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 전문가들이 상하원 조율을 앞둔 국방수권법안에 구체화된 한국 방어 의지를 주목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이 명시된 것은 ‘핵우산’ 제공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대규모 미한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함께 바람직한 동맹 전략으로 평가했습니다. 22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와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상원과 하원에 발의된 최신 국방수권법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방안을 국방부가 구체화하라고 지시했는데요. 미한 정상이 합의한 안보 공약을 미 의회 역시 뒷받침한다는 뜻입니까?
반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그렇습니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미국이 제공한 오랜 약속을 재확인한 것인데, ‘핵우산’을 뜻합니다. 북한을 비롯한 모든 안보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이 활발해지고 중국의 군사력이 강화되는 현 시점에서 약속을 재확인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진행자) 클링너 선임연구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동의합니다. 한국 문제를 잘 아는 미국인들에게 이 사안은 미국이 역대 행정부를 거치는 동안 해 온 말을 재확인하는 수준일 것입니다. 행정부에 입법부의 목소리를 더하는 단순한 방법일 수도 있죠. 동맹은 안보를 다른 나라에 의지해야 할 때 약간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동맹 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행정부와 입법부가 재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유용합니다.
진행자) 국방수권법은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강조합니다. 전통적으로 북한 억제에 집중했던 미한동맹이 중국과 러시아로 확장된 건가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물론 한국에 대한 실재적 위협은 북한에서 비롯됩니다. 초점을 맞춰야 할 주요 안보 사안이죠. 그런데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 동맹들에 안보 관련 역할을 확대해달라고 촉구하고 압박해왔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 호주가 자국 안보를 넘어 역내 안보에서도 역할을 확대하려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봤습니다. 일본과 호주는 실제로 역할을 키웠고, 한국은 조금 망설였지만 윤석열 대통령 체제 하에선 그렇게 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이행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진행자) 북한에선 지난 4월부터 7차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좀 잠잠한데 어떤 상황으로 볼 수 있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늘 그렇듯이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북한의 생각을 모릅니다. 핵실험을 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고 실험의 시기와 종류 또한 모릅니다. 그런 실험을 한다면 정치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상당한 핵 억지력을 갖췄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구축했다고 확인하려고요. 또 북한의 일방적 주장입니다만, 미국과 다른 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데 억지력이 도움이 된다고 하고 있죠.
진행자) 북한이 요즘 꽤 조용하다고 해서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겠죠?
클링너 선임연구원)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말했습니다. 조금 헷갈리는 부분은 있습니다. 그들은 핵실험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말했는데, 핵 장치를 터널에 넣은 뒤, 앞서 파낸 돌더미로 덮었다는 의미입니다. 핵 장치를 그 안에 오래 놔둘 순 없습니다. 액체 연료를 주입한 미사일을 놔두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아직 터널을 덮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불분명한 상황인 거죠.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시기와 이유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핵실험을 하는 바로 그 상황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매우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동맹에 억지력을 제공하고 동맹을 안심시키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을 몇 월에 할 지, 혹은 기념일 등 특정일에 할 것인지에 관한 예측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실험을 감행하면 상황이 매우 긴박해진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행자)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고 보는데요. 정말 그렇습니까?
클링너 선임연구원) 대통령의 ‘업무 목록’에는 국내외 사안이 수두룩하게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이 수천 개의 사안을 하루에 다 처리할 수는 없죠. 그러나 정보기관과 군, 국무부 인사들은 북한 문제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악한 행동을 하거나 괜찮은 조치를 취할 때, 혹은 대화 테이블로 돌아온다고 말한다면 북한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목록’ 맨 위에 신속히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별 움직임이 없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외교 사안과 국내 현안에 집중하겠죠. 미국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과 한국 공군은 F-35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한 합동 공중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 같은 군사력 과시를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겨냥한 것일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정확한 동기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동맹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해석될 것입니다. 결의와 역량, 지속적인 협력, 재래식 역량이 향상됐음을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말입니다. 따라서 한국에 대한 어떤 공격도 이득이 전혀 없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를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데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양국 공군 훈련이 북한 핵무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클링너 선임연구원) 북한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군사적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미사일 방어체계와 재래식 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최근 2018년 이전 수준으로 연합 군사훈련을 되돌리기로 합의한 것은 2018년 이후 악화된 상황을 상쇄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이런 군사훈련을 취소하고 싶다고 해서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 동맹인 한국을 크게 놀라게 했죠. 훈련 취소에 상응하는 북한의 어떠한 외교적 군사적 조치도 없이 그저 일방적인 제스처였을 뿐입니다. 우리는 그 대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군사) 역량만 저하시켰죠. 따라서 이번 훈련과 8월로 예정된 훈련은 우리를 2018년의 준비태세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 것입니다. 미사일 방어체계는 필요합니다. 북한이 지난 몇 년 간 12개 이상의 준단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이전 모델보다 역량이 강화된 것들이고, 그 중 일부는 우리의 미사일 방어망을 우회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한국의 대규모 연합훈련 재개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보십니까?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북한을 억지하기 위한 동맹의 재래식 역량을 진전시키는 데 미국이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님과 의견이 조금 다를 순 있겠는데요. 실제 거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우리가 대규모 훈련을 중단한 상황에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ICBM발사가 5년 간 중단됐고 핵실험도 오랫동안 없었던 것은 미국 안보에 실질적 도움이 됐죠. 북한 핵무기의 신뢰성을 저하시킨다는 측면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ICBM 시험발사를 재개했습니다. 최소한 그런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대규모 훈련을 재개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북한과 외교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군사훈련이 대북 외교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요?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외교를 해봐야 어떤 단기적 이득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상당한 핵·미사일 역량을 유지하겠다는 북한의 분명한 욕구를 고려할 때 외교적 결실이 있을지는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언제, 어디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북한은 현재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구체적 설명없이 북한에 가할 수 있는 추가 제재 방안이 있다고만 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추가로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요?
클링너 선임연구원) 현행 제재를 더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제재를 다루는 미국 정부 인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말을 듣습니다. ‘지난 1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지금 당장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북한, 중국, 러시아 기관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이 허락해야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우리는 서랍에서 5개 정도의 제재 폴더밖에 못 꺼낸다’고요. 북한을 제재한 뒤 ‘엄중한 대응’으로 발표해 놓고는 다음 도발 때까지 나머지 제재 폴더는 다시 집어넣는 것이요. 이것은 마치 ‘범죄에 강력 대응하라는 시장의 지시에 경찰서장이 당장 은행 강도 100명을 체포하겠다고 하자 시장이 5명만 체포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뒤에 누군가 실제로 은행을 털면 모든 강도를 체포하는 대신 또 다시 몇 명만 잡아넣는 것이고요.
지금까지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수석부차관보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