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월과 4월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유엔 안보리에 보고했습니다. 이번에도 실제 유류 제품 대신 윤활유와 아스팔트 재료 등 비연료 제품의 단순 합산치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올해 3월과 4월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 양을 보고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에 최근 공개된 중국 정부의 정제유 공급양은 3월 1천 914.41t과 4월 923.82t입니다.
그런데 VOA가 중국이 보고한 정제유 종류를 중국 해관총서 자료와 비교한 결과 중국의 보고분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으로 연료로 사용되는 유류 제품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해관총서의 올해 3월 북중 무역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윤활유 95.130t과 윤활유용 기유 831.880t, 석유역청 987.4t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이를 모두 더하면 1천914.41t으로 중국 정부가 유엔에 보고한 정제유 공급양과 동일한 수치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4월에도 윤활유와 윤활유용 기유 그리고 바셀린으로도 불리는 석유젤리 등 모두 923.815t을 북한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고 동일한 수치가 유엔 자료에서 확인됐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3월 보도를 통해 중국 정부가 대북제재위원회에 ‘정제유’라며 보고한 총량에는 윤활유와 아스팔트인 석유역청 등이 있을 뿐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없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3월과 4월에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문제는 이 같은 보고가 과연 현실을 반영하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공식 무역자료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 내용만 놓고 본다면 중국은 북한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정제유 제품을 일절 공급하지 않는 나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러시아도 최근 대북제재위원회에 2월과 3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보고하면서 이를 각각 ‘0’으로 기입했는데, 이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공식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유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북한 최대 유류 항구인 남포에는 유조선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모습이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됩니다.
만약 이들 유조선이 유류 제품을 실은 것이라면 이는 모두 밀수 등 불법적인 경로를 거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가 석유역청 등 고체 형태의 정제유를 어떻게 액체에 적용되는 ‘배럴’로 환산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앞서 유엔 관계자는 중국이 정제유 공급량을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땐 단순히 톤(t) 단위로 된 정제유 제품의 총량만을 보고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중국이 보고한 총량(t)은 대북제재위원회의 환산표에 맞춰 ‘배럴’로도 표기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VOA가 확인해 본 결과 대북제재위원회는 3월과 4월 중국의 보고분에 모두 환산율(t당 배럴)을 8.33으로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안보리가 정한 LPG의 환산율 11.6이나 휘발유 환산율 8.35 혹은 등유 7.88, 경유 7.46, 잔존유 6.35 등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 수치입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환산율은 8.33보다 0.02가 높은 ‘휘발유’이지만, 윤활유와 석유젤리, 석유 역청 등은 모두 휘발유와 밀도가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또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는 유엔 회원국이 구체적인 제품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정제유 총량을 t으로 보고할 경우 t에서 배럴로의 환산율을 7.98로 적용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8.33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VOA는 대북제재위원회에 어떤 방식으로 환산이 이뤄졌는지 문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