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제아동절을 기념하는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린이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강화하고 노동착취를 없애는 것이라고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탈북 부모들이 말했습니다. 이들은 어린이들의 의사와 권리를 존중하며 교사의 어떤 폭력도 용인하지 않는 미국의 교육 문화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말, 탈북 난민으로는 22개월 만에 미국에 처음 입국한 세라 강 씨는 요즘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 미래가 암울했던 딸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를 주고 싶어 목숨을 걸고 탈출해 제3국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미국에 왔다는 세라 씨는 “무엇보다 학비 걱정 없이 학교생활을 맘껏 즐기는 딸들을 보며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라 씨] “학교에서 뭐 내라는 소리도 없고 아이들은 다정하지. 선생님은 항상 웃으면서 대해준대요. 그러니 아이들이 학교에 영 즐겁게 다닌단 말입니다. 너무나도 행복하니까요.”
무상 교육이란 선전이 무색하리만큼 학교에 바쳐야 할 게 많고 이를 감당 못하면 심한 체벌과 교육 기회마저 박탈하는 최근의 북한 실상과 달리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미국의 교육 문화가 매우 인상적이란 겁니다.
북한 대학 교원 출신으로 10년 전 미국에 정착해 세 남매를 키운 메리 씨는 미국 등 “자본주의 학교들은 다 돈을 내야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북한의 교육 때문에 공립학교 학비가 대부분 무료인 현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집 앞까지 노란색의 학교 버스가 아이들을 태우러 오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메리 씨] “학교 버스가 지나가고 딱 서면 그 누구도 관계없이 다 서더라고요. 지금도 저는 거기에 대해 정말 감동합니다. 아이들의 인권, 아이들의 소중함을 위해 다 지키는 모습, 그러니까 법 아래 국민이 있다는 거죠. 북한은 법 위에 권력, 10대 원칙과 김정은이 있고, 미국은 법 밑에 대통령과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하고 그게 다르죠.”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탈북 부모들은 북한 당국이 6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아이들을 나라의 왕으로 떠받든다”는 선전을 들을 때마다 심한 좌절감이 밀려온다고 말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표현하지만 실상은 국가가 아동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부모의 주머니와 아이들의 노동착취, 뇌물로 얼룩져 있다는 겁니다.
[녹취: 메리 씨] “북한은 분명히 나라의 왕이라고 했는데 국가가 책임지는 게 없어요. 그러니까 북한은 말뿐이고, 좋은 말로 포장했고. 여기는 아이들이 나라의 왕이란 말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시스템은 아이들이 왕이더라고요”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는 1일 “사회생활, 교육, 보건, 가정, 사법 분야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아동의 권리와 리익(이익)을 최대로 보장하는 데 이바지한다”며 모든 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배려 덕분이라고 거듭 선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어린이들의 국제적 명절인 6·1절을 맞은 온 나라 인민들은 이 땅 수백만 아이들의 친아버지가 되시어…사랑과 헌신의 길을 끝없이 이어가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후대사랑,”
하지만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 세계은행 등은 지난해 발표한 여러 보고서에서 북한 어린이 5명 중 1명이 식량난으로 발육 부진을 겪고 있으며, 지속적인 영양 결핍으로 키가 충분히 자라지 못하고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 난민 1호로 입국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키우는 데보라 씨는 이런 북한의 모습은 “수십 년째 지속되는 김 씨 가족의 기만과 모순을 거듭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도 최근 교내 연쇄 총격 사건을 비롯해 여러 학교 문제가 있지만, 북한과 가장 큰 차이는 “아동에 대한 인격 존중과 보호 노력, 비판적 사고 능력을 최대한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아이들의 의견을 굉장히 존중해 주고 장점도 아이들이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잘하는 것을 맞게 지지해 주고.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만들고. 이런 게 (북한과) 다른 것 같아요.”
데보라 씨는 획일적 교육과 수령과의 일체감을 강조하며 외부와 삶을 비교할 수 없도록 하는 북한이 발전하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바로 “비판적 사고 능력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씨] “그게(비판적 사고 능력) 사회를 발전시키고 더 창조적인 사회를 만들고,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하는 데 개개인의 창의적 의견, 문제점을 빨리 발견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서로의 의견을 조합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중요하지 않을까요? (개인이) 다양하고 좋은 의견을 많이 내서 밝은 미래를 가져오는 데 매우 중요하죠.”
국제사회는 북한의 아동 권리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강제 노동의 근절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는 지난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주최한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북한 당국에 아동 폭력, 아동 강제 노동 착취 근절, 이를 예방하기 위한 추가 조치, 모든 아동의 교육 접근성 보장을 촉구했었습니다.
미국은 특히 북한 당국을 향해 강제 노동과 아동 노동을 없애기 위한 방안,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에 지원을 요청하고 가입 검토 여부를 물었지만, 북한은 강제노동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동 폭력 근절과 보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권고안은 수용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과 성과를 거뒀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 1호 박사로 텍사스주에서 3남매를 키우고 있는 조셉 한 론스타대학 교수는 아동의 권리를 무시하는 고질적인 강제 노동,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정치행사 동원하는 행태가 북한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한 교수] “아이들을 왕이라고 하면서 도로공사나 돌멩이 들고 나가서 일하게 하고. 말하자면 노동착취죠.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일을 못 하게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일을 시키고. 공부하는 시간에 정치행사도 많아요. 가창대회라고. 그런 정치 행사에 동원시키지 말고 사회적 노동도 없애야죠.”
미국 서부에서 두 자녀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는 비비안 씨는 “적대적인 주입식 세뇌가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교육”, “아이가 어리더라도 의견과 선택을 존중하며 책임을 강조하는 문화”, “장애 학생을 더 배려하는 미국 교육 문화”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비안 씨는 그러나 “고향의 친구들에게 이런 다른 문화를 어떻게 설명할지 매우 막막하다”며, 김씨 정권 체제에서 어린이 등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할 어떤 해법도 보이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비비안 씨] “북한에서 우리가 살았던 삶, 억압당하고 강요당하고 하늘이 안 보이는 캄캄한 세상에서 살아야 하잖아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이 앞으로 20~30년 후 살아가야 할 세상이 그냥 그저 그렇다면…형언할 수 없이 가슴이 아파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그 친구들의 아이들이 밝은 세상을 보게 보려면 정권을 바꾸라고 얘기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탈북하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저도 사실 답을 못하겠어요. 그냥 암울하죠.”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