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무단가동’ 개성공단 한국 자산은 전자부품·밥솥·의류 업체…제재품목 생산 가능


한국 제씨콤 공장 부지에 버스 8대가 서 있는 모습. 자료=Planet Labs
한국 제씨콤 공장 부지에 버스 8대가 서 있는 모습. 자료=Planet Labs

최근 가동 정황이 포착된 개성공단의 한국 자산은 전자부품, 밥솥, 의류 공장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이용해 대북제재 품목인 전자제품과 의류 생산에 나선 것인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차량의 출입 정황 등이 관측된 공장은 10여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약 5곳은 정기적으로 차량이 정차하고, 대형 트럭이 물건을 싣거나 내리는 장면이 포착돼 북한의 무단 가동 정황이 더욱 뚜렷한 곳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VOA가 개성공단 폐쇄 직전 발행된 업체 현황 지도를 통해 이들 5곳의 면면을 살펴본 결과, 3곳은 전자제품과 관련 부품 등 전자기기와 관련된 업체였고, 나머지 2곳은 의류와 콘크리트 생산업체로 확인됐습니다.

이중 북한 근로자 수백 명이 통근 중이라는 추정이 제기된 건물은 개성공단 폐쇄 직전까지 한국의 중소기업 ‘제씨콤’사가 운영했던 공장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이 공장에는 지난해 8월 이후 현대 자동차의 에어로시티 버스 8~9대가 정기적으로 정차하는 모습이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여러 차례 포착됐습니다.

제씨콤은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커넥터 등을 제조하던 기업입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회장으로도 활동 중인 이재철 제씨콤 회장은 최근 VOA에 해당 공장에서 광통신 케이블과 함께 인공치아를 함께 생산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만약 제씨콤의 모든 생산설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면 북한이 정기적으로 근로자를 투입해 광통신 케이블 관련 제품이나 인공치아를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21년 2월 쿠쿠전자 부지에서 트럭 2대가 발견됐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지난 2021년 2월 쿠쿠전자 부지에서 트럭 2대가 발견됐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제씨콤의 북쪽으로 맞닿은 또 다른 공장 건물도 활발한 움직임이 관측된 곳입니다.

VOA가 지도를 확인한 결과 전기밥솥 제조사로 잘 알려진 ‘쿠쿠전자’의 공장이 폐쇄 직전까지 이곳에서 운영돼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구글어스’의 2020년 11월과 지난해 2월과 3월 위성사진에는 공장 앞 공터에 중형 트럭 1~2대가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당시 완제품 밥솥 1만 대와 6개월 생산분의 원자재 등 한화 약 20억 원어치의 물품을 두고 나왔습니다.

특히 6개월 생산분의 원자재는 약 42만 대의 밥솥을 추가로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 앞에 트럭이 정기적으로 정차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북한이 공장에 남은 밥솥을 외부로 유출하거나, 추가로 밥솥을 생산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그 밖에 도금처리와 반도체부품 조립 공장을 운영했던 명진전자(명진커넥터)는 최근 승합차 혹은 소형 트럭으로 보이는 차량이 포착된 곳입니다.

승합차로 보이는 차량이 과거 명진전자가 운영됐던 건물 앞에서 포착됐다. 자료=Planet Labs
승합차로 보이는 차량이 과거 명진전자가 운영됐던 건물 앞에서 포착됐다. 자료=Planet Labs
2017년 트럭 한 대(아래 붉은 원 안)가 개성공단의 한 공장건물 내부로 통하는 대형 통로에 맞댄 상태로 정차해 있다. 이곳은 만선 2공장으로 확인됐다. 자료=Google Earth
2017년 트럭 한 대(아래 붉은 원 안)가 개성공단의 한 공장건물 내부로 통하는 대형 통로에 맞댄 상태로 정차해 있다. 이곳은 만선 2공장으로 확인됐다. 자료=Google Earth

지난 2017년 건물 내부로 통하는 대형 통로에 정차한 트럭이 포착됐던 곳은 의류제품 생산업체인 ‘만선’의 제2공장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선은 남성복과 여성복, 재킷 등을 생산하던 업체로 2016년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던 당시 북측 관리원의 요구로 완성된 의류와 자재 등을 두고 나온 바 있습니다.

움직임이 관측된 또 다른 공장은 콘크리트를 공급하던 태림종합건설입니다.

태림종합건설 부지에는 대형 건설장비 차량 2대가 서 있는 지점 앞으로 2020년 중순 철제로 보이는 대형 구조물이 들어섰습니다. 또 2016년 이후 건축 폐기물 혹은 자재로 보이는 물체가 현장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도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현재까지 가동 정황이 뚜렷한 한국 공장은 대부분 국제사회가 금수품으로 지정한 대북제재 품목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결의를 통해 전자제품 등의 수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북한이 생산한 의류제품의 수출 또한 막았습니다.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통한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또 각국이 북한에 차량을 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한국 측 버스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차량 금수조치’마저 위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