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5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비탈리 클리치코 크이우 시장은 이날 오전 "러시아군 미사일이 크이우의 불특정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히고 "여러 차례의 폭발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습 직후 우크라이나 군과 경찰은 시내 주요 도로를 봉쇄했습니다.
클리치코 시장은 "미사일이 다르니츠키, 드니프로우스키 지역을 강타했으며 폭발 당시 공급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긴급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공격으로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하는 가운데, 사망자 발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38일 만에 수도 미사일 공격
러시아군이 크이우를 향해 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4월 28일 이후 38일 만입니다.
당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크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한 직후 미사일 공격이 단행돼, 미국 국제 매체인 '자유유럽방송(RFE/RL)' 기자가 숨을 거뒀습니다.
러시아군은 이번 전쟁 초기 크이우를 포함한 북부 진격에 실패한 뒤, '특별군사작전 2단계'를 선언하고 돈바스를 비롯한 동부 지역 공세에 전력을 집중해왔습니다.
그동안 크이우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대사관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날(5일) 러시아군이 크이우를 미사일로 공격한 것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수도를 타격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요 매체들은 분석했습니다.
■ 러시아 국방부 "탱크·장갑차 파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5일) "장거리 로켓을 크이우를 향해 발사해 T-72 탱크와 장갑차량들을 파괴했다"고 발표하며, 미사일 공격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 탱크와 장갑차는 우크라이나가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넘겨받아 수리 건물에 보관하고 있던 것들로 파악됩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러시아의 미사일이 크이우의 철도 인프라에 떨어졌다고 발표했습니다.
곧이어 현지 철도 당국은 탱크와 장갑차 같은 군사장비를 보관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측의 발표를 부인했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공군은 성명을 통해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95'가 카스피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카스피해는 크이우에서 3000km 이상 떨어진 곳입니다.
러시아군이 전략폭격기까지 동원해 이렇게 먼 거리에서 장거리미사일로 키이우를 타격한 것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을 겨냥한 경고 성격으로 주요 매체들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 푸틴, 추가 공격 예고
러시아는 추가 공격도 경고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5일) 국영 방송 '로씨야 1'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서방으로부터) 받는다면 우리는 그에 맞는 결론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 무기를 이용해 그 동안 공격하지 않았던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에 (서방 측이) 새로운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갈등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사거리가 기존 무기보다 긴 중거리 로켓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같은 움직임이 전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이날(5일) 인터뷰에서 주장했습니다.
"서방이 지원하기로 한 중거리 로켓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손실한 수량을 보충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그들이 사용하는 미사일의 사거리는 45~70㎞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