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자국 안보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미한동맹을 이간질하기 위해서라고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타이완 문제를 놓고 충돌할 경우 한국도 일정 부분 개입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 안보석좌는 이와 관련해 한국이 ‘3불1한’ 등 중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두 전문가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이 사드 체계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시작하면서 중국이 또다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중국은 사드가 중국 영토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레이더를 갖추고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요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슈라이버 전 차관보) 미국은 사드 체계와 운용 방식에 관해 중국과 대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사드는 중국 핵무기를 요격하거나 미중 간 전략적 안정에 어떤 식으로도 관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닙니다. 중국도 이것을 잘 알고 있죠. 그들이 반대하는 건 미한 동맹을 강화하는 모든 조치입니다. 그래서 사드와 같은 하위 사안들을 문제 삼는 것이죠. 그리곤 더 큰 문제로 만듭니다. 사드가 자신들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요. 우리가 북한 미사일이나 중국 미사일과 같은 사안 대신 사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건 중국이 이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왜 한국의 사드 배치만 문제 삼나요? 일본 군 당국자는 VOA에 중국이 이 문제로 일본을 괴롭힌 적은 없다고 했는데요. 일본도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했는데 말이죠.
크로닌 석좌) 비교적 최근에야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일본은 수십 년 동안 중국에 대해 방어 태세를 취해야 했으니까요. 일본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주장에 대응했습니다. 또 일본은 자민당 아래 정치적 단합이 한국보다 더 잘 이뤄졌습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좌우 흔들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의 정보 작전과 압박 기술에 일본보다 더 취약해졌고요.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압박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을 고립시키고 다른 방법으로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다른 전략을 선택할 뿐입니다.
진행자) 중국은 과거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이 한국을 돕거나 중국을 억제하는 데 별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당시 국방부 차관보로 계셨는데요. 이런 주장에 동의하십니까? 혹시 미국과 한국이 당시 물밑에서 협력한 건 아닌가요?
슈라이버 전 차관보) 한국인들이 일정 부분 그렇게 느꼈다면 우리가 줬어야 할 확신을 주는 데 실패한 것입니다. 그러나 맞습니다. 물밑에선 사드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과 자주 접촉했습니다. 왜 사드가 다른 종류의 작전에 최적화돼 있는지에 대해서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중국도 그런 점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게 관심 사안이 아닌 거죠. 그들의 관심은 미한 동맹을 강화하는 무언가에 있었습니다. 그리곤 우리를 갈라놓거나 분열시키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우연히 한국에서 논란이 된 사안을 발견한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 내 그런 분열과 논쟁을 보면서 이간질할 기회로 생각한 것입니다. 만약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게 느낀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국인들이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을 찾는데 매우 빈틈이 없다고 지적하겠습니다.
진행자) 타이완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최악의 경우 타이완 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한국이 개입하지 않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슈라이버 전 차관보) 그건 역내 모든 나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정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사건이 될 겁니다. 한국도 어느 정도까지는 선택을 하고, 일정 부분 개입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밤에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건 언제나 북한과 한반도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군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 군사적 역할을 맡을 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정치·경제·외교적으로 함께 대응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미국법이 의무화한 타이완 방어 계획이 있습니다. 우리는 ‘타이완관계법’에 부합하는 격퇴 역량을 유지 중이죠. 이 계획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조정됩니다. 따라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활용되는 환경 속에서 이 계획을 확산하고 다변화할 필요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미국과 한국이 깊이 논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즉석에서 하는 것 보다 지금 말입니다.
진행자) 일본은 이미 타이완 분쟁에서 타이완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중국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언제나 한국에 비해 더 강경해 보이는데요. 왜 그런 건가요?
크로닌 석좌) 지리적인 이유가 일부 있습니다. 센카쿠 열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습니다. 센카쿠와 타이완 모두 중국 본토에서 약 100마일 떨어져 있죠. (센카쿠는) 타이완 해안에서도 약 100마일 떨어져 있습니다. 일본의 병참선은 이곳을 지날 겁니다. 오키나와에 집중된 미군 병력은 타이완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과 일본은 불가피하게 이 문제로 엮일 것입니다.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보는데요. 일본은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침략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을 오랜 시간에 걸쳐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지켜야 하고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법을 고집해야 한다는 점도 말이죠. 미한 상호방위조약이 명시한 것처럼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법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강제 병합을 결정했다고 해도 중국이 규칙을 바꾸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것이죠.
진행자) 한국이 중국에 더 강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중국은 한국의 주요 무역국이자 실제로 한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슈라이버 전 차관보)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의 모든 국가가 중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입니다. 따라서 이것들은 각 정부가 대처하고 고심할 문제입니다. 우리가 종종 하지 않는 질문이 있습니다.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때의 결과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또 중국이 입힐 손실을 피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한국은 (중국의) 경제 제재로 어느 정도 대가를 치렀습니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그만큼 비용과 위험이 따른다는 증거는 충분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동맹이라는 맥락에서 이에 대한 대화를 계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정돈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물론 한국이 해야 할 주권적 결정이지만 더 강한 억지력 측면에서 우리는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크로닌 석좌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크로닌 석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의 이익을 옹호해 왔습니다. 중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했죠. 박진 외교장관이 칭다오에서 중국 측과 만났습니다. 중국이 생각하는 규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마 질책당했을 것입니다. 그는 양보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3불 정책과 관련해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약속이었습니다. 저는 중요한 윤곽을 그려낸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의 이익과 자주권을 위해 (중국에) 맞선 것이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윤 정부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들입니다. 좋은 징조입니다.
진행자) 미한일 안보실장들이 이번 주 만났습니다. 계속되는 한일 갈등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한일 3각 공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크로닌 석좌) 3국이 국가안보 이익을 더 잘 충족시키는 것을 막습니다.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큰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적 의지로 인해 (한국이) 일본, 미국과 공동 이익을 위해 더 긴밀히 협력할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100년 이상 지난 일이지만 190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수감 중 쓴 책이 떠오릅니다. 감옥에서 책을 쓴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요. 독립 정신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게 바로 이것입니다. 독립 정신이라는 것은, 일본과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으로 묘사하는데, 결국 ‘공동 이익’입니다. 위협은 북한에서 나오고 중국의 세력 확장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미래의 한국과 일본, 미국의 독립에 대한 위험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듭니다.
진행자) 확장억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미국이 동맹 방어를 위해 핵 역량을 사용한 사례도 없습니다. 미국이 ‘약속’이나 ‘공약’과 같은 말을 하는 대신 동맹에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는 건가요?
슈라이버 전 차관보) 핵 역량을 사용한 실례가 없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끔찍한 사건이 될 것입니다. 정치적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요. 어느 정도 신뢰는 필요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전례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국에는 대규모 미군이 주둔 중입니다. 미군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국에 대한 전략무기 공격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또 한국엔 많은 미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의 전반적 전략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동맹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이해관계는 꽤 명확하고 이것은 전략적 중요성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런 확신을 주려면 공개 발언을 하되 가시적 역량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전략자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닷속에 있는 것이죠. 억지력의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행동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의 공약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그럴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조금 더 해야 할 일들입니다.
진행자) 확장억지 공약에 대한 한국 내 회의론은 자체 핵무기 보유 주장으로도 이어집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까?
크로닌 석좌) 이해할 만합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역량을 계속 늘리기 때문입니다. 오직 억지력으로만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핵무기를 당장 원하고 만들려고 해도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기까진 수년이 걸릴 것입니다. 그래서 동맹의 확장억지를 활용하는 것이 한국에 최선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핵보유 시도를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슈라이버 전 차관보) 우리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도록 오랫동안 노력해 왔습니다. 그다지 좋지도, 성공하지도 못한 역사로 남아있죠. 중국의 이해관계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장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동맹 간 협력입니다. 물론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중국에 더 건설적이 되도록 설득할 방법이 있다면 저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옳은 쪽에 세우는 게 꽤 어렵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의 역사가 보여줍니다.
진행자) 크로닌 석좌님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크로닌 석좌) 중국은 이익을 지키는 데 매우 능합니다. 현재 자국 이익을 정의하고 있는데, 그것은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과 협력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미한일 단합을 깨뜨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지금까지 랜들 슈라이버 전 차관보와 패트릭 크로닌 석좌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