관심을 가진 건 미국의 새로운 인플레이션 감축법입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거듭 ‘한국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미국 정부가 곧 행동에 나서겠다는 건가요? 아니면 중간선거 이후까지 한국이 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엘런 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백악관과 다른 부처 관리들이 한국의 우려를 잘 들었고 그런 우려 중 일부를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이미 법률로 제정됐습니다. 따라서 이런 입법 문제는 미국 의회만이 해결할 수 있죠.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지만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어서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 의회 내 긍정적인 기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이 한국기업들에 대해 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2026년까지 유예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저는 초당적으로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한 동맹이 과거에도 여러 난제를 극복한 만큼 양국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진행자) 한국인들은 이 문제를 무역장벽으로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경제학자들은 제게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미한 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이 문제에 대해 더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거죠. 정부들은 때론 이견 해소를 위해 아주 느리게 움직이곤 합니다. 그리고 김 연구원이 지적했듯이 이는 입법 문제이기 때문에 의회가 관여해야 합니다. 제가 볼 때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생각은 미국의 칩4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참여 요청에 응했는데 미국이 이런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하는 건 좀 일방적이지 않냐는 거죠.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우려를 해소해야 합니다. 법이 국제 협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 거죠.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이 밝혔듯이 미한 관계는 이제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동맹, 경제와 기술 동맹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김 선임연구원) 부통령의 DMZ 방문은 미한 군사동맹의 핵심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두세 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지 하루 만에 미국 정부의 2인자가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을 방문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흔드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잔혹한 독재를 규탄했습니다. 이것은 미국 정부가 남북한에 매우 강력한 신호와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죠.

진행자)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공동 대응 조치를 즉각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종의 계획이 이미 수립돼 있는 것 같은데요. 제재 강화 외에 어떤 실질적인 조치가 가능할까요? 북한 정권을 실제로 아프게 할 수 있는 방법 말이죠.

김 선임연구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국제 고립 심화를 감안할 때 국제적 대북 제재 협력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이 문제에 협력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미국과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는 북한에 더 많은 정보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은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죠.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것도 또 다른 우선순위입니다. 북한 정권이 팬데믹 봉쇄 기간에도 사이버 역량을 진전시키며 수익 창출을 위해 거금을 훔치는 것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진행자) 사이버와 정보 유입 외에 또 어떤 실질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이미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 재개에 합의했고, 우리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가 (동해상에) 이미 전개된 모습을 봤습니다. F-22나 F-35 같은 폭격기와 이중능력 군용기를 한반도나 인근에 보낼 계획은 이미 세운 것 같습니다. 또 추가 군사훈련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핵실험 직후 가하려는 어떤 제재도 오늘과 어제, 그전에도 가할 수 있던 것들입니다. 역대 행정부는 단순히 정치적 대응이나 신호로 사용하기 위해 북한이 미국 법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음에도 제재를 유보했었습니다. 우리는 미국 금융체계에서 돈세탁 범죄를 저지르는 12개 중국 은행을 제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의회가 2017년 트럼프 정부에 이 명단을 보냈지만 아무 조치도 없었죠. 우리는 북한을 위해 돈세탁을 하는 중국 은행에 단 1달러의 벌금도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최근 북한은 로널드 레이건함이 인근에 있는데도 미사일을 쐈습니다. 북한은 과거 미 전략 자산이 인근에 있을 때는 이런 도발을 하지 않았죠. 북한 정권이 더 대담해진 걸까요? 앞으로도 이런 양상을 계속 보게 될까요?

김 선임연구원) 그렇다고 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한 이후 북한 지도자를 어느 정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북한의 근본 이익 침탈 시 선제 핵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몇 주 전에는 임박한 위협에 대응해 핵 선제공격을 명시한 핵무력 법제화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전략 자산을 동원한 미한 연합훈련 중에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죠. 이 모든 건 북한이 더욱 대담해지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많은 이들은 북한의 핵 개발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한국을 더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둘 다입니다. 사거리를 보면 한국 전역, 일본 전역,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들이 있고, 미국 본토 전체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그런 역량을 가진 거죠. 북한은 계속 역량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전략적 공격도 위협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강압하거나 실제 공격에 나설 때 미국이 대응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죠. 중거리 전술 핵무기는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미군이 일본을 거쳐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의 전장에서 직접 사용하거나 위협할 수 있죠.

진행자)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건 미국이 한반도 분쟁에 관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인데요. 미국이 자국 도시 한 곳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까요?

김 선임연구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면서 많은 한국인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방금 언급한 그런 의문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2만 8천5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이 주한미군을 공격하면 미국을 무력 충돌로 끌어들인다는 것을 의미하죠. 북한이 미국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위협하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죠. 주한미군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매우 강력한 공약을 의미합니다.

진행자) 2만8천500명과 도시 한 곳 중 선택해야 할까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의 도시 하나를 위험에 놓이게 할 수 있는가? 짧은 답은 ‘그렇다’ 입니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유럽에도 그런 약속을 했습니다. 미국은 냉전 시절에 본, 파리, 런던을 보호하기 위해 워싱턴 DC, 뉴욕, LA와 다른 도시들의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우리는 확장억제 제공을 공약한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련과의 핵 교전으로 수천만 명의 사상자를 감수할 용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에도 동일한 공약을 했습니다. 미국의 역대 행정부가 확인한 확장억제 공약은 재래식 전력, 탄도미사일 방어, 핵우산을 포함합니다.

진행자) 냉전 시절 파리를 언급하셨는데요. 프랑스는 핵무기 개발을 강행했습니다. 한국은 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어야 하죠?

클링너 선임연구원) 한국에선 한국이 핵무기를 자체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할 것을 요구 혹은 요청하는 데 대한 옹호론이 있어왔습니다. 둘 다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자체 핵 개발과 미국 전술핵 재배치, 심지어 대선 유세 당시 옹호했던 핵공유에도 관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여러 부정적인 결과가 따를 것입니다. 따라서 동맹을 안심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거의 5년 만에 재개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는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동맹을 안심시키려는 방안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과 엘런 김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 톡] 해리스 방한 IRA 해법 모색...북한 도발 고조, 미한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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