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상황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도 더 심각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정권의 존립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무산시켜 북한의 악의적 활동을 지원한다는 기록을 계속 남기기 위해서도 제재는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4일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됐을까요?
브라운 교수) 상황이 이미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북한 경제가 얼마나 나쁜지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대체로 고군분투하지만, 항상 매우 가난한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 나오는 공포 수위는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 매체의 내용과 김정은의 발언이 그렇습니다. 조금 우려됩니다. 어쩌면 일시적인 것일 수 있고 빨리 극복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6월 초 현재 북한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현재 상황은 1990년대 북한이 겪었던 ‘대기근’에 견줄 만하다고 보십니까?
맥스웰 선임연구원) 그렇습니다. 그런데 잠재적으로는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 엄청난 고통이 있었지만, 북한에는 몇 개의 안전장치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안전장치는 한국의 햇볕정책이었습니다. 수억 달러를 북한 정권에 넘겨줬고 실제로 북한 정권을 살렸습니다. 두 번째 안전장치는 장마당의 발전입니다. 공공배급제가 무너진 뒤 주민들은 장마당을 발전시켰고 현재 400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이 다른 건 더 이상 금전적 지원이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 법에 따른 제재와 금융제약으로 햇볕정책이 더 이상 시행될 수 없기 때문이죠. 또 김정은은 신종 코로나 상황을 이용해 장마당을 단속하면서 시장 활동을 멈추게 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보의 흐름과 화폐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습니다. 주민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더 이상 없는 것이죠. 이런 이유로 우리는 ‘불안정 지표’를 주시해야 합니다.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관찰할 필요는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경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는 신호는 무엇인가요?
브라운 교수) 주요 신호는 북한 매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이 매일 밝히는 내용이죠. 오늘도 저는 내용을 확인했는데요. 그들은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보지 못한 수준의 우려가 관영매체에 나오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다른 지표들도 많습니다. 제가 꽤 긴밀히 보고 있는 무역 상황이 그렇습니다. 제재는 오랜 기간 그렇게까지 의미 있는 건 아니었는데 2017년 중국이 동참하면서 매우 의미 있게 됐습니다. 제재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수출 즉 돈벌이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2020년 1월 봉쇄 조치는 수입마저 중단시켰습니다.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으니까 매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진행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상황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맥스웰 선임연구원) 엄청난 충격과 엄청난 고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의 결정 때문에 이런 고통이 실질적인 것이 돼 버린 것이죠. 신종 코로나 봉쇄 정책뿐 아니라 핵과 미사일, 군사 역량 진전에 대한 지속적인 개발에 우선순위를 뒀으니까요. 주민들의 복지보다 말입니다. 국경봉쇄 결정은 합법적인 무역과 밀무역 모두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주민들은 필요한 상품을 외부로부터 얻을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고통받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결정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겁니다. 김정은은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진행자) 현시점 북한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군을 활용할 수 있나요?
맥스웰 선임연구원) 저는 군이 활용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내에서 가장 잘 작동하는 기관이 바로 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은 군대를 의약품 분배 등 인도적 지원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군대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 백신을 군대에 사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죠. 반면 또 다른 언론 보도는 그들이 백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군대 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위험한 상황입니다. 군의 단합을 흩트리고 군을 무너뜨립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말이죠. 정권이 군의 지지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정권을 위협할 수 있고 북한 내 불안정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북한 정권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들은 군에 의존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을 막기 위해 군대를 노출시키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갱신한 ‘월드 팩트북’에서 북한의 군비 지출이 연간 GDP의 22~25%를 차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수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브라운 교수) 저도 약 40년 전 (CIA에) 같은 수치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15~20%로 보고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큰 숫자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을 것입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입니다. 중국 GDP에선 50~60%를 소비가 차지하고요. 중국은 이런 식으로 잘 성장했죠. 나머지 40%는 투자로 사용된다는 의미이니까요. 북한은 소득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GDP의 50~60%를 소비할 것입니다. 그런데 25%가 군사비로 지출되고 또 다른 20%가 정부 운영에 투입된다면 투자할 수 있는 돈은 남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북한의 투자 규모가 극히 적다는 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자원을 엉뚱한 곳에 배분해서 자주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왜 바뀌지 않는 건가요?
맥스웰 선임연구원) 김정은 정권이 주민들의 복지보다 정권과 고위층, 군의 생존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내부 경제와 별도로 북한은 전 세계에서 불법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요. 위조지폐 제작, 사이버 절도 행위, 불법 마약 밀매, 해외 노예 노동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모두 북한 정권에 자금을 대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 자금을 군대와 고위층을 위해 사용합니다.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죠. 저는 이것을 ‘코로나 역설’로 부릅니다. 한편으로는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도로 두려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 억압과 저항을 막기 위해 코로나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새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요. 만약에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입장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맥스웰 선임연구원) 지금 같은 전략적 경쟁 속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는 김정은이 미국을 겨냥함으로써 생기는 딜레마와 방해 활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분명합니다.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추가 제재를 요구한 것은 중요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악의적 활동을 지원한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제재를 추진해야 합니다. 시진핑과 푸틴, 김정은 세 사람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는 제재를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또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개선하고 한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확신과 결의, 확장억지력을 보장해야 합니다.
진행자)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한다면 북한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까요?
브라운 교수) 실제로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은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에 대해 큰 제재만 항상 가한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그러나 제재가 이미 가해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재를 끊임없이 새로 부과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재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과 같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죠. 밀수를 통해 조금씩 물이 몇 방울 떨어질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좀 더 조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꼭지는 이미 잠겨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무역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이 정말 북한의 생명줄인가요?
브라운 교수) 그렇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북한은 이웃 나라로서 이념적으로도 가깝고 오랜 역사를 함께 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미국을 상대로 전쟁도 함께 했던 관계이죠. 중국이나 러시아가 반대하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야 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중국에 얼마나 의존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은 항상 ‘주체’를 말하고, 중국에 의존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사이를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북한은 석유를 생산하지 않고 석유 자원도 없다는 점입니다. 모든 석유 제품은 중국에서 옵니다. 원유는 무상으로 오고 있습니다. 항상 중국에서 상당한 양의 원유가 제공됩니다. 중국은 밸브를 조정하면서 북한을 옥죌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윌리엄 브라운 교수와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