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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납치 피해자 아내, 반세기 동안 남편 기다리다 끝내 별세


황인철 대표가 21일 VOA와 인터뷰하고 있다.
황인철 대표가 21일 VOA와 인터뷰하고 있다.

북한 정권에 52년 전 납치된 한국인의 아내가 남편을 반세기 넘게 기다리다가 재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들은 너무 비통하다며, 남북한 정부에 아버지의 생사 확인과 송환 노력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1969년 KAL기 납치피해자가족회’의 황인철 대표는 20일 모친인 양석례 여사가 이날 8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고 밝혔습니다.

황 대표는 어머니가 52년 동안 아버지 황원 씨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기다렸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이날 먼저 눈을 감으셨다”며 애통해했습니다.

KAL기 사건은 북한 공작원이 1969년 12월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납치한 사건입니다.

북한 당국은 당시 탑승자 50명 중 39명은 이듬해 송환했지만, MBC 방송 PD였던 황원 씨 등 승객 7명과 승무원 4명은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유엔이 지난해 이 사건을 자의적 구금 등 강제실종 피해로 판정하고 북한 정부에 황 씨 등 납치 피해자들에 대한 생사 확인과 송환 등을 촉구했지만, 북한 당국은 묵묵부답입니다.

두 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황인철 대표는 20일 VOA에, “너무 비통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저희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를 기다리면서 지금까지 혼자 살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늘 말씀하신 것이 저희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남성이라고 항상 말씀하셨고 아버지를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제게 얘기하셨는데, 저는 아버지의 송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송환을 이루지 못해 너무 비통한 마음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어머니와 함께 1999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생사 확인 불가란 답장만 받았습니다.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가족인 황인철 씨가 아버지 황원 씨의 납북 전 사진을 모은 사진첩을 보이고 있다.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사건 피해가족인 황인철 씨가 아버지 황원 씨의 납북 전 사진을 모은 사진첩을 보이고 있다.

이후 VOA 등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며 아버지 구명 운동을 적극 펼쳐 유엔의 ‘자의적 구금’ 판정, 유엔 회의에서 아버지 문제가 공식 제기되는 성과도 거뒀지만,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한 채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낸 겁니다.

황 대표는 성탄절이면 남편과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로 모자가 반세기를 버텼다며, 이제 자신에게 아버지의 사건을 끝까지 마무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제가 어렸을 때 저희 어머니가 늘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아버지는 MBC PD이고, 지금 미국 출장 중이고 크리스마스 때는 돌아오신다! 저는 끊임없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손가락으로 (날짜를) 꼽았습니다. 아버지가 만약 돌아가셨다고 얘기한다면 나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는데, 아버지가 오신다는 이야기만 듣고 아버지를 기다렸기 때문에 저는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으로서 저는 반드시 아버지를 만나야겠고 만약 돌아가셨다면 죽음이라도 확인해야 하는 것이 저의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엔과 한국 정부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6·25 한국전쟁 때 민간인 10만 명을 납치했으며, 전후 납북 피해자 3천 835명 가운데 황원 씨 등 516명이 계속 북한에 억류돼 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지난 10년 사이 김정욱, 김국기 선교사 등 한국인 3명과 한국 국적 탈북민 3명이 추가로 북한에 억류돼 있습니다.

황인철 대표는 한국 정부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북한 당국에 아버지 등 납치 피해자들의 송환을 즉각 요구하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황인철 대표] “KAL기 납북 사건은 강릉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아직도 목적지인 김포공항에 도착하지 못하고, 승강기 문이 열리고 승객이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비행 중입니다. 북한은 저희 아버지를 포함해서 11명을 송환해 주고 한국 정부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위해서 그리고 국민을 위해서 북한 당국에 즉각적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또 송환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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