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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위관리, 재래시장서 탈북 청년과 식사…"'장마당 세대' 목소리 귀 기울여"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왼쪽 2번째)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오른쪽), 탈북민 청년 김금혁 씨, 서울 출신 아내 김채린 씨 부부 함께 서울 광장시장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 Ambassador Philip Goldberg / Twitter.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왼쪽 2번째)는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오른쪽), 탈북민 청년 김금혁 씨, 서울 출신 아내 김채린 씨 부부 함께 서울 광장시장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 Ambassador Philip Goldberg / Twitter.

미국 고위 관리들이 서울에서 평양 출신 탈북 청년을 만나 재래시장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북한 실정과 탈북 경험을 청취했습니다. 이 청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장마당 세대의 특성을 소개하고 즉석에서 짧은 영상까지 제작했다며, 미국과 북한 주민 간 활발한 교류를 기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26일 ‘트위터’에 서울의 한 재래시장 풍경이 담긴 흥미로운 사진들을 올렸습니다.

지난주 서울을 방문했던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탈북민 청년 김금혁 씨 부부와 함께 이날 서울 종로의 광장시장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음식을 먹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시장 풍경, 냄새, 맛난 음식, 함께한 멋진 사람들까지! 광장시장 최고”라면서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님과 평양서울 커플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서울 커플은 유튜브 채널 ‘평양남자 서울여자’를 운영하는 평양 출신 김금혁 씨와 서울 출신 아내 김채린 씨 부부로, 이들은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과 아시아재단이 선정한 한국 내 20~30대 인플루언서(Influencer) 미한 교류 대표단에 뽑혀 미국을 방문했었습니다.

서울의 미국대사관도 이날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 크리튼브링크 차관보와 골드버그 대사, 김금혁 씨 부부가 함께 박수를 치며 시장 분위기를 전하는 ‘릴스’(Reels)를 올렸습니다.

‘릴스’는 최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30초 내의 짧고 재미있는 동영상을 말합니다.

미국 대통령 등 고위 관리들이 과거 탈북민을 만난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이렇게 대사가 직접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관련 사진을 올리고 대사관과 탈북민이 영상을 제작해 공유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춰 공공외교를 다변화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김금혁 씨는 29일 VOA에 남북한 출신이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자신들의 독특함이 이번 만남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를 대사관 관계자들에게서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뭔가 한국의 인플루언서라든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해요. 그 수많은 2030중에 그래도 북한의 2030과 남한의 2030이 합해 하나의 부부, 가정을 꾸린 사람들을 소개하는 게 훨씬 유익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고 합니다.”

김금혁 씨는 평양의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김일성대를 다니다 중국 대학에서 유학 중 김정은 정권의 역사 왜곡 등 거짓 선전에 눈을 뜬 뒤 회의감으로 탈출해 2012년 한국에 망명한 청년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뒤에는 대학에 편입해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뒤 방송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1시간 반 정도 미국 관리들과 식사하면서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며 주로 자신의 탈북 과정과 부부 인연, 미래의 꿈 등에 관해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여러 질문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평양남자 서울여자의 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저의 꿈이 있다면 뭐냐고 물어보셔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죠.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얘기도 드렸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어보셔서 미국에 우호적인 북한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했는데, 굉장히 좋은 포인트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김 씨는 또 최근의 북한 상황에 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며, 특히 앞으로 북한의 변화를 주도할 이른바 ‘장마당 세대’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금혁 씨]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갖고 있는 특징이라든가 우리가 왜 그들을 주목해야 하는지에 관해 상세히 말씀드렸습니다. 그 분 입장에선 장마당 세대에 관해 처음 들어보신 것 같고요. 북한의 2030이 어디에서 어떻게 정보를 전달받는지, 그 정보가 실질적으로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이런 것들을 질문하셔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해 드렸습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몽골과 한국을 방문했으며 서울에서는 고위 관리들과 북한 정권의 위협 대응과 양자, 국제 현안 등에 관해 논의한 뒤 마지막 일정으로 김 씨 부부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금혁 씨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동네 영어 선생님처럼 매우 소탈했다면서, ‘릴스’ 영상 제작도 즉석에서 제의했는데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습니다.

고위급으로 올라갈수록 일반 주민들에게 매우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북한 관리들과 큰 차이를 느꼈다는 겁니다.

[김금혁 씨] “(북한 관리들과) 비교가 불가하죠. 북한의 어떤 관리가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갔다면 제 생각에는 15도 아래로는 고개를 안 내릴 것 같은데요. (웃음) 차관보님은 굉장히 소탈했고, 음식도 저희가 한국 사람들도 좀 꺼리는 낙지도 드렸는데, 잘 드시더라고요. 굉장히.”

김 씨는 자신의 미래 미국 유학 계획에 관해서도 큰 격려를 받았다며, 이런 공공외교가 탈북민 공동체와 한국 사회는 물론 북한에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외국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자국의 정책과 문화, 가치 등을 나누며 서로의 신뢰와 공감대를 넓혀 외교 관계 증진은 물론 국제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는 외교 활동을 말합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미국공공외교자문위원회(ACPD)’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0년 기준 22억 달러를 공공외교에 투입해 외국 국민과 다양한 교류와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주한 미국대사관은 공공외교 차원에서 ‘탈북민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며 영어 실력 향상과 미국 문화, 민주주의 가치, 리더십 능력 강화를 돕고 있으며, 2019년까지 탈북민 150명 이상에게 미국 방문 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김금혁 씨는 북한 주민들의 경우 김씨 정권의 지독한 세뇌 교육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이런 공공외교가 정보 유입과 민간 교류 등을 통해 북한의 청년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길 고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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