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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이산가족은 인권 문제…유엔서도 제기해야”


지난 2018년 8월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부둥켜 안고 오열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부둥켜 안고 오열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공식 제의한 데 대해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이 사안을 유엔에서 공식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가 인도적 사안이자 국제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인권 문제란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8일 VOA에 이산가족 문제는 한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한국 정부의 당국 간 회담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의 호응에 대해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인권 문제이자 강력히 추진돼야 할 또 다른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But there is no question that it is a human rights issue that families should be able to meet and should be able to talk should be able to send letters or have phone conversations. The North Koreans have denied that to most of the separated families in North Korea and denying access to families from South Korea to meet with them. Yes, it is a human rights issue and it's another issue that should be pressed.”

“이산가족 문제는 의심의 여지 없는 인권 문제로 가족들은 서로 만나고 대화하며 서신을 보내거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나 북한은 국내 대부분의 이산가족에게 이를 거부하고 한국 내 가족의 상봉 등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추석 명절을 앞둔 8일 담화에서 남북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녹취: 권영세 장관] “오늘 정부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합니다...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해 “인간 자체가 싫다”는 원색적 비난을 하는 북한 지도부의 최근 반응을 볼 때 성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협력과 압박을 병행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7일 보고서에서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대북협력 일변도의 시각이 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접근이 오히려 이산가족 문제를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한 주도권 행사 카드로 인식하도록 해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이면 상봉은 중단되고 한국은 양보를 검토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한 북한 정권의 책임론 부각과 국제적 압박, 인권 문제를 통한 북한의 정상체제화 등 중장기적 접근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보고서 등의 공동발의 과정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별다른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 역시 중대한 인권유린이라는 평가를 추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

국제인권단체들은 북한 정부가 이산가족 사안을 정치적 카드로 계속 활용하는 만큼 인도적 측면뿐 아니라 인간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인권 문제란 사실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8일 VOA에 “남북한 양측 모두 이산가족의 권리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리의 관점에서 볼 때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이동의 자유 권리가 있고, 일시적이긴 하지만 가족과 재회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From a rights perspective, these elderly people have the right to freedom of movement and to reunite, albeit temporarily, with their family members and all sides should recognize and act on this. It’s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they have these rights, even if the negotiations between North and South do not use that specific rights language and hew to the humanitarian framework instead.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어 “남북한 간의 협상이 특정한 권리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인도주의적 틀을 따르더라도 이산가족이 이러한 권리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인권기구도 지난 2016년 보고서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인권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당시 ‘분단의 아픔’ 보고서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자발적 분리’(involuntary separation)로 보고 인권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자발적 분리’는 개인이 자기 의지에 반해 가족과 분리되거나 연락 재개와 결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산가족과 전시·전후 납북자, 탈북자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는 겁니다.

유엔 인권기구는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정보와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북한 정부의 정책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국제인권법 규범과 원칙을 근거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산가족 상봉의 특성상 양자와 다자적 접근을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t's an issue that has a human rights element and a humanitarian element as well. It's an issue that can be addressed both within a bilateral context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and within a multilateral context at the UN. I think that the proposed approach of bringing this up at the UN is a good one because this would elevate the profile of the issue and would elevate the importance of the issue as a human rights topic.”

“이산가족은 인권 요소와 인도주의적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는 문제로서 이는 남북한 간의 양자적 맥락과 유엔의 다자적 맥락에서 모두 다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런 측면에서 이를 유엔에서 제기해야 한다는 제안은 긍정적이라며 문제의 인지도를 높이고 인권 주제로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인권 문제를 직접 부각시키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지금처럼 이 문제를 계속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s important to continue raising it. It's important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raise this issue publicly as they're doing. And the responsibility is not South Koreans for failing to raise the issue. The fault is clearly with the North Koreans who are denying their citizens access to relatives in the South.”

킹 전 특사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책임은 한국이 아니라 한국 내 가족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접근을 거부하는 북한 당국의 잘못이 명백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로버트슨 부국장도 “마땅히 책임져야 할 곳에 정확히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산가족 상봉 과정을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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