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혀온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마지막 저항군이 러시아 측에 항복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17일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시내 '아조우스탈' 제철소 단지 상황을 브리핑하면서 "지난 24시간 동안 중상자 51명을 포함한 병력 265명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을 체포하고 부상자를 이송하는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마리우폴은 동부 돈바스 일대와 함께 러시아의 침공 초기부터 주요 표적이었습니다. 도시의 90%가 파괴됐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거점으로 항전해왔습니다.
마지막 저항군 항복 발표와 함께, 마리우폴은 사실상 러시아가 점령하게 됐습니다.
러시아 측은 마리우폴 점령으로,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연결하는 남동부 권역 통제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돈바스에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수립한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투 종료' 선언
우크라이나군은 이날(17일) 새벽 마리우폴에서의 전투 종료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안에서 항전하던 부상 병력 치료를 조건으로 러시아군과 교전 중단에 합의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성명에서 "마리우폴 방어 병력은 전투 임무를 완수했다”고 밝히고, 해당 병력에 관해 "우리 시대의 영웅들로, 영원히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조우스탈 단지에서는 아조우 연대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측 병력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인원과 함께 러시아군의 봉쇄 공격에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항복을 유도하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백린탄 등 투하를 감행하자, 부상병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저항을 끝내기로 한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해설했습니다.
생명의 위협이 있는 부상병 53명은 치료를 위해 마리우폴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관내 노보아조우스크의 의료시설로 후송됐다고 전날(16일)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습니다.
해당 지역은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곳입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그 밖에 211명이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올레니우카로 이송됐다고 같은 날 밝혔습니다.
올레니우카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서쪽 도시입니다.
총 264명이 러시아 측 통제 지역으로 후송된 것인데, 러시아군이 이들에게 전쟁포로 지위를 부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해당 장병들이 러시아군과의 포로 교환 대상이 될 것이라고 17일 발표했습니다.
다만 러시아 국방부가 밝힌 '항복 인원' 265명과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후송 인원' 264명에는 숫자상 차이가 있습니다. 중상자도 러시아는 51명이라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53명으로 발표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 소셜 미디어에 올린 영상 연설을 통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영웅들을 살리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원칙"이라며 러시아 측 시설로 부상병들을 후송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철소 단지에 아직 남아있는 병력이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습니다.
■ 러시아군, 돈바스 공세 계속
마리우폴이 러시아 측에 넘어가면서 남동부 전선이 정리된 가운데, 러시아군은 동부 돈바스 지역 일대와 서부 르비우에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시크 주지사는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베로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1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울로 크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도 이날 러시아군 포격으로 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서부 거점 도시인 르비우에는 미사일 공격이 단행됐습니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이날(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폴란드 국경에서 약 15㎞ 떨어진 우크라이나군 기지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러시아군은 르비우 인근 야보리우 군사훈련 시설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주요 시설물 일부가 파괴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군은 앞으로 동부 지역 점령에 집중하며 전선을 넓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 북부 전선에서는 러시아 국경 도달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격퇴함에 따라 러시아군은 국경 수비에 주력하게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5일 "하르키우방위군 127여단 227대대가 러시아 국경에 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측은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국경 표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고 "함께 승리하자"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영상 속에서 해당 부대 장교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우리가 점령군(러시아)과의 국경에 도달했습니다"라고 전투 성과를 신고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음날(16일)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위대한 일을 해냈다"며, "모든 장병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적이 점령한 모든 영토는 다시 우크라이나의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 하르키우 시내에 진입했으나, 두달 넘는 전투 끝에 우크라이나군이 전황을 뒤집은 것입니다.
러시아가 지난 3월 말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공략을 포기한 데 이어 하르키우에서도 퇴각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은 사실상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미군 정보 당국 관계자가 17일 VOA와의 통화에서 설명했습니다.
반면, 도네츠크와 루한시크를 포함하는 동부 지역의 돈바스 일대에서는 더욱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전망입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