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시작했습니다. 7차 핵 실험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 어떤 대외 메시지가 나올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 소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덕훈, 조용원, 최룡해, 박정천, 리병철과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이 참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습니다.
경제를 총괄하는 김덕훈 내각 총리가 상무위원 중 가장 먼저 호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은 통상 최룡해, 조용원, 김덕훈 순으로 호명해 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와 함께 당 중앙위 부서 실무자들과 성과 중앙기관, 도급 지도적 기관, 시·군·중요공장·기업소 책임자들이 회의를 방청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원회의는 통상 중앙위 후보위원까지만 참석하는데 확대회의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참가자가 대폭 늘어난 겁니다.
김덕훈 내각 총리에 대한 호명 순서 변화나 말단 간부들의 참석 등은 이번 회의가 급속하게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과 경제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코로나 확산세 또 자연재해 가능성 이런 여러 가지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경제건설이 더 시급한 과제인 거죠. 그러다 보니까 확대회의 형식으로 경제주체들을 더 많이 참여시켜서 경제건설 관련된 목표를 다시 점검하고 격려하고 또 필요하면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밝힐 가능성 이게 많이 엿보이는 거죠.”
전원회의에서는 상정된 토의 의정들이 만장일치로 승인됐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가의 부강발전과 인민 복리를 위한 역사적 투쟁에서 맡고 있는 중대한 책무를 깊이 자각한 전체 참가자들의 높은 정치적 열의 속에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의정토의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6월 상순에 제8기 제5차 당 전원회의를 열어 지난해 연말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올해 국가정책 집행실태를 중간평가하고 일련의 중요문제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선 신종 코로나 대응이나 민생 문제 이외에도 미사일 발사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방력 강화와 대외 정책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가 나올 지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발사 유예 즉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게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에서였다며 이번 전원회의에서 이미 올 초 ICBM 발사로 사실상 깬 모라토리엄의 공식 파기 선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모라토리엄의 공식적인 철회 가능성도 있죠. 그러면 이제 그것 자체가 한미에 상당한 압박이 되거든요. 핵실험을 하기 전 단계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 결정사항의 이행을 점검하는 자리라며 대미 정책을 전환하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했습니다.
박 교수는 대미 메시지가 나온다면 엄중한 국제정세를 내세워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원칙적 수준의 언급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엄중한 국제정세에서 자위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라는 그런 논리로 핵 실험이라는 표현까지 안 나오더라도 예고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판단되고요.”
박 교수는 또 이번 전원회의가 한국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열리기 때문에 대남 정책 방향이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국면을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생고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민심 동요를 막고 체제를 결속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미국의 군사적 압박 이런 부분들을 제기해서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전쟁 분위기까진 아니지만 상당히 안보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당 전원회의에서 강조하면서 그것이 전 인민들에게 퍼져 나갈 수 있게 아마 그런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모두 11번 열린 당 전원회의는 통상 하루 동안 개최됐지만 최근에는 분과 협의회 토론 등이 진행되면서 4~5일간 개최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 역시 이틀 이상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번 전원회의는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 징후에 대한 미-한의 경고 메시지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열렸고 전원회의 직후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점치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9일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현재까지 시기를 예단할 수 없으나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한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시설과 활동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10~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아시아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 기간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샹그릴라 대화 중 있을지 모르는 핵실험 대비계획은 확실히 마련됐다”면서 “미-한 회담뿐만 아니라 미-한-일 국방장관회담이 계획돼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핵실험이 일어난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은 북한이 올 초부터 지난 5일까지 방사포를 제외한 탄도와 순항미사일 33발을 17차례에 걸쳐 발사한 데 들어간 돈이 재료비와 인건비, 기타 비용을 합쳐 모두 5천억 원 미화로 약 4억달러에서 8천125억원, 약 6억5천만 달러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국방연구원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에게 제출한 ‘북한 미사일 발사비용 추계’ 자료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금액이 신종 코로나 화이자 백신을 2천만 번에서 3천250만 번 맞을 수 있고 평양 쌀값을 기준으로 했을 때 51만t에서 84만t의 쌀을 살 수 있는 액수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진무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가 경제와 민생에 방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핵과 미사일 다양화, 고도화를 위한 연이은 무력 도발은 민생고를 한층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