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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부통령 '전쟁범죄' 조사 지지...러시아-우크라이나 장관급 회담 결렬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0일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회동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0일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회동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공격 등에 관한 전쟁범죄 조사에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10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회동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민간인을 폭격하고 어린이·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하는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잔학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일들에 관해 "마땅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서 "온 세계가 이번 전쟁을 지켜봤고, 침략과 잔학 행위 관점에서 러시아가 한 일들을 목격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군이나 정부 당국자 등을 특정해서 전쟁범죄 혐의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전쟁범죄' 규정 법률 검토

이와 관련, 러시아 측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공식 규정하기 전에 필요한 법률 검토를 진행중이라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전쟁범죄 관련 사안을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벌인 활동에 관해 ICC가 조사에 나서자 ICC 고위 인사들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습니다. 해당 제재는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약 2개월 후 해제됐습니다.

한편, 해리스 미 부통령은 이날(1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 문제를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폴란드는 단결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분명히 말하는데, 미국과 폴란드는 지금까지 단합해서 모든 일들을 해왔고, 앞으로도 합심해 우크라이나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전투기 우회 지원 방식 거부

전날(9일) 미국 정부는 미그-29 전투기를 주 독일 미군 기지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하자는 폴란드의 제안을 공식 거부했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전투기들을 우리 관할 아래 둔 뒤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구상은 지금으로선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이런 방식은 "고위험 요인"으로 미 정보당국이 평가했다고 커비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나토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확전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백악관도 이런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전쟁 중인 곳에 보낼 전투기를 미 공군 기지에서 이륙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미국)와 나토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군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미그-29를 보내면, 대신 폴란드에 F-16을 제공해 공군력 공백을 메워주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보복을 우려한 폴란드 측이 주 독일 미군 기지를 거치는 방식을 제안했고, 미국 정부가 거절한 것입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산 미그-29를 보유하고 있고, 냉전 해체 이후 서방 측과 가까워지면서 지난 2016년부터 미국산 F-16을 도입했습니다.

폴란드 공군이 보유한 러시아산 미그-29(위) 전투기 두 대와 미국산 F-16(아래) 전투기 두 대가 편대 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폴란드 공군이 보유한 러시아산 미그-29(위) 전투기 두 대와 미국산 F-16(아래) 전투기 두 대가 편대 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오래된 미그기를 넘겨주면서, 미국산 F-16으로 공군력을 보강할 수 있습니다.

전투기 지원을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옛 소련 무기 체계에 익숙한 조종사들이 미그기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5300 달러 추가 지원

폴란드-루마니아 순방을 진행 중인 해리스 미 부통령은 1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5천300만 달러 규모 추가 인도적 지원 계획도 내놨습니다.

이날 바르샤바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해당 자금은 "러시아의 침공 피해를 당한 선량한 주민들의 긴급 식료품 조달과 주거 확보 등에 집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실무 작업은 미 국제개발처(USAID)가 진행하고,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지원도 포함된다고 관계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얼마 전 5천400만 달러 지원을 발표한 데 더해,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당국은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지난 2020년 10월 이래 1억5천900만 달러를 투입해, 우크라이나의 최대 인도주의 원조국가라고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1억700만 달러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인 최근 2주 안에 배정한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하원은 전날(9일) 우크라이나를 위한 총액 136억 달러 군사·인도주의·재정 지원 예산안을 가결했습니다. 백악관이 당초 요구한 액수보다 인상된 규모입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예산안 처리 합의 후 공동성명에서 "용감하고 자유를 사랑하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우리의 동맹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인들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침공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투자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예산안 처리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관련 사안을 논의했습니다.

-국제사회 긴급 자금 조성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9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14억 달러 긴급 패키지를 승인했습니다. 이 자금은 IMF의 신속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되는 것으로,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급됩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비극적인 인명 피해, 대규모 난민 발생, 기반 시설과 생산 능력의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올해 (우크라이나의)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 IMF와 50억 달러 규모의 대기성 차관 협정을 맺고 현재까지 28억달러를 수령했습니다.

오는 6월 만기까지 빌릴 수 있는 22억 달러가 남아있지만, IMF와 우크라이나는 이 협정을 파기하고 새로운 경제 재건·성장 궤도를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며 "재정적 필요성은 전쟁이 계속됨에 따라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전협상 장관급 회담 결렬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최고 외교 당국자들이 10일 터키 정부 중재로 정전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오른쪽)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회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오른쪽)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회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터키 남서부 지중해 연안 안탈리아주에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이 동참한 가운데 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회담 종료 직후 회견에서, 양측의 요구 사항에 관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3자 회담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3자 회담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쿨레바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민간인 대피 문제를 중점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우리(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장관들, 관계 당국자들에게 '인도주의 통로' 안전을 100% 보장하도록 요구할테니, '귀측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해줄 수 있는가'라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물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주요지역에서 시도한 '인도주의 통로'는 러시아 측이 계속 폭격하고, 불합리한 경로를 설정한 탓에 민간인들이 제대로 대피할 수 없었다고 쿨레바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이날 회담 내내 라브로프 장관의 이야기를 듣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들(러시아)은 우크라이나로부터 항복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은 "하지만 그것(항복)은 그들이 얻을 수 있는게 아니"라며 "우크라이나는 강하고, 우크라이나는 싸우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개전 초기 계획을 실패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합리적인 외교적 해법을 통해 이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면서, 무엇보다 "민간인들이 러시아군의 살상행위로부터 벗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상회담 가능성 거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별도 회견을 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 회담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드미트로 쿨레바(뒷모습)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드미트로 쿨레바(뒷모습)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돼왔다며, '특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을 만나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특정 현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으니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일부 조건 타협 의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요구하는 정전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중립화, 둘째, 크름반도(크림반도) 러시아 영토 인정,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독립 인정 등입니다.

이 가운데 '비무장화·중립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가 구체적 이행 사안으로 거론됩니다.

이에 관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 문제나 돈바스 지역 현안을 타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ABC뉴스 인터뷰에서 "나토 가입의 경우, 나토가 러시아와의 갈등을 두려워하며 우크라이나를 가입시킬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관심사에서 벗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점령한 영토(크름반도)와 미승인 공화국들(루한시크·도네츠크)에 관해 논의하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정전협상 대표단은 지난달 24일 개전 이후 나흘만인 28일 벨라루스 국경에서 1차 회담을 벌인 데 이어 이달 3일과 7일까지 세 차례 만났지만 '인도주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 외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주민 생활 어려움 가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10일로 15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이날(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당국은 전체 주민의 절반 가량인 200만 명이 러시아 침공 이후 빠져나갔다고 밝혔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3자 통화를 진행하고, 우크라이나에서 군사활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엘리제궁이 밝혔습니다.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 경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물·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하거나 빌미를 조성하기 위해, 미국이 연루된 허위 구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9일 경고했습니다.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물무기 또는 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위해 가짜 깃발 작전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것은 분명한 패턴"이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아울러 이런 선전을 "중국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가 과거 화학무기를 사용한 기록이 잘 보관돼 있다며, 러시아는 스스로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오히려 서방이 어기는 것처럼 꾸민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생물무기와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협약을 준수하고 있고, 러시아에 빌미를 줄 요인이 전혀 없다고 사키 대변인은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도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9일)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생화학 무기 활동을 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한 끔찍한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아울러 "러시아가 이런 근거 없는 주장들을 두 배로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는 자신들이 자행한 전쟁 범죄 책임을 서방에 돌린 전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러시아 관변 매체들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협조 하에 자국 연구소에서 개발해온 생화학 무기를 방출할 수 있다'는 선전성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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