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과거 미북 정상회담 통역으로 주목받았던 국무부 한국계 통역국장과 동영상을 통해 ‘외교 통역사(Diplomatic Interpreter)’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통역 없이는 외교가 불가능하다며 1천 명 이상이 참여하는 미 정부 내 통·번역 활동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0일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에 새 동영상을 공유하며 국무부 내 통역 업무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 동영상을 소개하는 글에서 “국무부의 통역팀은 외교와 우리가 매일 전 세계에서 수행하는 업무에 필수적”이라며 특히 유엔총회가 열리는 몇 주 동안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무부 통역국과 통역실을 직접 방문해 한국계인 이연향 통역국장과의 대화를 통해 통역 활동과 역사를 소개하며 외교 통역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국장은 동영상에서 “국무부 통역국은 대통령과 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무장관, 국무부, 그리고 연방정부 내 다른 부처에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연향 국장] “Our office provides interpreting and translating services to our leaders including the president, vice president, NSC, Secretary of State, Department of, State, and other agencies in the federal government. We have about 60 some full-time staff in the office. But what's also unique is that we have about 1000 contract translators and interpreters because it's a huge operation.”
또 통역국에 약 60명의 상근직 직원이 있으며, 업무 활동이 방대하기 때문에 1천여 명의 계약직 (프리랜서) 번역사와 통역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국무부 통역 부서는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초대 국무장관 시절에 설치해 약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국무부의 한국어 담당 선임 통역사이기도 한 이 국장은 블링컨 장관과 직접 통역실 부스 안으로 들어가 한국어 동시통역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녹취: 이연향 국장] “외교적인 관점에서의 협상이란 대화 당사자들이 반대보다는 합의를 원한다는 것을 가정하는 것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 모습을 보면서 “말을 어떻게 동시에 그대로 할 수 있는지 놀랍다”며 “우리는 통역 없이 외교를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It's amazing how you're able to quite literally do it simultaneously. It's a remarkable skill. And I can tell you, we can't do our diplomacy without it.”
통역사들이 말 자체뿐 아니라 그 이면에 강조하는 느낌과 의미까지 포착해 전하는 사실이 감탄스럽다는 겁니다.
이연향 국장은 이에 대해 외교에서 말은 매우 신중하게 선별하기 때문에 외교 통번역은 통번역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통·번역은 어려운 일이지만 상상하는 것처럼 지루하진 않다며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일부란 사실 때문에 굉장하고 멋진 경험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국장은 의사소통이 외교와 세계평화뿐 아니라 모든 것의 핵심이기 때문에 항상 모든 언어의 통·번역사들을 찾고 있다며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계약직 통·번역사는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연향 국장은 국무부에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다양한 정상회담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통역을 맡아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 연세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 국장은 30대 나이에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과 미국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을 거쳐 국무부에서 한국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외국어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외무성 번역국이 승진의 중요한 발판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지낸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은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평양외국어학원 출신 외교관들이 외무성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런 배경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통역을 맡았던 김주성이 번역국 과장 출신이며 최선희 외무상과 박길연 전 부상 등도 번역국 출신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