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는 ‘자의적 구금 반대 선언’ 1주년을 맞아 전 세계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의적 구금을 규탄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6명의 한국인들이 여전히 북한에 억류돼 있는 가운데, 전직 미국 관리들은 미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5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의적 구금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국가 간 자의적 구금 반대 선언 1주년’ 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1년 전 미국은 ‘생각이 같은 나라들’과 함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의적 구금은 용납할 수 없으며, 연루된 정부들은 관련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분명히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블링컨 장관] “The U.S. continues to call o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collectively respond and press for the release of all those who are arbitrarily detained around the world.”
이어 “미국은 계속 국제 사회가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전 세계에서 자의적으로 구금된 모든 이들의 석방을 압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가 주도하고 지금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호주 등 68개국이 서명한 이 선언은 총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자의적 구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국가 간 외교에서 ‘거래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국제 인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블링컨 장관도 지난해 선언 발표 당시 자의적 구금이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금지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링컨 장관] “They they’re used to gain leverage in state to state relations, they become a bargaining chip, a human pawn. It’s completely unacceptable. It’s already prohibited under international human rights conventions. But some countries still do it and as a global community we have to stand against it.”
블링컨 장관은 “억류자들은 국가 관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사용되며 ‘협상 카드’, ‘인질’이 된다”며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의적 구금 선언에는 특정 국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자의적 구금으로 규탄을 받는 대표적인 나라 가운데 한 곳입니다.
북한 정권이 자의적으로 구금한 미국인 3명은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송환됐습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북한에 억류된 6명의 한국인들은 아직도 석방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2013년 10월 8일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는 9년째 억류 중입니다. 북한은 김 선교사에게 국가정보원과 내통했다며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또 2014년 10월 체포된 김국기 선교사와 같은 해 12월 붙잡힌 최춘길 선교사도 무기노동교화형 선고를 받고 억류돼 있습니다.
2016년 7월 평양에서의 기자회견으로 억류 사실이 공개된 고현철 씨 등 나머지 3명은 탈북민입니다.
“한국인 북한 억류 문제,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주도해야”
전직 미국 정부 인권 관리들은 국무부가 자의적 구금 문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인 억류 문제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5일 VOA에 “이 문제의 당사국, 북한에 민원이 있는 나라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기에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is is a difficult one because the U.S. is not the principal country involved here, it’s South Korea who has the grievance against North Korea… And so the U.S. while supporting South Korea, can’t take the lead in terms of this effort.”
이어 “미국이 한국을 지지하지만, 이 노력을 주도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자국민들을 보호할 책임은 오롯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차관보] “I don’t know what their role should be unless the South Korean government requests them to do so. The U.S. doesn’t go around the world, even with its allies, and take up the case of their foreign nationals held in other prisons in other countries. That’s the responsibility of those governments. This is not something the U.S. on its own would take up, in my opinion.”
코헨 전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요청하지 않는 이상 미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 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동맹 사이라도 미국이 전 세계를 다니며 해외에 억류된 수감자 사건을 맡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차관보는 “자국민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책임이며, 다른 나라에 (그 책임을)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에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 U.S. government should take a leading role, the current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it clear that human rights is part of the core values that we share with our allies especially free democratic countries such as south Korea. So I think the current administration will have a strong interest in pursuing this issu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는 동맹들, 특히 한국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 공유하는 핵심 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현 정부가 이 문제를 추진하는데 큰 관심을 둘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해 미국 정부가 다른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당사국들의 관심도 차이를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를 비롯한 미국의 역대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공언하고, 실제로 북한의 대화에서도 이들의 석방을 촉구해 왔습니다.
최근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협의체 쿼드 외교장관회담 공동성명,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 2+2 회담 결과에도 납치된 일본인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명백하고 큰 차이점은, 일본 정부는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와는 현저히 대조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억류된 6명의 송환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태도는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차관보는 “신임 한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른 입장을 취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들에서 억류자 문제를 분명히 다룰 경우, 억류자들 뿐 아니라 한국 국민 전체에게 정부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반가운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