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유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순회 의장국을 맡을 예정입니다. 알파벳순으로 돌아가는 순회 의장국을 북한이 맡는 것은 11년 만인데,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유엔의 제재를 받는 북한이 의장국을 맡는 데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지 주목됩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오는 5월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됐습니다.
제네바 소재 유엔 유럽본부가 18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24일 시작한 올해 회기에서 북한은 5월 30일부터 6월 24일 순회 의장국을 맡습니다.
6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제네바 군축회의는 알파벳순으로 매년 6개 나라가 4주씩 의장국을 맡습니다.
올해는 중국, 콜롬비아, 쿠바, 북한, 콩고민주공화국, 에콰도르 순으로 돌아갑니다.
제네바 군축회의는 웹사이트에 2022년 회기 일정과 의장국 정보를 공개하며 북한 측 대표단 단장은 한대성 제네바 주재 유엔대사, 연락 담당은(focal point) 주용철 참사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군축회의 안건은 핵무기 경쟁 중단, 핵 군축, 핵 전쟁 방지, 우주 무기 경쟁 방지, 핵 무기 비보유국(non-nuclear-weapon state)의 핵무기 사용이나 사용 위협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국제 장치, 새로운 대량살상무기, 방사성 무기 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996년 제네바 군축회의에 한국과 동시 가입한 북한은 2001년 8월 순회 의장국을 맡을 차례였으나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의장직을 포기했습니다.
이후 북한이 2011년 6월 의장국을 처음 맡자 군축회의 참여 보이콧 선언 등 각국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캐나다의 존 베어드 외무 장관은 2011년 7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핵 확산국인 북한이 군축회의 의장을 맡은 것은 유엔 전체에 해가 된다며, 북한이 의장을 맡는 동안에는 회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일리아나 로스 레티넨 당시 하원 외교위원장이 그 해 6월 29일 성명을 발표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며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는 북한이 무기 감축을 협의하는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이 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의장국을 맡기는 것은 ‘여우에게 닭장을 지키도록 하는(fox guarding the henhouse)’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당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7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군축회의는 참가국들이 순환제로 의장국을 맡고 있다며,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는 회의인 만큼 미국과 문제가 있는 나라가 의장국을 맡는다고 해서 뭔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어떤 군축회의든 의장국을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에 대한 의무사항들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답했습니다.
유엔 감시 단체인 ‘유엔 워치’ 등 28개 민간 단체들도 그 해 8월 제네바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의 유엔 군축회의 의장국 활동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미국, 인도, 태국, 네팔, 케냐, 스위스, 노르웨이, 한국 등 14개국 이상의 비정부 기구들과 인권 단체들이 참여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